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힐링 인디아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18 11:37
  • 힐링 인디아
  • 심성희
  • 여행에세이
  • 2014년 2월 15일
  • 신국판
  • 979-11-5634-008-9
  • 12,000원

본문

좀 더 새롭고 큰 세계를 원하다

양평에서 8시 40분에 출발.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눈이 오고 있다. 불안하다. 기분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그이가 차를 몰고 있지만 차는 낡고 오래된 내 차다. 눈길에 후륜구동이 안 되는 그이 차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새것이며 크다고 다 좋은 것만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난 좀 더 새롭고 큰 세계를 원하고 있다.
마치 오늘을 위해 힘들었던 요 며칠이 떠오른다. 그이와 사소한 일로 서먹한 사이가 됐고, 딸과도 이상하리만큼 티격태격했고, 아들에게는 나의 기대치만큼 따라 주지 않아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직장에서도 내가 희망했던 업무에서 밀려났으며 시댁과 관련된 일에도 괜한 짜증만 일었다. 연말의 잦은 술과 회식으로 내 체중은 쓸데없이 불은 데다……. 한마디로 내 주변의 것들을 모두 갈아엎고 싶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억눌리고 무거운 나를 들고 가 뭔가를 털어내고 올 수 있을 것 같은 여행에 대한 기대치가 일었다. 그만큼 나는 벌써부터 나 자신을 쓸모없고 무거운 짐짝처럼 여기고 있었다.
10시 40분 인천 공항에 도착. 3층 J. 인도에 갈 일행을 만났다. 나를 포함한 16명. 가족, 부부, 친구, 동료, 부자(父子)관계로 모두 낯설다.
‘그래, 이제부터 모든 것이 다 낯설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것들은 모두 잊고 오직 인도(India, 印度)만 생각하고 인도가 나를 인도(引導)해 주는 대로 가보는 거다.’
그렇게 나의 인도 여행은 나를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조금은 힘들게.

서문- 좀 더 새롭고 큰 세계를 원하다 4


1. 아듀, 카쥬라호

기내에서1 - 홍콩, 델리 12
델리공항사건 17
기내에서2 - 뭄바이행 21
뭄바이에서 24
아우랑가바드행 기차에서 27
탈리와 맥주를 찾아서 30
아잔타석굴 앞에서 35
부사발역에서 39
부사발에서 잔시역으로 가면서 43
데자뷰, 오르차 46
카쥬라호의 ‘전라도 밥집’ 50
여행은 여행이니까 53
떠나보낸 카메라 57
아듀, 카쥬라호 63





2. 렌즈 속의 삶

사트나역에서 68
바라나시를 향한 죽음의 질주 72
바라나시 갠지즈강가에서 76
향을 피워올리는 갠지즈장 81
덜어지는 행복 85
여행에서 만난 책1 89
관 속에 누워서 93
렌즈 속의 삶 97
인도에 대한 오해-빠름과 느림 101
인도에서의 일상과 음식에 대한 소고 105
먹기 위한 투쟁 109
기다림 113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타지마할 115
여행에서 만난 책2 118
버스 안에서 124
홀로서기 127






3. 잔디위의 웃음소리

스테인드글라스 134
이중 수필 138
라즈만디르 극장에서 142
우다이푸르의 아침 146
사원 앞의 걸인들 150
잔디위의 웃음소리 155
욕심쟁이 관광 160
우다이푸르에서 쓰는 메시지 164
Dream Heaven에서 168
윤이에게 172
인도에서도 인도에 적응 못한 이 175
손수저 178
조드푸르로 가는 야간버스에서 180
딸, 정은이에게 183
조드푸르로 가는 야간버스에서 185





4. 앞서야 보인다

메헤랑가드성의 초대 190
스피드관광 194
술, 도둑 198
앞서야 보인다 201
자이살메르에서의 이틀 203
Little ibet 레스토랑에서 207
낙타 투어 1 - 눈을 감고 209
낙타 투어 2 - 사막에 누워서 211
사막야영 213
작은 구멍으로 본 별들의 잔치 215
한인식당 217
뉴델리가는 기차안에서 219
델리의 작은 풍경 222
변해가는 델리 226
여행이란 230
여행을 마치면서 233

