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하얀 비밀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21 10:10
  • 하얀 비밀
  • 성명순
  • 한글사랑, 자연, 독일
  • 2020년 01월 01일
  • 변형신국판
  • 979-11-5634-374-5
  • 15,000원

본문

언어 예술 작품으로써의 시

시는 놀랍고도 복합적인 언어 예술 작품이다. 간결하고 함축된 언어로 형태와 내용을 만들어 낸다. 행과 연, 운과 운율, 다양한 시상과 결부된 의성어와 의태어, 때로는 수수께끼 같은 비유와 상징 등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느낌과 감정, 기억, 연상 등을 불러일으키고 심금을 울리게 한다.
시어의 그와 같은 효과는 인간의 생리 현상에 기인할 때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실제로 뇌신경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느끼는 감각적 인상들은 기쁨이나 고통과 같은 마음의 상태, 그리고 언어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시가 신비로움에 매우 근접해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시인의 말•14
Geleitwort der Autorin•17

볼프강 구빈 교수, 독일 시인의 축사•21
Grußwort von Prof. Wolfgang Kubin, Dichter•23



문향•26
Das alte Teehaus•27

봄별•28
Frühlingssterne•29

겨울 강가에서•30
Am Flussufer im Winter•31

남산의 가을•32
Herbst auf dem Nam-San•33

남산의 겨울•36
Winter auf dem Nam-San•37



나무의 소리•42
Stimmen des Baumes•43

나무야 넌•46
Hallo, du Baum!•47

천년 소나무•48
Die tausendjährige Kiefer•49

마로니에 나무•52
Der ›Marronnier‹-Baum•53

연둣빛 물오름•56
Frühlingsgrüner Lebenstrank•57

겨울나무는•62
Baum im Winter•63

자작나무•64
Birken•65

삶•66
Leben•67

메밀꽃•70
Buchweizenblüten•71

산국화•74
Die Bergaster•75

풀꽃•76
Feldblumen•77

무궁화 I, II•78, 80
Mugunghwa – die sich nie erschöpfende Blume I, II•79, 81

늙은 호박•84
Der alte Kürbis•85

조롱박•88
Flaschenkürbis•89

해변 무궁화 황근•92
Gelber Hibiskus am Meer•93

동독에서 온 허브차•94
Kräutertee aus Deutschlands Osten•95

애반딧불이•96
Glühwürmchen•97

토끼•100
Das Kaninchen•101

꿀벌의 교향악•102
Sinfonie der Honigbienen•103



남한산성•108
Die Bergfeste Namhan•109

달빛 성곽•112
Stadtmauer im Mondschein•113

5일장에 가면•114
Auf dem ›Alle fünf Tage-Markt‹•115

송화 다식•116
Kiefernpollen-Gebäck•117

한반도를 위한 염원•120
Herzenswünsche für die koreanische Halbinsel•121



한글•126
Han‘gul•127

훈민정음(訓民正音)•130
Hunmin chongum – Belehrung des Volkes in den richtigen Lauten•131

왕의 선물•134
Königsgeschenk•135

누리별 한글•140
Han'gul – der Weltenstern•141

나래 편 한글•144
Han'gul auf mächtigen Schwingen•145



하얀 약속•150
Weißes Versprechen•151

벗•154
Teurer Freund•155

오라버니•156
Oraboni – hehrer großer Bruder•157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160
Auf einmal sich jemand nach mir sehnt•161

그냥 I, II•162
Einfach so I, II•163

첫눈에 반했어요•164
Bin verliebt in den ersten Schnee – Bin verliebt auf den ersten Blick•165

용서의 손•168
Meine Hand zur Endschuldigung•169

그대가 들려준 말 몇 마디•170
Worte, die du mir zuflüstertest•171

손편지•172
Handgeschriebener Brief•173

저 둥근 달 베어 물면•176
Wenn ich den runden Mond dort anbeißen würde•177



시•180
Gedicht•181

명작•184
Berühmte Werke•185

아호 <청라>를 받고•186
›Wilder Wein‹ als Dichtername•187

얼굴 하나에•190
In einem Gesicht•191

초승달•192
Die Mondsichel•193

나도 가을 할래요•194
Auch ich will Herbst machen•195

어느 집 앞에 피는 꽃 •196
Blumenblüte vor einem Haus•197

나무의 소리, 생명의 환희 – 성명순 시해설•198
Die Stimmen des Baumes – Erläuterung zu den Gedichten von Seong

Myong Sun•200
문향 <시평>•203
Das alte Teehaus (Zusammenfassung)•205

번역에 대한 작은 비고 언어의 신비 – 시의 신비•207
Kleiner Kommentar zur Übersetzung Mysterium Sprache – Mysterium Gedicht:•226

