[교정중] 거미줄-조옥순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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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742회 작성일 20-03-10 09:33진행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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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아침 마당청소를 하며 대문 밖 좁은 화단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려 고개를 숙였는데 큼직한 거미줄 마스크를 쓰고 말았다.
아마 밤새워 쳐 놓은 그물일 터인데 뜻밖에 벌어진 사태로 인하여 온 밤을 공들여 완성한 거미집이 파괴된 것이다.
큰 거미의 작품이었을까?
머리와 얼굴 가득 씌워진 거미줄은 샤워실로 직행하여 재거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거미줄은 볼수록 아름답고 정교한 예술작품이다.
설계를 하고 지은 것처럼 정교하게 쳐진 거미줄이기에 말이다.
거미줄을 쳐 놓고 숨어서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거미를 보면서 부정적이게 평가하는 이도 있겠지만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비밀스럽게 호구를 만들어 걸려들게 한 거미가 머리 씀이 비겁하다는 그럴듯한 생각에도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잘 살피고 피해가면 될 것이 아닌가?
나도 가끔 차분하고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피해를 볼 때가 있다.
오늘처럼 거미줄을 뒤집어쓰는 일과 비슷한 경우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조심하고 주위를 잘 살폈었더라면 피하거나 그것이 그곳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면 치워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 달 전의 일이다.
차를 마시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겨 놓는 순간 바로 옆에 있던 의자 다리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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