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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5:06
이미지 없음
  • 바우
  • 정재영
  • 단편 소설집
  • 2014년 07월 31일
  • 150*220
  • 979-11-5634-042-3
  • 13,000원

본문

산업사회가 되면서 인간은 고독한 존재가 되었다.
많은 사람과 살면서도 철저하게 고립된 개인은 마침내 즉물화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도 역시 개인 일 수밖에 없다. 츠베탕 토도로프가 “living Alone Together(홀로, 그러면서 함께 살기)”라고 했을 때, 문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세계는 ‘함께 사는 길’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일찍이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그의 소설에서 “여행에는 길동무, 세상살이는 인정”이라고 썼었다.

현대시회에서 소설이 추구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가 사회로부터 소외 된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통해 ‘인정’의 소중함과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 최근 해드림출판사에서 소설집 <바우>를 출간한 소설가 정재영 또한 자신의 소설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작업이었다고 밝힌다.

“21 C 지식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인간은 더욱더 고독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철저히. 그러기에 ‘소통’이 단연 우리들 삶의 key Word로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구요. 매 순간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면서도 철저히 개인들은 고립돼 있습니다. 섬처럼.
문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세계는 ‘함께 사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설이 추구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이런 소외 된 인간들에게 끊임없는 작가의 관심과 애정을 통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길 일 것입니다. 모름지기 작가는 소외 된 이웃들에게 작품을 통해 끊임없는 애정과 손길을 내밀어야 할 테죠? 어쩌면 그건 작가의 도리이고 당위 일 것입니다.
이번 묶은 소설집 <바우> 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다 함께 사는 길’을 나름대로 모색 해 봤습니다.”

소설집 <바우>의 네 번째 소설 ‘그 여름의 잔해’는 2012년 ‘계절문학’에서 먼저 발표 됐었다. 소설 중에 인상적인 대사가 있다.

“우리 자본주의 좋다는 게 뭡니까? 법질서에 위배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능력발휘를 해 잘 살자는 주의 아닙니까? 경제적 측면에서도 당신네 토종꿀 몇 됫박 뜨자고 기업 양봉가들이 위축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구요.“

한 사람의 전문 기업 양봉인에 대한 자유가 한껏 보장되는 반면에, 자금과 조직과 능력이 없어, 현상유지도 못하게 되는 소규모 토종 양봉인의 몰락과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진척되는 그늘진 구석이 드러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토종벌을 기르다 당한 죽음이, 물밀 듯이 몰려드는 외국상품과 생물, 심지어는 문화적 현상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축도가 아닐지 염려되는 점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상황까지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인대로 독자로서 돌아보게 하는 기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정재영 소설의 전반적인 특징인 ‘우리말’사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한국작가가 쓴 한국 소설임에도 번역 투의 문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번역 투의 글쓰기를 자신의 특징으로 삼는 작가마저 있다. 작금의 사태에서 정재영 소설은 우리말을 살뜰하게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참으로 가치 있다. 계절문학의 ‘신 호’평론가는 정재영 소설 ‘그 여름의 잔해’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끝으로 덧붙일 것은, 토박이말의 보고(寶庫)라 할 이 작품의 문체면의 특징이니, 이 또한 우리의 것을 사랑하여 지켜나가는 작가의 태도에서 나온 것인즉, 작금의 노벨문학상이 세계 공통의 문체를 다루면서도 제나라 독특한 것을 겸비한 작품들에 주어지는 경향에 상도할 때, 이 작품이 지니는 문체적 특징은 분명 우리문학의 미래에 밝은 희망을 비추어주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프롤로그 _ 6

1. 엎어까기 _ 8
2. 바우 _ 42
3. 화(火) _ 70
4. 그 여름의 잔해 _ 112
5. 동지섣달 꽃 본 듯이 _ 148
6. 바람 불어 좋은 날 _ 176
7. 어떤 해후 _ 202
8. 만복 씨의 화려한 외출 _ 226

정재영

198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었고, 1998년 ‘문예사조’ 신인상에 중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문인복지위원),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이다. 강원문학교육연구회 회장과 한국문인협회 횡성지부 회장, 한라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횡성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 중이다.
저서로는 『횡성의 구비문학』(共著), 『마을신앙』(共著), 『화성의 옛터』(共著), 장편 소설 『아름다운 것들』, 중편 소설집 『물속에 뜬 달』이 있다.
그밖에 2010 강원문학상(소설부문)과 2013 강원교원작가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jaeyoung823@naver.com