표지 글•249
Cover-Kommentar•251  

시인, 아동문학가, 시낭송가
육군 시낭송 지도강사
수원예술학교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인문학콘텐츠 개발위원, 국제PEN홍보위원,
현) 경기문학포럼대표,
현) 에이스케미컬 사회공헌팀 상임이사,
황금찬문학상 수상, 제9회 한국농촌문학상 수상. 수원예술인상.
시집 『시간 여행』, 『나무의 소리』, 『하얀 비밀』 출간

SEONG Myong Sun
Lyrikerin, Kinder-u. Jugendbuchautorin, Lyrik-Rezitatorin,
Leitende Dozentin für Lyrik-Rezitation des Heeres,
Leiterin der Kunstschule der Stadt Suweon (mehrfach),
Mitglied der Korean Writers’ Association für die Entwicklung humanistischen Gedankenguts,
Mitglied des PEN International Korean Center für PR,
Repräsentantin des Literatur Forums der Provinz Gyeonggi (aktuell)
Ständige Direktorin des Teams für Sozialarbeit der FirmaACE Chemical (aktuell),
Hwang Geum-chan-Literaturpreis,
9. Korea Farm village-Literaturpreis,
Künstlerpreis der Stadt Suweon,
Lyrikbände: Zeitreise, Stimmen des Baumes, WeißeGeheimnisse

한글과 독일어로 출간한 성명순 시집 하얀 비밀’, 알브레히트 후베(Albrecht Huwe) 교수 번역

 

아동문학가이자 낭송가로도 활동해 온 성명순 시인이 한독 시집 하얀 비밀을 펴냈다. 한글 시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함께 엮어 출간하기는 국내에서 최초이다. 성명순 시인의 시들을 독일어로 번역한 알브레히트 후베(Albrecht Huwe. 한국명 허배) 교수는, 47년 째 한글을 연구한 한글 전문가이다. 그는 독일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고 한국에서도 서울대·한양대·성균관대 등에서 강의를 해왔으며, 현재 덕성여대 초빙교수이다. 독일 본 대학교 명예교수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은 말 그대로 화제의 시집이다. 한국 시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두 나라 언어로 출간한 시집으로는 국내 처음이거니와 저자가 프로필에서도 밝혔듯이, 번역을 담당한 알브레히트 후베(Albrecht Huwe) 교수를 비롯하여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김유중 교수, 독일 Bonn대학교 중국학 및 동양학 명예교수인 볼프강 구빈(Wolfgang Kubin) 교수, 서예가 청농 문관효 선생, 김민지 화가 등이 시집 출간에 직간접 참여를 하였다는 점 그리고 시집 정장이 국내 시집 최초로 하드커버에다 고정 밴드를 넣어 고급스러운 다이어리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 시집이 한국과 오스트리아에서 동시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점 등이 특색이다.

 

 

지저귀는 건 사람들뿐이다

 

좋은 시는 항상 평론가의 비평 본능을 자극한다. ‘문향이란 시를 읽고 나면 누구나 이 시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싶다는 에너지가 꿈틀할 것이다.

성명순 시인의 사물 인식이 예사롭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긴장과 함축이다. 그런 메카니즘이 최대로 효과를 내는 곳이 바로 결구다. 이 시에서의 주제 의식은 결말 부분에 내비쳐지고 있다. 시의 미적 울림통은 마지막에 놓여 있는 법인데, 이 시가 이를 정확히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문장은 사물이 듣고 싶은 소리를 전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지저귀는 건 사람들뿐이다라는 결구 문장이다. 전 지구적, 생태적 관점에서 보면, 지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란 바이러스일 뿐이다. 시어는 말이 없어야 한다. 침묵의 언어여야 한다.

지저귀는 건 사람뿐이다라고 표현하는 데서 그녀의 회화적인 감성을 읽을 수 있다. 이 시를 읽는 쾌미, 미적 구조의 울림통 즉, 압권은 마지막 결구, 한 문장에 담긴 시인의 메시지를 의미재구성을 통해 소화해 내는 데 있다. 이 시는 시론을 시로 쓴 셈이다. 공자는 자신의 시정신을 사무사라 하였다. 곧 시를 보는 자신 속에 간사한 마음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는 시적 본질과도 맥이 통하는 내용이 이 시에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권대근)

 

 

 

동서양의 지성과 감성이 만나서 한데 어우러지고 엮여 완성된 한 편의 섬세한 앙상블

 

흔히 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제아무리 베테랑 번역가라도, 번역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군데군데 난관에 봉착하는 것은 피할 길이 없다. 이 경우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원작자와의 정서적인 교감은 필수적이다. 그에 덧붙여 원작을 뛰어넘는 창작적 노력과 고뇌 또한 요구된다. 이로 보면 그것은 어쩌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고자 하는 시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예술이란 원래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려는 도전 의지로부터 비롯된 것을.

