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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1-12 14:53
  • 달의 명령
  • 이선자
  • 해드림출판사
  • 13,000원

본문

몽돌같이 동글동글 다듬어진 시()

우리는 아름다운 영혼을 갈고닦아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있다.

따라서 시작(詩作)은 우리의 영혼과 삶을 담아내는 아름다운 그릇을 빚는 일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아름다운 영혼과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며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시에는 시인의 영혼, 지성, 감성, 사랑 등 삶 자체가 용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선자 시인의 시()는 세월과 파도에 의해 동글동글 다듬어진 몽돌같이 내게 아름답고 정겹게 다가온다.

몽돌은 긴 세월 검푸른 파도와 하얀 포말에 의해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다듬어진 까닭에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펴내는 글 | 시인에 대해서 | 한명희(수필가) |4

해설 | 영혼의 치유를 위해 시의 키트를 들고 다가오는

시인의 온기를 느끼다 | 이충재(시인, 문학평론가)|141

 

1부 매일 꿈꾸는 여자

고양이 시계 | 12

검은 파도 | 14

가을, 기울어진다는 것 | 16

그해 겨울 | 17

여주댁 자화상 | 18

기일, 비망록 | 20

기일, 엄마의 봄 | 22

동치미 | 24

막국수 | 25

매일 꿈 꾸는 여자 | 26

벌우개 골짜기 -현곡 선생님 묘소에서 | 28

서리가을 | 29

신 제망매가 -운주사 동백꽃을 보고 | 30

은행알의 오체투지 | 31

엄마는 정년도 없다 | 32

엄마 -전화 | 34

엄마 -양녀 | 36

엄마 -오만과 편견 | 38

요양병원 201호 고요 속에 일어난 일 |4 0

요양병원 201호 그녀의 시간은 달콤하다 | 42

요양병원 404*페니아 | 44

우듬지 수줍음 | 46

챕터 -그의 한 시기는 | 48

혜화역 4번 출구 | 50

This too shall pass away | 51

 

2부 그 섬에 술집을 차리고 싶다

달의 명령 | 56

12월 별 | 57

가을, 에필로그 | 58

검은 등 뻐꾸기는 홀딱 벗고 | 60

계절이 바뀌어도 | 61

그 섬에 술집을 차리고 싶다 | 62

그의 목울대에는 무화과가 피었다 | 64

도서관 가는 길 | 66

장자를 읽고 우파니샤드를 읽고 | 68

마침표처럼 낮은 꽃 이마에도 봄을 찍는 | 69

밥 끓는 시간, 저녁 풍경 | 70

벚꽃 라떼 | 72

, 그리고 가을 | 73

봄은, 내게 | 74

비자림 | 76

사랑이 그리운 날에는 서점에 간다 | 78

사랑하다가 | 80

새별 오름 | 81

섬진강 매화 | 82

여름밤 풍경 | 83

월하정인 | 84

은빛 자작나무 심장을 열다 | 85

있잖아, 별이 있어서 그랬어 | 86

주방 예찬 | 88

정류장 | 90

플라타너스 나무에 걸린 불빛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의 그림을 보고 |91

 

3부 시를 등에 업고 있을 때

늙은 개 한 마리 | 94

같은 값 | 96

고양이 전래동화 - 꾸구리 | 98

고추장에 관한 기억 | 100

광릉내 정육점에는 | 102

그대 있잖아, 이제 사랑할래 | 104

내 나이 오십이 넘으니까 | 106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 천경자 그림 속에서 | 108

달 파라치 | 110

브래지어 후크 | 112

블루아워 | 113

(Bones)가 그대를 밀어낸다 | 114

사랑 | 115

새빨간 거짓말 | 116

시를 등에 업고 있을 때 | 118

아버지와 맘모스 빵 | 120

온도 | 121

아이덴티티 상실 | 122

오후 두 시, 매미 | 124

운주사를 찾던 그 날 | 126

유통기한 | 128

장마 | 130

진료 대기실에서 | 132

플랙스 | 134

햇살 한 줌 손에 꼭 쥐는 오후 |136

환상사지 | 137

골담초 | 138

빠삐용 보다 더 간절한 자유 | 140

 

 

그때는 고집이 세고 울보인 애들은 모두 다리 아래서 주워왔다.

