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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2-16 15:36
  • 연필 이야기
  • 장은초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12월 10일
  • 신국판
  • 979-11-5634-439-1
  • 15,000원

본문

 

연필 이야기를 읽으며

발가벗고 춤추마를 떠올린 이유

 

장은초 수필가의 연필 이야기축하 글을 쓰려고 지난날을 회상하다 보니 눈물이 나려 한다. 내가 출판사를 창업하기 이전부터 문우로서 한세월 함께해 온 개인적 인연도 인연이지만, 해드림 출판사로서도 장은초 수필가는 잊지 못하는 존재이다.

해드림출판사는 200761일 문을 열었다. 창업 후 첫 출간한 책은 비손이라는 테마수필집이다. 당시 장은초 수필가를 비롯한 테마수필 회원들이 어머니를 소재로 쓴 테마수필 동인집이었다. 그해 12, 개인 작품집으로는 처음으로 장은초 첫 수필집 발가벗고 춤추마가 출간된 것이다.

창업 후 6개월 만의 감격이었다. 한 달이면 4~6권의 단행본이 출간되는 지금을 생각하면, 창업 당시는 쫄쫄 굶는 생활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첫 수필집을 상재한 장은초 수필가 자신보다, 발가벗고 춤추마를 받아든 내 감격이 더 클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 떨림이 산그림자 진 무논의 잔물결처럼 밀려온다.

장은초 첫 수필집 발가벗고 춤추마, 이처럼 내 출판 인생의 시원이나 다름없어서 더욱 잊지 못하는 것이다. 단순히 첫 수필집이라는 의미를 벗어나, 나의 출판 인생 시작과 더불어 해드림출판사 역사의 최정점에서 끈적끈적하던 지난날의 회한조차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출판사를 창업하기 전 두어 군데서 출판 일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출판사 운영자로서의 경력이 일천할 뿐만 아니라, 출판 시스템이 불안정하기 이를 데 없던 해드림에게 선뜻 자신의 첫 수필집을 맡겨준 저자이기도 하다. 이번 수필집 연필 이야기는 장은초 수필가의 네 번째 수필집이다. 앞서 이야기한 첫 번째 수필집 발가벗고 춤추마를 비롯하여 두 번째 수필집 엿을 사는 재미, 여행 수필로만 묶은 세 번째 수필집 집 나가면 개고생? oh no!, 그리고 이번 연필 이야기모두 해드림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이 또한 장은초 수필가가 내게 보여준 따뜻한 우정의 표징이다.

우리말에는 이란 접두어가 있다. 이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맨 처음으로 된또는 맨 위에 뜬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꽃국, 꽃잠, 꽃방, 꽃등, 꽃물 등이 그러하다. 해드림출판사나 장은초 수필가에게 발가벗고 춤추마는 꽃이다.

 

 

수필을 잘 쓰는 사람을 떠올릴 때면

붙박이처럼 떠오르는 작가

 

장은초 수필가는 내가 수필을 잘 쓰는 사람을 떠올릴 때면 붙박이처럼 떠오르는 작가이다. 앞선 세 권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이번 수필집 제목을 연필 이야기로 해서 장은초 수필가 답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수필에는 자신만의 톡톡 튀는 재기와 위트와 유머가 넘나든다. ‘글이 맛깔스럽다라는 표현은 장은초 수필에서 나온 표현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이다. ‘이라는 의미 외에도, 내가 발가벗고 춤추마를 잊지 못하는 이유 하나도, 이 수필집 표제로 삼은 발가벗고 춤추마라는 작품 때문이다. 장은초 수필가가 연필 이야기원고를 건네면서, 이번 수필집은 우리 둘째가 내주기로 하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나는 먼저 발가벗고 춤추마를 떠올렸다.

