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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1:50
  • 8년의 숨가쁜 동행
  • 한판암
  • 조부모의 손주 양육기
  • 2014년 3월 10일
  • 신국판
  • 979-11-5634-015-7
  • 12,000원

본문

어린 천사의 날갯짓 엿보기

순백한 영혼의 손주들이 맑은 눈으로 세상을 깨우쳐 가는 천사의 날갯짓 얘기이다. 내게는 사촌 지간으로 한 살 차이의 두 손주 승주(昇周)와 유진(裕振)이가 있다. 지나치리만큼 투명하고 맑은 영혼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 지켜보는 내가 애가 달아도 엄연한 아람치는 불가침 영역의 그네들 몫이기에 좌불안석인 경우가 허다하다.
큰손주인 승주는 을유생(乙酉生)으로 나에 비해 정확히 한 갑자(甲子) 뒤에 태어난 큰아들 소생이다. 제 부모가 그림 공부를 한답시고 파리에 머물다가 방학에 귀국했을 때 잉태했었다. 그 때문에 제 어미가 유학생활을 접고 국내에서 출산했다. 그리고 다섯 살 무렵까지 내
가 직간접적으로 돌보다가 그 이후로는 따로 살고 있다. 한편, 작은손주인 유진이는 정해생(丁亥生)으로 제 부모가 학업 중이던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지 달포 지날 무렵에 데리고 와서 여태까지 함께 기거하고 있다
결국, 큰손주는 다섯 살까지, 작은손주는 일곱 살인 여태까지 직접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동안 손주들과 관련된 자질구레한 일이나 일상의 단면을 더덜이 없이 글로 정리한 내용이 이 책이다. 그런데 동거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서 큰손주보다는 작은손주와 관련된 내용이 월등하게 많다.
조부모로서 제 부모 역할을 대신하면서 기쁨과 어려움을 번갈아 겪는 나날의 반복으로 하루에도 기압골은 맑음이나 흐림이 뒤섞이기도 했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손주를 기르면서 순간순간의 느낌이나 유별난 체험을 하면서 그들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남길 궁리 끝에 시나브로 글로 정리했다. 그렇다고 현재 가장 오래된 육아일기인 조선 중기의 묵재(默齋) 이문건(李文楗: 1494-1567) 선생이 남긴 양아록(養兒錄) 같이 큰 철학이나 뜻을 담겠다는 턱없이 지나친 욕심은 애당초 겨냥한 바가 아니었다.
그동안 써 두었던 글 중에서 일흔 두 개를 골랐다. 그들을 열두 작품씩 묶어서 여섯 개의 담(潭)에 골고루 담기로 했다. 그리고 책의 이름은 ‘8년의 숨가쁜 동행’으로 새겼다. 한편, ‘할배와 철부지 손주의 밀당’라는 사족(蛇足)을 붙여 책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려는 의욕을 에둘러 표현하는 만용을 서슴지 않았다.
비탈진 계곡의 암반 위로 흐르는 냇물이 세세만년에 걸쳐서 깎고 또 깎아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돌확 모양의 수많은 담(潭)을 통해 유속의 완급과 수량(水量)을 조절하며 흐르면서 소통하는 오묘한 이치가 떠올랐다. 이런 자연의 섭리인 물길에 의해 생성된 여섯 단계의 담을
가상하여 책의 얼개를 엮기로 했다.
상류 쪽의 담에 수용된 하나하나의 글이 고유한 색깔과 역할을 하는 한편 열두 작품의 공약수나 공명(共鳴)의 정수(精髓)가 하류 쪽의 담으로 전해져야 한다. 이렇게 전해진 정수는 이어지는 담에 수용되는 내용을 더욱 찰지고 진솔하게 찬연한 빛을 내는 도우미 역할을 하
게 한다. 이런 원리는 마지막 담에 이르기까지 반복되어 종국에는 전체 내용이 한 덩어리로 융합해서 묵시적일지라도 명백한 메시지를 나타낼 수 있기를 겨냥했다.
이러한 염원을 바탕으로 맨 위와 이어지는 담에는 큰손주와 작은손주의 잉태와 탄생을 비롯해 영아시절의 사연을 위주로 선정해서 각각 ‘승주의 새벽누리’와 ‘유진이의 고고성’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세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의 담에 수용되는 글의 내용이나 성격을 감안해서 ‘소란한 파랑새 둥지’, ‘깨우침과 터득의 날갯짓’, ‘천방지축의 널뛰기’, ‘밑절미와 울타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이 기르기는 어렵지 않은 고상한 소일거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런 단견이 얼마나 큰 오산이었던가를 깨닫는데 그리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옛날 멋모르고 두 아이를 키우던 신실치 못한 경험이 되레 덫이 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쓰잘 데 없는 가치관이나 얼치기 상식이 앞을 가로 막는 부작용에 끌탕을 치기도 했다. 이로 말미암아 돌발하는 시련이나 시행착오와 맞닥뜨릴 때마다 평소에 미덥지 못하다고 사시(斜視)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뜨악해 하던 젊은 부부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하며 옹졸했던 내 자신이 어처구니없어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나는 교육철학이나 유아교육에 문외한으로 그 분야엔 맹탕에 가깝다. 따라서 어린 아이의 발달단계나 교육과정에 대해 청맹과니인 처지이기에 손주와 함께 허둥대며 겪은 온갖 경험을 순리대로 갈래지어 합당하게 기술할 주변머리가 못된다. 하지만 첫째로 나같이 준비 안 된 수많은 조부모가 손주를 맡아 기르며 겪게 마련인 어려움이나 시행착오를 덜어낼 지혜나 담론의 단초를 제공한다거나, 둘째로 내가 겪었던 생생한 경험을 온새미로 공유할 수 있다면 수월찮은 보탬이 되리라는 주제넘은 생각이 이 책의 출간을 부추겼다. 얼떨결에 아주 평범한 손주를 기르고 있지만 긴 호흡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잃은 것보다 얻은 기쁨과 보람이 훨씬 컸다. 그러므로 생의 이모작 한 모서리의 농사는 분명 풍년에 가깝다고 읊조리며 태평가를 구가해도 흉하지 않지 싶다.

