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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0:54
  • 팬질의 정석
  • 김원희
  • 팬질 에세이
  • 2013년 10월 14일
  • 변형 신국판
  • 978-89-93506-94-5
  • 9,000원

본문

나를 살게 한 팬질


현재 나는 주부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12년간 사고라고는 칠 줄 모르는 모범생이었다. 집과 학교를 오가며 오로지 공부만 한 탓에, 잠실의 신흥 명문이던 영동여고에서 전교 1등은 아니어도, 주로 전교 10등 안에 들며 반장도 했었다. 영동여고는 공부를 잘하면서도 재미있는 졸업생을 많이 배출한 학교다. 우리 동창 중에는 탤런트, 전설적인 락가수의 와이프, 영화감독, 나 같은 팬질짱 아줌마 등 참 독특한 학생이 많다.
학교에 다닐 때에는 특별한 의지나 목표도 없이 그저 효녀로서 공부만 하며 평범하게 살다가 고3이 끝나고 시험 결과를 받았다. 그것은 연대 영문과냐,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냐 하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권유를 따라, 적성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서울대 가정관리학과에 입학하여, 4년간 얌전하고 착한 여학생으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대학졸업 후에는 더 공부가 하기 싫어 당시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우라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대우증권에 다니게 되었는데, 독재적인 카리스마가 강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사랑 하나만 믿고 서울대를 졸업한 입사 동기와 결혼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 남자와의 결혼으로,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살던 압구정동을 떠나 대방동 사글세 집에서 시할머니와 시부모님과 함께 신혼 시절을 보냈다.
많이 불편하고 힘들었고, 거기에 결혼한 지 석 달 만에 큰시누이의 빚을 갚아야 해서 결혼패물을 전당포에 맡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세상 물정 모르던 시기라서 그럭저럭 살아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처럼 호황이던 주식시장이 갑자기 싸늘하게 식었고 깡통계좌가 속출했다. 공격적 투자 성향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돈을 빌려 주식을 하던 남편은 산더미 같은 빚에 올라앉아 날이면 날마다 술에 절어 들어왔고, 보다 못한 나는 친정아버지에게 가서 구원을 청해 일단 빚을 갚았다. 그러나 마음을 잡을 줄 알았던 남편은 또다시 주식으로 인한 빚을 만들었고 그 빚을 갚는다며 하우스에서 포커를 치며 집에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다.
(중략)

내가 간절히 원해서 한 결혼이었고 나름 서울대 졸업생으로의 자존심이 있었기에 부모님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았고 분당에서 학습지 교사를 하게 되었다. 일 년 정도 수학 학습지 교사를 하다 보니 분당의 엄마들한테 과외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 이후로 과외 팀이 계속 생겨서 재혼하기 전까지 칠 년간 과외로 아들과 나의 생활비를 마련했다. 그러다가 성남의 작은 빌라를 샀고 나중에는 빌라를 팔아 분당의 작은 아파트에 전세를 오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친정아버지가 이천만 원을 보태주셨다.
제일 고생스러웠던 시기는 과외를 막 시작하면서부터 분당에 오기 전까지였다. 오후 네 시부터 밤 열 시까지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씩 매일 세 팀을 수업했는데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아들은 어린이집에 갔다가 오후에는 옆집 할머니가 밤까지 봐주셨다. 차가 없어 분당에서 버스를 타고 성남 집으로 가면 열한 시가 다 되었고 아들은 그때까지 안자고 나를 기다렸다. 그때 나를 기다리는 아들이 없었다면 내가 그 힘든 생활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말 모성애는 위대하다는 걸 느낀 당시였다.
주말이면 아들과 에버랜드도 가고 특히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에 많이 다녔었다. 차도 없이 (중략)

고 3이라 새벽 세 시경에 자는 큰아들 간식을 챙겨주다 보면 네 시간 수면은 일상이었고 아이들 챙기고 나면 유일하게 나의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스포츠센터에 가서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며 몸을 만드는 거였다. 정말 체력이 필수였던 시절이었으며, 저녁에는 암으로 아프신 아버지한테 가서 며칠 소홀했던 딸 노릇도 해야 하고, 이삼일 간격으로 면역력 증가를 위한 근육주사까지 맞혀드려야 했다. 시간을 어떻게 그리 쪼개 쓸 수 있었을까. 정말 내 어깨에 짐이 너무나도 많았던 그 시절, 그 시절은 2007년부터 시작한 '팬질'에 나를 완전히 맡긴 채, 끝도 없는 광기로 달렸던 시간이었다. 특히 2009년의 1년간은, 큰아이 고3 뒷바라지와 사춘기에 이른 작은아이의 반항, 동생들과 친정엄마가 있음에도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했던 암에 걸린 아버지 간호로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견디기 어려운 하루하루였다. 정해진 미래도 없이 하루하루 과중한 일과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며 살 수밖에 없었다. 나의 스트레스는 하늘을 찌르기에 이르렀고 주일날 만나는 하나님께서 잠시 평안을 주셨지만, 그 무엇보다도 팬질이 나에게 그 고통을 잊게 해주었다. 팬질은 그 지난한 삶의 해방구였다.
_펴내는 글 중에서

