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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나도밤나무-이정주 장편소설 > 출간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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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중] 꿈꾸는 나도밤나무-이정주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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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745회 작성일 20-04-06 10:43

진행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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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를 받아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떠도는 배, 단지 한 척의 배만이 나를 찾고 있었다. 검은 돛의 낯선 배가, 새 한 마리 따르지 않는 거대한 정적을 끌고서. 다른 배는 나에게 다가 올 듯 몸체를 기울이지만 닻을 내리지 않고 모습을 들어 내자마자 그 순간 과거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나는 왜 낯선 배, 낯선 사람과 만나 낯선 길로 들어섰나? 십 수 년을 살아도 서로에게 스며들지 못하고 점점 더 멀어지고, 낯설기만 한데.

배가 항구에 도착해서 닻을 내리면 배는 닻에 묶인 밧줄 반경 이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게 나는 닻에 묶인 밧줄 반경을 한 치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을. 이 후미진 소도시는 나에게 점차 감옥이 되어갔다. 창살 없는 감옥이.

사람이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기가 존재하고 싶은 자리에 자기 자신을 놓아두는 것이라는 데, 무엇이 나를 얽매고 있는 것인가? 여기가 과연 내 자리인가.

기다리는 많은 것들은 실망뿐이다. 그러나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이라면 얼마나 불행한가, 그래서 절망의 풍경 속에서도 희망은 기다림으로 숨겨져 있는 것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새 한 마리가 산다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고 싶은 새가.’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단다. 내게도 가슴에 별이 된, 아스라이 그리운 얼굴이 있기에... 내 가슴 속에는 두 줄기의 빛이, 등불 같은 사랑의 빛이 있어 꺼져가는 내 인생에 등대 역할을 하곤 했다. 아직껏 그것을 가슴 속에 담고 살았다.

세상의 꽃들은 철따라 피고지지만/ 가슴에 피는 꽃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한 번 피어나면 영원히 지지 않는 불멸의 꽃이 된다. 그리움은 병처럼 도졌고. 나의 내면은 야망도 꿈도 없이, 삶의 안쪽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생활의 외곽을 겉돌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리운 이를 그리워하지 않기를 연습하고 다음에는 미운 이를 미워하지 않기를 연습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사랑 없는 부부관계는 아무리 노력해도 오래 지속될 수 없고 결국 시시포스 신화처럼 제자리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을.

나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세계를 마음에 만들고 자신이 처한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동키호테적 망상에 사로잡혀 환상만 좇는 비현실주의자인가?

갈라파고스 섬, 이 외딴섬에 나 홀로 달랑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소외감이 늘 나를 괴롭혔다. 나는 스스로 이곳에 유배되어 실패자라는 자괴감과 딸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한없이 무력해졌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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