펴내는 글 어린 천사의 날갯짓 엿보기… …………………………20


1부 승주의 새벽누리

병술의 첫 해돋이………………………………………………………28
큰아들의 첫아이와 나…………………………………………………31
우직한 사랑… …………………………………………………………35
며느리의 임신… ………………………………………………………39
먹순이……………………………………………………………………44
실낱같은 희망과 축복…………………………………………………49
아들과 손주의 첫 상면………………………………………………53
보름주기의 만남… ……………………………………………………56
백일잔치 들여다보기… ………………………………………………60
아이 어르기와 기원……………………………………………………64
산정에서 정해의 첫 해맞이…………………………………………69
희망이 와 사랑이………………………………………………………73


2부 유진이의 고고성

적덕의 은총… …………………………………………………………78
조각이불에 사랑 새기기………………………………………………82
유진이 백일… …………………………………………………………85
무병무탈………………………………………………………………89
유진의 첫돌 치레………………………………………………………94
가족의 날… ……………………………………………………………98
어여 먹어… …………………………………………………………102
유진이 깁스… ………………………………………………………106
손탈과 숨비소리*……………………………………………………111
인내의 폭발… ………………………………………………………116
상전 모시기… ………………………………………………………121
갈등과 초탈… ………………………………………………………128


3부 소란한 파랑새 둥지

다섯 살배기의 여름 나기…………………………………………136
떼쟁이의 성장 동화…………………………………………………140
단 하루의 소꿉장난…………………………………………………145
매와 유진이… ………………………………………………………150
어린 왕자의 생일에…………………………………………………155
유치원의 여름방학… ………………………………………………157
의뭉스런 거래 제의…………………………………………………162
미카엘…………………………………………………………………167
어린 천사와 눈사람…………………………………………………171
손주와 게임기… ……………………………………………………176
짬짜미의 금도… ……………………………………………………179
공존의 금도… ………………………………………………………183


4부 깨우침과 터득의 날갯짓

동물원 사파리… ……………………………………………………190
시향 날 유진이 소묘………………………………………………195
손주의 소질과 욕심…………………………………………………200
유아원 졸업여행… …………………………………………………205
손주와 ‘가갸거겨’……………………………………………………210
파랑 자전거… ………………………………………………………215
천사들의 여름캠프… ………………………………………………219
선녀와 자동차… ……………………………………………………224
숫기와 낯가림… ……………………………………………………228
손주의 운동 성향……………………………………………………232
손주의 한자 자격시험………………………………………………236
손주의 푸른 오월……………………………………………………241


5부 천방지축의 널뛰기

어린 천사의 능갈치기………………………………………………248
손주의 예방접종… …………………………………………………252
맹랑한 영화감상… …………………………………………………257
어린 왕자의 새 놀이터……………………………………………262
카메라 스트레스… …………………………………………………267
은행과 옻… …………………………………………………………273
핏줄…………………………………………………………………277
여섯 살의 늦가을……………………………………………………281
신발 이야기…………………………………………………………285
여섯 살의 겨울 나들이……………………………………………289
유진이의 여섯 번째 생일에………………………………………293
손주의 쑥 뜯기*… …………………………………………………297


6부 밑절미와 울타리

조손의 숨가쁜 동행…………………………………………………302
유전과 닮음…………………………………………………………307
할아버지, 잠깐만……………………………………………………312
어리보기의 옥셈… …………………………………………………317
까치밥…………………………………………………………………322
아내의 생일과 케이크………………………………………………327
물려받기와 베풂… …………………………………………………331
아비와 아들… ………………………………………………………336
손주와 짬짜미… ……………………………………………………340
냉장고와 세탁기… …………………………………………………344
손주의 학습효과… …………………………………………………348
손주의 첫 독서………………………………………………………352

할아버지 한판암 교수는, 수필가이며 테마수필 필진, '수필界'편집위원, '문예감성'수필부문 심사위원, '시와 늪'명예고문 등으로 문인 활동을 하고 있다.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경남신문 객원 논설위원, 경남IT포럼 회장이기도 하다.수필집으로 '우연'(해드림출판사 : 2009)'월영지의 숨결'(해드림출판사 : 2010) '마음의 여울'(해드림출판사 : 2011) '행복으로 초대'(해드림출판사 : 2012) '절기와 습속 들춰보기'(해드림출판사 : 2013) '8년의 숨가쁜 동행' 외 다수가 있으며, 칼럼집으로 '흔적과 여백'(해드림출판사 2011)이 있다.현재, 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경영학박사)이다.

