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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시오② 통한(痛恨)의 바다 > 전체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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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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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로시오② 통한(痛恨)의 바다
  • 김경호
  • 장편역사소설
  • 2014년 8월 31일
  • 152*225
  • 979-11-5634-044-7
  • 13,000원

본문

기록되지 않은 역사, 민초들의 삶

주류 역사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 사건을 이끌어간 굵직한 인물들 위주로 기록되었지만, 문학은 파란만장한 시절을 살았던 수천만의 삶에 주목했다. 일본 메지로 대학에서 한국어과 교수로 부임하고 있는 김경호 교수는 기록되지 않은 민초들의 삶에 주목했고, 2004년부터 소설 <구로시오>를 구상했다. 그리고 10년에 거쳐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을 답사했다.

“조일전쟁, 즉 임진·정유년의 난리 속에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포로만 십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히데요시에게 강제 동원돼 당시 조선에 건너 온 왜병이 30만을 넘는데, 무사히 일본에 돌아간 병사는 15만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왜인 역시 반수 이상인 15만이 이국땅에서 목숨을 잃거나 주저앉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조선인 포로들을 도래인으로 칭했고, 조선에 남은 왜병은 항왜로 불렀다. 지배자들은 상대국에 정착한 민초들을 모두 반민으로 낙인찍고 기록하였다. 그들이 상대국인 타향에서 어떤 삶을 강요받고 살아갔는지는 기록되지 않았다. 궁금했다. 이긴 자들이 만들어놓은 기록을 탈피해 민초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기록이 없었다. 역사의 주체인 민초가 철저하게 말살된 잘못된 역사 기록의 현실이었다. 민초들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역사의 현장을 찾아 발로 뛰었다.”

주류 역사가 무시해버린 과거를 복원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작가의 열정과 일본 대학의 한국어과 교수라는 신분상의 이점으로 그의 소설 <구로시오>는 단순한 소설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최병현(제1회 현진건문학상 수상작 「냉귀지」저자)은 김경호의 <구로시오>를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한다.

“역사 소설의 진가는 누가 뭐라 해도 역사적 사실의 고증에 있다. 역사적 사실이 날줄이 라면, 작가의 상상력은 사실(史實)의 공간을 메워주는 씨줄이다. 아무리 소설이라 할지라도 사실(史實)의 날줄이 왜곡됐다면 그것은 이미 역사소설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소설 『구로시오(黑潮)』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날줄로, 민초들의 삶을 씨줄로 엮어낸 진정한 의미의 장편 역사소설이다. 한산대첩, 명량대첩, 행주대첩 같은 전승 보고서가 아닌, 임진왜란(조일전쟁)이라는 국가적 변란 속에 반민과 항왜로 낙인 찍혀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반도와 일본열도 민초들의 서글픈 삶을 그린 이야기다.
소설 『구로시오(黑潮)』에서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본 중세의 전국시대를 당시의 조선왕조와 연결시켜 매우 재밌게, 알기 쉽게 풀어 주었다. 등장인물에 대한 친밀한 묘사와 빠른 전개를 통한 위기, 절정 등은 읽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 하는 바이다.”


구로시오(黑潮), 모태 속 양수

일본어로 구로(黑)란 검다는 뜻이고, 시오(潮)란 조류 즉 해류를 뜻한다. 한자로는 흑조(黑潮)다. 적도에서 일어나 북반구로 흐르는 난류성 해류인 구로시오는 필리핀해와 동중국해를 지나 일본열도를 휘감고 흐르고, 그 지류 중 일부가 현해탄으로 흘러들어와 대마해류를 이룬다. 난류는 고온 다습의 기후를 만들어 주었고, 현해탄을 낀 한반도와 일본열도에는 농경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경문화가 형성되었다. 멀리 적도에서 솟아나, 이 지역의 생명과 삶 그리고 문화를 잉태시켜준 해류인 구로시오(黑潮)는 소설에서는 어리석은 지배자들이 만들어 놓은 갈등과 상처를 치유해주는 모태 속 양수라는 상징을 갖는다.

작가의 말·한반도와 일본열도 민초들은 민족주의의 희생자일 뿐 / 4

병화의 전조--------------------------10
예언 ………………………………… 10

출세-------------------------------25
사무라이 도키치로 ……………… 25
이나바산성 공략 ………………… 44
쓰노마타 일야성(墨股一夜城) …… 64

동래성----------------------------- 82
불안한 굉음 ……………………… 82
동래 부사 송상현 ………………… 94
졸장들 …………………………… 103
동래성 함락 ……………………… 127
양산 군수와 울산 군수 ………… 156
관비 금섬 ………………………… 162
초토화 작전 ……………………… 179