심성희
경기도 양평에 거주. 교사의 길을 걷다 잠시 가지 않았던 길이 궁금하여 걸어가 보았다. 지금은 이상과 현실의 평균치에서 교사와 작가의 길을 병행하고 있다. 수필 등단, 각종 문협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욕심이라면, 인생의 소실점까지 여행을 통한 깨우침을 즐기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수필집: 「오늘 그리고 내일을 위하여」, 「가을빛 무늬」, 「교단일
기」, 「뒤죽박죽 찰떡궁합」 등이 있다.

*부사발에서 잔시역으로 가면서

침대칸에서 두 번째 적는 글이다. 처음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침대차가 내 취향이라는 것이다. 우선 불편하지 않았고, 씻지 않아도 되고(난 여행 중 씻는 것을 제일 싫어함), 커튼 만 치면 내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난 불편하지 않았다.(다른 일행 중 누군가가 불편하다고 했지만 난 호텔보다 기차에서 자는 게 더 좋았음) 거의 아홉 시간을 달려왔지만 그 어느 곳보다 달게 잤다. 열차 칸 입구 쪽이라 드나드는 사람 때문에 커튼이 펄럭거리고 차체가 흔들렸지만, 놀이기구나 요람을 탔다고 생각하며 잠들었다.
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생각 같아선, 아래층에 내려가 창을 바라보며 글이라도 쓰고 싶지만 곤히 자고 있을 다른 일행에게 실례일 것 같아 그만두었다.(지난번은 3층 칸의 2층 침대였지만 이번은 2층 칸 2층으로 공간이 더 높아 편했음) 엎드려 몇 자 긁적이다 그냥 누웠다.
다시 눈을 떴다. 옆 칸 아래층 창가로 햇살이 반갑게 들어왔다. 아래층 일행은 아직 자는 것 같았다. 비어있는 옆 칸으로 내려갔다. 차창 밖으로 넓고 푸른 평원과 싱그러운 기운이 젖은 대지 위로 힘차게 올라오고 있었다. 초록빛과 황토빛의 조화. 창으로 드는 모든 것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맞은 편 아래 칸에는 노인 한 분이 짜이 한 잔과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고 있었다. 반갑게 눈인사를 건넸지만 나의 인사에 반응이 없던 그는 아침 식사를 마쳤는지 이쪽이 아닌 저쪽 창으로 얼굴을 돌리고 창밖을 보았다. 기차 여행에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이 기차에 오르기 훨씬 이전부터 탔을 그다. 그는 내가 올라탔을 때 자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거의 하루를 이 기차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목적지는 어딜까? 거기서 누구를 만나는 걸까? 괜한 궁금증이 일었다. 만약 기차가 연착한다면 그와 그가 만날 상대는 더 오랫동안 서로를 기다려야 한다. 약속 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휴대폰이 닳도록 전화하는 우리와 다른, 느긋함과 적요함이 느껴졌다.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몇 자 적어보았다.

기다림,
느긋함,
멀리 바라보기,
기차는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낙타 투어 1
_낙타에 올라서

낙타에게 싣는다.
내 짐, 내 몸, 내 마음, 그리고 모든 것을

여기는 사막 어디쯤인가.
시작쯤인가, 끝쯤인가.
내 삶의 사막도 건넌다.

타닥타닥 힘겨운 낙타의 발굽 소리
가끔씩 부풀어져 나오는 낙타의 트림 소리
내 숨소리도 어느새 리듬을 탄다.

눈을 감는다.
바람이 지나간다.

키 작은 풀들끼리 부딪는 소리
햇살이 모래알을 헤집는 소리
바람이 그늘을 간질이는 소리
파도를 타는 모래 먼지 소리
바람 속에 숨어 귓가를 스친다.

이랴, 가자구나.
그래, 가자구나.
한발 한발, 소리를 찾아 쉬지 않고 가자구나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