남한강 다리 아래로 풀빵장사를 찾아갔다.

해가 물안개를 채 걷어내기 전

선진을 건 신륵사 스님 목탁 소리가 강물에 가 닿았을 때

그 신선하고 서러운 풍경을 보고 난 후

다시는 주워왔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세상에는 내가 선택하기만 하는 상황은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정체성도 찾지 못한 나이에 너무 이른 아픔으로

방황은 종지부를 찍지 않을 것 같이 마풍에도

가슴은 따갑고 아팠고

세상이라는 넓은 곳에 첫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허구한 날 지각으로 아침 회의 열외라는 상사의 특혜를 받았다

그로 인해 같은 동료에게 머리채를 잡혔음에도

무모한 배짱은 콧방귀를 뀌며 손사래를 쳤다

어두운 거리를 역량도 없이 동행도 없이 걷다가

다소 엉뚱하고 럭비공 같은 나는 한 남자와 공동으로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교양 떠는 내 입을 오리주둥이로 만들기도 하고

우아 떠는 얼굴을 일그러뜨려 목덜미를 뒤로 잡고

쓰러지게도 했지만

심장이 뛰게 기쁘게 하는 일로 힘든 기억은

저장 공간 에러로 만들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등단도 하고, 연사도 쓰고, 시도 가르치고

일상의 언어보다 시의 언어를 좋아하고

윌리엄 엠슨의 모호성을 즐기고

이규보의 귀신 붙은 시인 예찬론 역발상에 깔깔대고 웃는,

결핍을 알면서도 게으름에 이유도 적당히 붙이고 사는,

역시 시가 좋아 시마에 걸려 멋진 시인이 되기를 기도하는

나는 오늘도 좌충우돌 무모하기 짝이 없는 두 아이 엄마다.

 


동치미

 

그늘의 넓이가 더 넓어지는 저녁이다

냉장고 김치 통을 여니 겨울 꽃이 활짝 피었다

차갑게 여문 동치미에 손을 대본다

뒤창에 걸린 그믐달을 새가 물어오는 저녁

달의 얼굴에도 얼음 꽃이 붙어있다

밤꽃 진자리가 명당이지

한기를 두른 밤나무가 시린 이를 딱딱 부딪치는 저녁

나는 밤나무 허리를 감싸 안고

귀를 닫고 잠든 항아리 뚜껑을 연다

겨울 달빛이 하얗게 스며들어 꽃이 피었다

얼음 꽃나무가 달을 다 채우고 자라 무청처럼 자랐다

살얼음 피기에는 밤나무 아래가 명당이라 했다

무섭다고 징징대던 내게

맛있는 동치미 국수 만들어 준다고 했다

아버지 명당도 얼음 꽃이 피었을까

오늘 한기를 두르고 피워낸 얼음 꽃 명당 아래도 이렇게 차갑겠다

 

 

 

 

 

서리가을

 

꽃 떨어진 자리 위에 비가 내린다

 

100년 된 빈집에는 이야기가 쌓여

 

이내 자욱한 도린곁 풀 푸름이 가을임을 알게 한다

 

개울가 소국은 늦은 밤비에 더 은은하다

 

산돌림 사이 낮은 하늘은 더없이 작아 보이는데

 

비바람에 다급한 철새는 허리 안개 위에서

 

날갯짓 바빠진다

 

고요함 속에 젖은 하늘을 보니 여우별 사라지고

 

산보다 더 높은 그녀의 시간이 서서히 기울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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