전국(戰國)시대 ----------------------- 194
나이토 죠안(内藤如安) ………… 194
쇼군(將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 … 205
노부나가와 요시아키의 대립……………220
쇼군의 근위장……………………………239
아시카가(足利) 막부의 멸망………………251
아사이(淺井)와 아사쿠라(朝倉)가문의 멸망 … 256

몽진------------------------------275
동인과 서인………………………………275
남쪽에서 올라온 장계……………………283
임금의 몽진………………………………306

노부나가와 천하 제패------------------318
다케다가의 멸망…………………………318
유키나가의 선택…………………………359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367
대장장이의 자식…………………………382
혼노지의 변란……………………………396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일본에 건너가, 일본 센슈대학( 修大)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수학했다. 1998년 박사학위를 취득해, 호남대학교 외국어학부 일본어전공에서 전임으로 근무했다. 2004년부터 본 작품을 구상하고 답사를 하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현재는 일본 메지로 대학(目白大) 한국어학과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유학중에는 일본 국영방송 NHK TV(안녕하십니까, 한국어 강좌)에 출연했고, 같은 방송국 라디오 부서에서 신문논조의 번역을 담당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어계 차용어 연구]와 [초급 일본어], [중급일본어]가 있고, 논문으로는 [외국지명에 대한 한자음역표기]등이 다수 있다.
현재 [한국일본어학회], [국제한국어응용언어학회] 이사, [일본한국어교육학회] 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김 서방은 남쪽 성문이 왜병에게 뚫린 후, 송 부사가 관아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왜병들을 피해 민가에 있는 가족들에게 달려갔다.
자신을 기다리던 마누라와 딸도 사태를 짐작했는지, 겁을 잔뜩먹어 얼굴이 창백해져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어린 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마누라의 품속에서 새액새액 숨을 쉬며 자고 있었다.
“왜놈들이 성안에 들어 왔데이.”
김 서방은 마음이 급했다.
“그라믄, 이 이제 어카믄 되는교?”
마누라는 창백해진 모습으로 입술을 떨며 말을 더듬거렸다.
“우선 빈집에 들어가 숨어 있재이, 그 방법밖에 없는기라. 퍼딱 서둘러라.”
김 서방은 왜병에게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뿐이었다. 많은 조선 사람들이 왜병의 창칼에 쓰러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터였다. 왜병들은 무지막지했다. 인정도 사정도 없었다.
“왜군에게 들키면 죽는기라. 꼭꼭 숨을 데 어디 없나?”
김 서방은 왜병의 눈에 안 뜨이기 위해서는 우선 관아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처자를 데리고 관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민가 중, 초가로 다가갔다. 인기척이 없어 김 서방은 문을 살살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양민의 집인 것 같았는데, 난을 피해 성을 빠져나갔는지, 세간이 어수선하게 널려져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김 서방은 뒤뜰로 이어져 있는 옆쪽 부엌으로 들어가 뒤뜰 쪽을 살폈다. 그곳에는 조그만 텃밭이 보였고, 부엌 옆으로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곳간이 있었다. 뒤쪽이라 앞마당에서는 잘 안 보이는 곳이었다. 입구에 짚으로 만든 가마가 문대신 위에서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김 서방은 가마를 걷어 올리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컴컴해서 잘 안 보였지만, 비어 있음이 틀림없었다.
“우선 여기 숨어있제이. 그라고 때를 바서 성을 빠져나가야 한데이.”
“어디로 도망을 간다 하는교? 알라들이 있는 데, 괘않겠습니꺼?”
“어디든 가야 안 하겠나. 성을 나가 산속으로라도 가야제. 우짜겠노?”
뾰족한 대답을 찾지 못한 김 서방은 언양댁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답을 하면서, 손으로 더듬더듬 짚으로 짜진 멍석을 찾아, 바닥에 깔았다. 입구 쪽에 가마니를 아래로 내리자, 달빛이 차단되어, 곳간 안은 암흑으로 변했다.
“우선 이곳에 몸을 숨기제이. 그라고 잠잠해지면 성을 빠져 나가는기라.”