1. 팬질은 막 퍼주기다

팬질의 정석
스타들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이다
팬질의 3대 요소
팬질의 3대 요소는 기다림, 정보력, 홀로 치유하기이다
1) 끊임없는 기다림
2) 정보력
3) 상처받은 내 마음 혼자 치료하기
스타의 눈에 띄는 방법
1) 한 스타를 찍어서 10년에서 15년 팬질 하기
2) 항상 모든 곳에 있기
3) 명품 사주기
나의 팬질 계보


2. 행복하게 팬질 하기

1) 새우젓 속의 대하가 되는 잠시 그 순간을 즐겨라
2) 인증에 연연해하지 말고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미안함을 느끼게 하라
3) 스타에게 나를 표현할 때는 통일성 있게 하기
a. 스타가 와서 글을 남기고 자주 오는 팬카페에 가입을 한다.
4) 결코 눈에 띄는 총애를 받아서는 안 된다.
5) 군대에 가있을 때 집중 공략하기
6) 가수를 팬질 할지 배우를 팬질 할지 자신의 성향 제대로 파악하기
① 가수를 팬질 하는 경우
② 배우를 팬질 하는 경우
7) 팬질과 함께 좋은 일도 좀 하자고요!




3. 추억들 그리고 에피소드 몇 개

1) 이제는 먼지 제거 할 때 쓰는 흘러간 스타의 스티커
2) 스맙 아니 기무라 타쿠야를 보러 일본에 가다!
3) 카페를 통해 스타에게 선물을? 노! 노!
4) 아줌마 팬이라서 좋은 점
5) 가끔은 국외 이벤트를 가라!
6) 이벤트가 끝나면 꼭 관광이나 쇼핑을 하며 나의 관심을 스타로부터 돌리자!
7) 시크해지는 습관을 들이자
8) 시간 순서에 따른 에피소드들
① 2008년 드라마 촬영 현장을 지나치다.
② 우결에 꽂히다.
③ 쌍방향 팬질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정민이
④ 사람의 마음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
⑤ 팬질은 타이밍
⑥ 팬질을 통한 자기계발
⑴ 연예인들을 보며 자극받고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⑵ 동영상 편집과 간단한 포토샵을 배웠다.
⑶ 일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⑦ 센스 있는 선물의 중요성
⑧ 해외에 가서 팬질하기.




4. 여러분은 아는가? 스타가 인증해주는 그 짜릿한 순간을…….

떨림은 예고 없이 온다
팬질은 자극적인 취미이다
1) 스타의 이벤트와 가족 행사가 겹쳤을 때 나는 어디에 가야하는가?
2) 나는 그 스타의 어느 부분까지 관심을 가져야하는가?


에필로그

※ 팬질 대박 히스토리
※ 팬질 용어 정리

서울에서 삼 남매 장녀로 태어나 부모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다.
대광초등학교와 동덕여중 그리고 영동여고를 거쳤다.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 아래,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들어갔다.
졸업 후 대우증권에 입사하여 회장 비서로 근무하였으며,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였다.

내가 꿈꿔온 미래와 현실은 몹시 가혹하였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으나 질곡의 나날이 이어졌다.
이때 우연히 접한 연예인 ‘팬질’로 시련을 견딜 수 있었다.
그들의 그림자로 살았던 6년 동안 아주 즐거웠으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들은……. 나를 잊었겠지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버팀목이 되어준 그들이다.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