 

이 시집은 동서양의 지성과 감성이 만나서 한데 어우러지고 엮여 완성된 한 편의 섬세한 앙상블이다. 이 이중주가 만들어내는 곡조는 두 세계 사이에 패여 있는 의식의 골을 건너뛰고, 이질적인 두 언어 사이에 가로놓인 낙차와 심연을 메워가면서 청자들에게 사색과 명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시인의 영혼은 시어 위에 수줍게, 단아한 모습으로 내려 앉아 있다. 그리하여, 존재의 시원에 대한 진한 향수를 담은 이들 시편은 우리의 내면에 잔잔한 감동으로 밀려온다.(김유종)

 

 

번역의 난관으로 작용하는 두 언어의 구조적 차이

 

그녀의 시에 사용된 언어는 간명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때론 공감각적으로 매우 함축적이고 상징적이다. 여러 연에 걸쳐 이어지는 문장들도 의미에 따라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시인의 뛰어난 표현력을 드러내는 여러 예 가운데 두 가지만 들어보자. <동독에서 온 허브차>에서는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자 찻잎이 맴돌며 찻잔 바닥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눈앞에 그려지듯 시어로 생생하게 구현했다. <용서의 손>에서 시적 자아는 실제로 말을 내뱉어 표현하는 것보다 오히려 말을 아끼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한국어와 독일어의 경우처럼 생략된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고 구조적으로 상반되는 두 언어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번역하는 것은 특히 더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사고(思考) 과정도 종종 매우 다르게 진행되는데, 번역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사고의 전환이 요구되거나, 문장이 완전히 해체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언어와 결부된 난관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어에서는 인칭대명사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중성, 여성, 남성으로 구분되는 독일어의 관사도 한국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쉼표와 마침표도 사실상 서구 언어에서 수입된것이다. 특정 접속사와 어미가 문장 부호의 기능을 대신한다. 시인은 이와 같은 언어적 전통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시에도 문장 부호가 드물게 사용된다. 그녀가 사용한 시어는 군더더기 없이 섬세하지만, 독일어로 번역할 때에는 대명사나 관사, 문장 부호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까닭에 번역본이 더 딱딱하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자연시가 지닌 메시지

 

시인은 <문향>에서 보듯이 몇 개 안 되는 연만으로도, 해묵은 소나무가 뜰에 서 있는 작은 찻집의 내밀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저 참새들이 열심히 지저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저귀는 건 사람들뿐이다로 이 시는 끝난다. 사람은 참새가 지저귀듯 별 의미 없이 재잘대곤 하는데, 이 시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시시한 잡담으로 그려진다.

참새나 나무와는 달리 사람은 자연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동고동락한 세월 / 틀어지고 휘었어도 / 하늘이 마실 오고 새들이 앉는 꽃마루에서 묘사되듯, 꽃과 하늘, 새들만 정답게 어우러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남한산성>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가하고 자연에 남긴 고통을 떠안은 나무와 그를 포함한 자연은 굽고 휘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지속될 수 있게 지켜준다.

바로 청라시인의 자연시가 담고 있는 메시지다. 시인은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사람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아는 것의 한계를 넘어 자연의 소리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거기에 더해 사랑으로 살아야 하는 게 나 자신을 비롯하여 우리들의 몫이고 실로 바람직스러운 삶이다 라는 메시지를 독자들께 전달하고자 노력했어요.”

 

한국의 청명한 가을날 아침, 맑고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나무의 생동감 넘치는 짙은 초록빛이 어우러져 함께 빚어내는 아름다운 광경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인으로 하여금 선명하고 정갈한 파랑과 초록으로 세상을 그려내게 한 시상(時相) 속에서 이 시들의 번역 작업도 시작될 수 있었다.(알브레히트 후베)

 

 

 

 

 

 

 

 

 

 

 

 

 

 

 

 

 

 

 

 

 

 

 

감사의 말

존귀한 고목古木(<연둣빛 물오름> 참조) 세상의 그 어떤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대지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채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서 있다.