“씨끄러워. 사돈이구 뭐시기구 식전참에 방아골 못자리 가래질부터 해 치워야겠어. 버들골 어딜 뒤져봐도 못자리 안한 집은 우리 집 뿐이더군 제기랄. 이장 싸모님 어떻게 지아비와 고통 분담 좀 안될까? 방아골 가서.”
“고통 분담 좋아 하네. 이 양반아 그런 말은 높으신 어르신들 특허품이라구. 서 이장니 임- 나도 오늘은 치마 속 고쟁이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도록 바쁘다오. 낼이 말날(牛日)이래요. 낼은 천하없어도 장을 담궈야 허는구먼요.”
“이런 제기랄! 장이야 아무 날 담그면 어때. 장맛이야 거기서거기지.”
“나 원! 모르면 국으로 처박혀 중간이나 갈 일이지. 아, 장을 아무 때나 무시로 담그는 줄 알아? 장 담그는 날은 따로 정해져 있다구 이 양반아.”
“알았어. 어련하실려구. 내 불알에 종소리가 나도록 혼자서 후딱 해치우고 올 테니 읍내 갈 채비나 잘 챙겨 주드라구. 오늘도 자그만치 다섯 군데야. 고지서 돌릴 데가.”
그야말로 담배 한 대 못 피우고 연실 논두렁을 싸 발랐는데도 만복 씨가 가래질을 끝낸 것은 아홉시가 거의 다 되서였다.
읍내 가는 버스는 9시 30분.
후다닥 면도하고 머리감고 나니 버스 탈시간 10분전.
바쁘다 바뻐.
“아무리 바빠도 요기는 하고 가야죠? 빈속에 어떻게 나들이 갈려 그래요. 그래 내 뭐래. 미리미리 챙기라 귓구멍에 못이 박히도록 일렀구먼. 그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난리를 처대니 원.”
“일절만 하슈. 아 내가 동네일 보느라 그러지 게을러터져 그러나. 잔말 말고 양말이나 찾아 놔. 저번처럼 빵구 난 거 신고 갔다 개망신 당하게 하지 말고.”
“자, 여기 봉투 다섯 개요. 양짓말 이장님 네는 다섯 장 넣고 나머지는 세 장씩 넣었어요.”
“알았어. 그만함 되지 뭐. 그나저나 이거 부줏돈 때문에 무슨 사단 나겠어, 엠병 할!”
“아빠, 오늘은 꼭이에요. 멜로디언. 저번처럼 또 까먹으시면 안돼요. 손바닥에 써 드려요?”
일요일이면 해가 똥구멍에 걸려야 일어나곤 하던 만복 씨의막내아들이 아버지의 건망증을 오늘도 못 미더워 하며 못을 박았다.
“알았어, 인마.”
그럴 만도 했다. 벌써 막내 멜로디언 사다 준다고 하고 공수표 뗀 게 이번이 세 번째니 말이다.
“여보, 갔다 올 때 장 담글 때 쓸 조청 한 통 사다 줘요. 읍내 시장 안 부식 가게 가면 있어요. 고추장 담글 때 쓸 조청 달라면 돼요. 어떤 일이 있어도 조청은 꼭 사와야 돼요. 그래야 낼 장을 담근단 말이에요. 애 말따나 또 까먹겠으면 손바닥에라도 써 가고.”
“알았어. 제기랄. 이거 완전히 노망 든 할망구 취급하는구먼. 나 참. 내 오늘도 일 잘 못되면 성을 간다, 성을 갈아. 으이구.”
전엔 안 그랬는데 마누라 말마따나 요즘은 금방 듣고도 돌아서면 노냥 까먹기를 밥 먹듯 해 만복 씨 자신이 생각해도 마뜩찮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도 마누라가 장거리에서 생강을 한 봉지 사 오라고 했는데, 그놈의 고스톱 귀신에 붙잡혀 노닥거리다 뜬금없이 후추를 한 봉지 사 가지고 들어가 마누라한테 한 파수 내내 핀퉁아리를 들어야 했었다.
급기야 만복 씨는 농협에서 이장들에게 나눠 준 수첩에다 심부름 목록을 죽 적어 나갔다.
‘멜로디옹, 조청- 고추장 담글 것(시장 안 부식 가게), 볍씨 소독 약’

-‘만복 씨의 화려한 외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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