스타의 눈에 띄는 방법

스타들은 처음 연습생부터 시작한다. 연기자들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단역, 조연을 거쳐 주연이 되고 신인 그룹 또는 신인 가수에서 뮤직뱅크 등의 음악프로에서 1위를 하는 그룹이나 가수로 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초심을 간직하는 스타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다. 물론 아직도 본인은 착하고 예의 바르지만 스타가 되어가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점점 늘어나는 국내 팬, 국외 팬 그리고 그들이 주는 고가의 명품선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닫는 광고출연료, 행사료, 상품 가치가 커질수록 스타들의 비위를 맞추고 떠받들어주는 엔터 업계의 독특한 상황 등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점점 일반인과는 다른 사고방식에 젖어들게 된다.
스타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겸손한 공인 이미지를 잘 유지하며 봉사하고 기부하고 후원하는 개념 찬 멋진 스타도 있다. 반면에 아직은 그런 위치가 아님에도 자신은 ‘특별하다.’라는 생각으로 경솔한 언행을 하고 왕자 병이 도가 지나치는 스타들도 적지 않다. 또는 팬들이 없으면 스타도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망각한 채 팬들에게 함부로 하거나 팬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매니저들의 행태를 방관하는 스타들도 있다.
추운 겨울, 더운 여름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커녕 매몰차게 얼굴도 안 보여주는 무개념 스타들도 많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어린 팬들에게 쌍욕을 하고 누나 팬들에게 반말 조로 함부로 대하는 무식한 매니저들을 직접간접으로 보고 이야기를 들었던 게 나의 팬질을 마무리 짓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왜 돈 쓰고 이렇게 무시당하나?’ 딱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런 상황에도 꼭 팬질이 하고 싶다면 기왕 팬질 하는 거 미친 존재감으로 스타의 눈에 확 띄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방법의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거의 100% 성공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1) 한 스타를 찍어서 10년에서 15년 팬질 하기
스타의 인기는 절대 무한 상승 곡선으로 가지 않는다. 아무리 인기가 있던 스타라 하더라도 10년이 지나고 15년쯤 되면 광고도 줄어들고 대본도 잘 안 들어오고 배역에서도 밀리게 된다. 스타가 인기를 그대로 유지한다 하더라도 팬들도 나이가 들다 보면 팬질을 끊거나 샤뱡샤방한 어린것들(?)로 갈아타는 경우도 많으므로 팬은 자연히 줄어들게 되어있다. 일단 결혼하면 현재 팬 수에서 오십 퍼센트는 바로 감소, 그리고 나이가 들면 성형수술, 레이저 시술, 보톡스 별거 다해도 중력의 법칙에 의해 젊은 시절의 빛나던 외모는 퇴색되고 이름도 기억 못하는 예도 있다. 요즘 서태지가 누군지 모르는 초등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나도 놀랐다.
벌써 몇 명 떠오르는 사람? 각자 상상하기.
물론 스타도 늙고 팬들도 늙는다. 스타들은 불규칙한 생활과 잦은 튜닝으로 외모가 한방에 훅 갈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런 스타들도 많다. 팬들은 스타보다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정상적으로 느끼며 살고 함부로 튜닝하는 경우도 많지 않기에 생활 주름으로 자연스럽게 늙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경우 팬들이 십 년씩 십오 년씩 초심으로 곁에 있어주면 백 퍼센트 거의 오빠, 동생 같은 친근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실제로 주위에서 그런 사례를 봤다. 콘서트를 하게 되면 대기실도 편하게 들어가고 스타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매상도 올려주고 함께 밥도 먹고 메일도 주고받고 문자도 주고받고, 이 방법은 정말 백 퍼센트 성공 그러나 단점은 시간이 좀 많이 든다는 많아도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 팬질 용어 정리

개취: 개인의 취향이란 뜻
광자언니: 나이가 많은 팬들을 일컫는 말이며 자녀가 있는 팬이 팬질을 할 때 주로 사용
고나리: 관리의 오타에서 유래한 말이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관리한다는 뜻
공중부양: 스타의 반응을 보고 나의 체중과는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현상
공방: 가수가 앨범을 냈을 때 활동기간 동안 음악 프로의 사전 녹화와 본 방송에 참가하여 응원하는 행위
공카: 공식 팬카페
공홈: 공식 홈페이지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
넘사벽: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눈정화: 정화(카타르시스)라는 뜻에서 나온 말로써 멋진 연예인들을 보고 눈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눈이 정화된다에 빗대어 표현
단콘: 단독 콘서트
대륙녀: 중국 팬
대포짤: 전문가가 찍는 줌 카메라로 당겨서 찍은 사진
듣보: 듣도 보도 못한 것(듣보잡)
떡밥: 배우나 가수들이 팬들에게 서비스 차원으로 뿌리는 것으로써 드라마의 메이킹 필름이나 데뷔 앨범의 티져가 대표적이다
마봉춘: MBC의 속어
매미: 나이가 든 팬들을 뜻함
머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유래한 것으로써 연예인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을 의미하나, 실제로 머글들이 연예인의 실물을 영접하는 경우가 많고 이 머글들이 올린 트위터를 보고 빙의 되는 수니들이 무수히 많다.
방언이 터지다: 너무 즐거워 나도 모르게 함성을 지르게 되는 현상
브금: BGM을 소리 내어 읽은 것
빛삭: 빛처럼 빠르게 삭제한다는 의미
빠순이: 팬질 하는 모든 여인네를 일컫는 말로써 빠순이라는 말이 속어이므로 순이나 수니라고 순화해서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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