*시어머니가 밥상을 차려 줘야 하는 며느리로 매도할 법도 하다.
우리 집 사정을 잘 모를 경우라면 그런 오해를 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결혼을 하고 몇 해 되었지만 부부는 외국에 나가 있다 방학에 잠깐 귀국했다가는 철새처럼 떠나간다. 그래서 우리 집 살림살이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계속하여 주관하는 쪽이 편하다는 계산
에 연유한 현상일 뿐이다.
태아의 두뇌 발달에 견과류가 좋다고 한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호두와 잣이 담겨있는 통들을 시도 때도 없이 들이밀었다. 나와 아내가 경쟁적으로 그렇게 한다. 아마도 거기에는 우리가 늙어서 기댈 가능성이 가장 큰 며느리에게 미리 환심을 사려는 불손한 마음이 깔려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그 견과류가 담긴 통들을 대령하면 체면치레로 겨우 몇 개 집어먹는 시늉을 하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 일쑤다. 그런데 어찌하랴. 전혀 낌새를 차리지 못한 아내가 또다시 동일한 통들을 가져다가 며느리의 코앞에 들이미는 해프닝도 자주 발생한다. 이런 세례에는 숨겨진 또 다른 두 가지가 있으니 그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지극 정성으로 권하는 견과류는 누구를 좋게 하려고 권하는가. 따지고 보면 산모를 위함이 아니고 태아에게 좋다고 하기 때문인 셈이다. 너무도 속이 뻔히 들여다보여 낯이 간지러운 일임에도 계속하는 우리 부부는 진정 누구인가. 한편, 그 견과류들의 출처에 대한 일화이다. 그것들은 사돈댁에서 보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며느리 친정에서 보내줬다.
_‘먹순이’ 중에서



*빈틈없이 부자 상봉 준비를 했는데도 비행기가 도착할 무렵에는 공연히 쑥스럽다며 내숭을 떨기도 했다. 예상보다 십여 분 지연해 도착한 아비를 맞아 제법 그럴싸하게 상봉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도 딴에는 어색했던지 한사코 할머니 품으로 엉겨 붙으며 응석을 부리던 위인이었다.
집에 돌아와 자정을 넘은 시각에 모처럼 삼대(아들인 나를 비롯해서 손주인 나의 두 아들 그리고 증손인 유진이)가 선고(先考) 제사를 모셨다. 물론 제사를 모시던 순간을 비롯하여 그 다음날까지 아비가 익숙하지 않아 어색해했다. 공연히 고개를 외로 꼬고 묻는 말에 겨우
대답하며 내 품을 파고들던 손주가 며칠 사이에 태도나 행동이 돌변했다. 물론 아직도 아비가 익숙하지 않아 대화를 나눌 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한다. 그에 비해서 조부모인 우리에게는 친구를 대하듯이 거침없이 반말을 해대는 모양새를 유추해 보면 심정적으로는 우리를
더 친숙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참으로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동안 한결같이 유치원에 등원시키거나 집에 데리고 오는 것을 전담하며 다양한 베풂을 거듭했던 우리 내외였다. 그런데 귀국해 며칠 되었다고 사사건건 아비와 함께 하겠다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곧이곧대로 내뱉는다.
유치원 오가는 길도 아비요, 저녁에 목욕도 아비를 지정하며, 놀이도 아비와 함께하겠단다. 잠자리도 함께하기를 원하지만 아비가 피로 누적으로 감기가 심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태어나서 곧바로 우리와 함께했는데 낯설기 짝이 없는 아비에게 찰거머리처럼 들러붙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이런 생각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천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맥(脈)도 모르고 침통(針筒)을 흔드는.’ 격이 아닐까.
한 핏줄이 이어진 혈연관계의 피붙이라고 해도 모든 관계가 동격(同格)이 아님을 실감한다. 최소한 여섯 해 동안 동고동락하며 최선을 다했던 조손이다. 아주 특별한 선린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아비가 나타나면서 일조일석에 표변하는 모습이 당황스럽다. 물론 직접적으로 핏줄이 이어진 부모자식 관계와 격대관계(隔代關係)인 조손을 같은 무게의 추로 재려는 미련함을 고집하지 않으련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감정의 일단을 숨기기 어렵고 묘한 기분을 다잡기 어렵다.
_‘핏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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