“내는 알라들이 울까봐 걱정된다 아입니꺼?”
“설마 절마들이 이런 구석까지 뒤지지는 않을기라.”
성안 여기저기에서 살육이 계속되는지, 비명 소리와 왜군들의 고함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평화롭고 조용하던 일상을 보내던 그들이었다. 하룻낮과 밤사이에 죽음이라는 공포가 다가와서는,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이 상황이 부부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잠든 아들과 딸을 가운데 두고 김 서방과 언양댁은 아이들의 손을 꼭잡고 공포에 떨면서 그렇게 밤을 보냈다. 음력 사월이라 밤은 아직 추웠다.
아이가 치근대는 소리에 김 서방이 먼저 눈을 떴다.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입구에 쳐놓은 가마의 듬성듬성한 짚 사이를 뚫고 희뿌연 빛이 들어왔다. 밖에는 이미 여명이 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밤을 무사히 넘겼구나.’
김 서방은 아무 일 없이 밤을 넘긴 것에 조금은 안도를 했다.
‘이제 왜병의 눈을 피해 성을 빠져나가면 살 수 있다.’
하룻밤을 굶었던지라 동시에 허기가 느껴졌다. 어느새 마누라도 일어나 치근대는 아이를 안고 입에다 젖을 물리고 있었다.
“양식 넣어온 보따리는 어데 두었노?”
언양댁은 아이를 안은 채, 앉은걸음으로 몸을 움직이더니 보따리 속에서 보리를 꺼냈다. 그리고는 김 서방에게 아이를 맡기고 자신은 보리를 들고 곳간을 나가 부엌으로 향했다. 김 서방은 곳간을 나가는 언양댁을 보고 있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부리나케 쫓아나섰다.
“야아, 불을 피우믄 안된데이.”
“와요? 와 안되는교?”
보리를 양푼에 넣고 물을 붓던 마누라가 퉁퉁 부은 눈으로 대꾸를 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믄 왜군이 눈치챌 거 아이라.”
“그람, 이 보리를 어쩝니꺼?”
“그냥 이리로 가져오래이.”
“그냥 날로 묵어야지 우짜겠노.”
“알라들이 날보리를 먹을라 카겠습니꺼?”
“그라믄, 물에다 불렸다가 멕이믄 안되겠나.”
곡식을 끓이려고 아궁이에 불을 피운다는 것은, 왜군에게 날 잡아잡숴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언양댁은 아이들을 보면서 어찌할 줄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김 서방이 이렇게 한다는 듯이, 자신이 먼저 날보리를 입에다 넣고 씹었다. 처음에는 딱딱하고 보리 비린내가 입안 전체에 퍼져 씹기 힘들었으나, 침으로 불려가면 씹다 보니 조금 후에는 단물이 나왔다. 되도록 꼭꼭 씹어 삼키고는, 바가지로 장독에 있는 물을 떠다가 마셨다. 그는 입안에 남아 있는 씹다만 보리찌꺼기를 물과 함께 삼켜 입안을 헹구었다. 아이들에게는 물에 불린 보리를 건져 입에 넣어주고 씹도록 했다.
“내 퍼떡 바깥에 당겨 올란다.”
날보리를 씹던 김 서방이 물을 들이마신 후, 다짜고짜 하는 말에, 언양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과 걱정의 눈빛으로 김 서방을 쳐다보았다.
“와, 또 뭔일이 있는교?”
“성을 빠져나가려면, 왜병들이 어찌 움직이는지, 내 좀 바야 안되겠나?”
“조심하시이소, 글고 빨리 돌아오이소.”
“알았데이. 내 한 바퀴만 돌라보고 퍼떡 올란다. 알라들하고 예서 꼼짝말고 있그레이.”
김 서방은 걱정스레 바라보는 마누라에게 다짐을 주고 초가를 나섰다. 아침이 되었는데도 민가를 태우는 연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피어오르고 있었다. 김 서방은 되도록 몸을 숨기기 위해 큰길을 피했다. 여기저기에 조선사람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관아쪽으로 나아가, 동태를 살피던 김 서방은 왜병들이 관아를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고, 성 전체가 왜군에게 점령됐음을 알았다.
‘도망치길 잘했다. 아무튼 운이 좋았다.’
왜병에게 발각되는 것이 두려웠던 김 서방은 그 길로 가족이 있는 초가로 돌아왔다.
“성이 왜병들로 가득 찼데이. 예서 꼼짝 말고 숨어 있어야 된다.
잘못하면 큰일 난데.”
“다른 사람들은 다 우째 됐는교?”
“모르긴 몰라도 암튼 마이들 죽고 상했더라.”
“그라믄, 우린 우찌 합니꺼?”
“우짜긴? 죽은 듯이 밤까지 예서 있다가, 어두워지믄 그때 성밖으로 나가믄 될 끼라.”
“내사 이럴 줄 알았으믄 성으로 들어오는게 아인데, 잘못했다 아이가.”
김 서방은 성으로 들어온 것이 불찰이었다는 듯이 혼자 중얼거렸다. 네 사람이 편하게 누울 수도 없는 좁은 곳간이었다. 마누라와 아이들에게는 꼼짝 말라 하면서도 밖의 일이 걱정되는지, 마치새앙쥐가 쌀 곳간을 왕래하듯 그는 쉴 새 없이 들락날락했다.
해가 중천으로 오르자, 왜병들은 다시 민가 수색을 시작했다.
수천이 넘는 왜병들이 분산되어 민가를 뒤졌다.


-‘초토화 작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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