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풀무문학 3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18 11:52
  • 풀무문학 3
  • 풀무문학
  • 동인지
  • 2014년 03월 07일
  • 변형 신국판
  • 979-11-5634-019-5
  • 12,000원

본문

오복을 기원하며

청나라의 적호(翟灝 1736~1788)는 통속편(通俗編)에서 사람에게 오복은 오래 살고(壽), 부자가 되고(富), 귀한 사람이 되고(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康寧), 자손이 번창(子孫衆多)하는 것 이라고 했다. 세월이 300년이나 흐른 뒤에도 동감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사는 궁극적으로는 시대적 환경과 무관하게 추구하고자 하는 속성은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에도 번잡한 지금처럼 어떤 것이라도 일을 하고 살았을 것이다. 물론 일하는 종류가 단순하게 관리나 농사, 쟁이 그리고 장사를 하고 살았겠지만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였을 것인데, 최근에는 세분화 다양화로 인하여 사람의 감성까지 파고드는 업을 직업으로 삼고 발견하는 일이 인생사의 비전이 되었다.
최근 상영된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라이프지의 모토인“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어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라는 주제로 경쾌한 음악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관객의 심장에 머물게 한 명장면을 연출한 벤스틸러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의 메시지처럼 문학의 영역도 사람의 영혼을 벗어 날 수없는 가능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므로 서로 일맥상통하는 문화적 영역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인류의 미래, 공통된 화
두는 신뢰(Trust), 즐거움(Fun), 자부심(Pride)이라고 한다. 일터에서는 물론 문화적 경계까지 연결되는 접점이 바로 서로 신뢰하고, 즐거워야 하며 존재로서의 개성적 자부심이 될 것이다.
올해는 갑오년(甲午年)이다.
갑오년은 청룡대마(靑龍大馬)를 타고 꽃 채찍을 휘두르는 기세가 여과 없이 표출될 것이므로 개인의 재능을 과신하여 구덕(口德)의 흠(欠)을 보이거나 타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발동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오마(午馬)는 객지 생활이나 분주다망(奔走多忙)을 암시하기도 하여 다정(多情)이 오히려 병(病)이 되어 내 것을 주고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할 수 있기도 하다. 어떤 일의 처세나 순서 면에서 상황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어 답답한 진행이 될 것이라 음기 발동으로 여성우위의 기운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운의 기운을 받아‘ 풀무문학’의 일 년을 가름해 본다면 여성 회원분의 활동으로 더욱 발전하고 상승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 사람도 무병장수로 자손번창하면‘ 오복을 갖추었다’고 덕담하였으며, 오복을 기대하는 염원에서 새로 집을 건축하고 상량(上梁)할 때에 대들보에 연월일시(年月日時)를 쓰고 그 밑에“ 하늘의 세 가지 빛에 응하여 인간 세계엔 오복을 갖춘다(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고 쓰는 것이 전통적인 관례가 되었다.
그간에 풀무문학은 문우님들의 정겨움으로 터를 다지고, 기둥을 세워 대들보를 올려 상량식을 마쳤다. 이제는 벽채를 치고 안락한 사랑방에 화롯불을 지펴 훈훈한 온기를 나누면서 풀
무의 성장을 담소할 시기가 되었으니 올해는 회원님의 가정에 ‘오복’을 기원하며,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더 알아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풀무문학 회장 김진시  

펴내는 글- 오복을 기원하며 - 김진시·4




박기원 - 불안한 행복 외 6편·14
박은우 - 하루 외 6편·30
송유나 - 쑥, 그 향기 외 11편·47
양순복 - 오월의 한강 외 2편 ·60
원선희 - 아해야 외 7편·68
이기순 - 삼불능(三不能) 외 4편·80
이범철 - 눈밭 외 4편·92
조영애 - 가을에 외 4편·104


수필

김영배 - SNS시대의 글쓰기 외 2편·116
김진시 - 運命(운명) 외 2편·133
이승훈 - 숨 쉬기로 인생을 바꾼다 외 2편·150
이종려 - 부치지 못한 편지 외 2편·168
임영숙 - 고독과 김치찌개 외 2편·194
한판암 - 갈포 외 2편·209

.

*불면의 밤 2 / 박기원

나이 사십 중반까지 밀어낸 바람이
한 점 추억으로 발길을 내리고
침침한 눈에 앉아
떠나질 않는다

망각의 늪을 날아가는
내 예민하여진 감각들은
기억 속에 차지 않는
불안한 내일을 끌어 올린다

점점 좁아드는 밤이
벼랑 끝의 삶을 붙잡으려
긴장된 감각을 되살리고
나는 한없이 그곳을 탈출하려 한다

있지도 않은 길을 헤매는
발걸음이 허공에 허우적이고
짓눌리는 가슴은
태양 아래 무겁다





*아무 일도 없는 날 / 이범철

눈발은 금새 앞가슴이 밝게 쌓인다
절대 어둠이 들지 않을 것처럼
그의 수평은 길고, 둥글고, 하얗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모든 것은 가물가물 하였으나 모든 일이 모르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아, 이 아무 일도 없는 날의 저녁
저녁은
눈발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잠들다
곰곰이 그 생각을 물고 있다
멀고도 아득하여, 이미 사라진
연민과 고민들
여리고 얇게 지워진 생각이 하얗다
이렇게 내리는 눈은 먼 곳에서 와
긴 나의 그림자도 덮어버렸다
나의 그림자는 늘 나에게 끌려 다녔으나
오늘은 눈을 덮고 혼자 잠드는 첫 밤이 될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한 눈에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눈 아래 잠든 나의 그림자로부터 전화가 온다
당신과의 모든 이별이 여기 있었어요




*‘구름이 잔뜩 낀 우울한 기분이 드는 날씨.’,‘ 어딘가에 놀러 가자거나 하자고 제안하고 나서도 뜻을 이루지 못한 경우.’,‘ 무언가를 잘못해 야단을 맞거나 지청구를 들었던 경우.’ 등과 같이 알량한 체면이나 자존심이 상한 뒤 끝의 저기압 상태에서 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그런 행동 뒤에 곧바로 연이어 나타나지 않는다. 적어도 몇 시간 뒤에 앞의 행동을 거의 잊어갈 무렵에 뚱딴지 같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얼굴을 내미는 증상이다.
어제 일요일 초저녁이었다. 어울려 장난감 놀이를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럼에도 못 들은 척 무시한 채 방에 들어와 컴퓨터 작업을 마치고 9시가 지나서 거실로 나왔다. 제 제안을 깡그리 무시했다고 길길이 불만을 토로해 얼마간 지시하는 대로 충실하게 따르며 놀았다. 조금 시간이 자나면서 심드렁하고 내 역할이 애매해져 그를 핑계로 소파에 걸터앉아 텔레
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도둑고양이 모양으로 슬그머니 내 품으로 파고들며‘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서둘러 보듬어 안고서 다독였다. 그때 녀석이 한마디 던졌다.
_한판암 ‘마음이 아프다’ 중에서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