그를 둘러싼 세상의 번영을 위해 존재하는 고목. 그의 선한 령이 은연중에 함께하여 한국어와 독일어가 나란히 담긴 특별한 시집이 빛을 보게 해주었다. 그런 까닭에 번역을 맡은 본인도 그 나무에,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위대한 고목들에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이번 번역 작업에 여러 면에서 함께해준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시 번역에 한껏 고취된 남편이자 아버지인 나에게 나무처럼 커다란인내심을 보여준 내 아내 소영과 식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번역자의 온갖 질문에 인내심을 갖고 늘 성실하게 답변해 준 성명순 시인께도 역시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시가 지닌 특별함에 대해 나눈 유익한 대화 덕분에 여기에 소개된 독일어 번역이 상당히 신뢰할 만한 결과물로 나올 수 있었다.

 

언어 예술 작품으로써의 시

시는 놀랍고도 복합적인 언어 예술 작품이다. 간결하고 함축된 언어로 형태와 내용을 만들어 낸다. 행과 연, 운과 운율, 다양한 시상과 결부된 의성어와 의태어, 때로는 수수께끼 같은 비유와 상징 등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느낌과 감정, 기억, 연상 등을 불러일으키고 심금을 울리게 한다.

시어의 그와 같은 효과는 인간의 생리 현상에 기인할 때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실제로 뇌신경학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느끼는 감각적 인상들은 기쁨이나 고통과 같은 마음의 상태, 그리고 언어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시가 신비로움에 매우 근접해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시의 번역 불가성

그에 따라 시는 종종 가장 번역하기 어려운 분야로 간주된다. 번역 자체가 가능한지 의문이 드는 한계 상황에 계속해서 처하게 된다. 어떤 관점에서 번역하느냐에 따라 번역이 가능하거나, 혹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시는 특별한 내용물을 담고 있는 그릇과 같다. 이러한 비유는 시의 번역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종종 사용된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그릇과 내용물은 일반적으로 기원이 서로 다른, 상이한 두 가지 물질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시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언어는 그릇에 해당하는 동시에, 그를 통해서만 내용물이 존재할 수 있다. , 시에서는 그릇과 내용물의 기원이 서로 다르지 않으며,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은 시에 대한 모든 견해와 독자와 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모두 해당된다.

언어와 결부된 시적 효과의 내부 구조를 고려하여 원칙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시가 지닌 고유성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 소실되기에 번역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현실의 한 측면일 뿐이다. 번역 실무에서 알 수 있듯이, 도착어는 내용물을 그 이상의 존재로 확장시킬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단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비록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시어의 손실은 감수해야 하지만, 그 대신 새로운 측면이 추가되기 한다.

따라서 번역자는 번역가능성, 혹은 번역불가성이라는 이론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번역에 착수해야 한다. 번역자가 대면해야 할 첫 번째 문제는, 도착어를 통해 앞서 말한 그 이상의 존재가 구현될 수 있도록 출발어에 담긴 내용물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번역자가 내용물을 가능한 한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 즉 해석에 관계된 도전에 맞서기 위한 방법에 몰두하는 것이다.

 

해석에 열쇠가 되는 육하원칙六何原則

이미 널리 검증된 방식인 육하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위해, 언제, 어디서, , 무엇 때문에 어떤 텍스트를 쓰느냐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누가에 대한 답은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개인적인 문학관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시인의 개인 신상

성명순 시인은 1968년 한국의 남동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라던 그녀에게 부모님의 사망은 그녀의 어린 시절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늘 성실하고 다정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그녀의 시 <늙은 호박><송화 다식> 등의 모티브로 구현된다.

(시인이 청년기를 보내던)당시 한국 정세는 군부독재 체제 아래에 놓여 있었다. 그에 저항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는 엄청난 양으로 투입되던 최루탄으로 제압당했고, 19805월 광주 학살 사건으로이어졌다.

당시 상황과 사건들은 시인의 개인적인 삶과 이 후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자연을 즐겨 소재로 삼는 시인의 문학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 참여적이거나 정치적인 맥락에서가 아닌, 자연시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한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가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자신의 처지를 나무에 투영한 것과는 다르다.

시인에게 있어서 1989년은 이후 작가로서의 성장과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해다. 그녀는 서울에 위치한 문예진흥원에서 문학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박동규 교수에게 시 창작 강의를 받았다. 문학적 스승이었던 그와의 만남은 그녀를 문인의 길로 이끌었다. 그녀는 성실하고 다정했던 스승을 떠올리며, “그분이 말씀하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시와 같았다고 회상했다.

박동규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인 그의 부친 박영종 시인과 문학적으로 동등하게 평가된다. 박영종 시인은 박목월이란 아호雅號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목월, 즉 나무와 달은 시인의 문학적 창작활동의 근간을 이루었으며, 소박함과 자연과의 합일이 작품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

 

나그네

 

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