수필 발가벗고 춤추마에서 저자는, 중학생이 된 둘째 아들에게 시험 때마다 야전 사령관처럼 공부 지휘를 하지만 항상 자신의 기대에 못 미쳤고 성적표를 받아올 때마다 번번이 실망을 하곤 하였다. 그래서 저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녀석아, 단 한 과목이라도 좋으니 100점 좀 받아와 봐라. 그러면 내가 발가벗고 춤추면서 동네 한 바퀴를 돌겠다.”라는 말을 3년 동안 줄기차게 해댔던 것이다.

이후 어느덧 3학년이 되어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둘째 아들이 득의양양하게 현관문을 들어서며 말한다.

엄마, 이제 발가벗고 춤출 일만 남았네요!”

나는 엄마가 발가벗고 춤추는 걸 원치 않지만 엄마가 늘 그러셨지요. 자신의 말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요. 3년을 별렀던 일이니 우리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아요. 이왕 나설 거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노량진 전철역쯤에서 발가벗고 춤추는 게 어때요? 언제가 좋을지 아예 D-day를 잡을까요?”

여기서 저자는 이 아들의 엄포를 어찌 감당하였을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내고 있다.

 

녀석이 제 깐엔 기본 용돈에다 약속을 못 지킨 범칙금이란 명목으로 용돈을 두 배로 받아내기 위한 포석일 것이다. 그걸 모르지 않는 내가, 제아무리 지싯거린들 만만쟁이 노릇만 할까, 녀석이 아직 모르고 있는 듯하다. 제 어미가 구미호보다 더한 매구라는 사실을. 필히 발가벗고 춤춰야 한다면 그 장소는 노량진역이 아니라 저 학교인 국사봉중학교 운동장이 될 거라고 더 큰 엄포를 놓아야겠다. 좀 치사스럽더라도 뒷갈망은 하고 봐야겠기에.”

 

 

식감이 뛰어난 장은초 수필

 

위 글에서 보이는 저자의 기발한 발상은 단순히 저자의 생각이 아니라 장은초 수필의 특징을 상징한다. 그야말로 톡톡 튀는 사유들이 맛깔스러운 수필을 그려 내는 것이다. 이 작품의 전문을 읽어 보면 알지만, 나는 이 수필을 읽으면서 엄마와 아들의 한 치 양보 없이 밀고 당기는 재치를 어찌나 잘 풀어냈는지, 이 작품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원고를 보내며 둘째 아들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때 아들에게 주었던 범칙금이 연필 이야기로 돌아왔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지금 둘째 아들은 듬직한 대한민국 육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이제 중견 수필가가 된 저자는, 갓 등단한 15년 전만 해도 소녀 같은 티와 감성을 지녔던 수필가였다. 당시 수필을 향한 우리 열정은 순수하면서도 뜨거웠다. 그런데 이번 수필집 연필 이야기원고를 읽다 보니 어느새 며느리, 손자가 등장한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어도 장은초 수필가는 변함이 없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이사하여 좀처럼 얼굴 보기는 힘들어도, 시선을 조금 돌리면 언제나 해드림출판사를 향해 있는 그녀이다. 장은초 수필가의 문학 열정은, 한동안 몸이 아파 변곡점을 겪었지만 연필 이야기를 읽어 보니 역시 장은초라는 감탄과 미소가 절로 번진다. 수필집을 출간할 때마다 내게 작품 엄살을 부리지만, 어떤 독자에게도 자신 있게 내놓으며 제대로 된 수필의 맛을 보여주는 또 한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게 되어 흐뭇하다. 지난 2월부터 창궐한 코로나19로 풀기가 시들어가는 해드림이나 내게도, 연필 이야기화이팅같은 수필집이다.

네 번째 수필집 연필 이야기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장은초 수필가의 문학 인생 제2기의 출발이 되어, 다시 한 번 초심 때의 열정을 함께 되찾았으면 싶다.

 

차례

 

펴내는 글 내 인생길의 도반 04

 

1. 아버지, 나의 아버지

토마토를 키우면서 14

생돈 19

디디티(DDT)의 추억 25

기계치의 스마트폰 도전기 30

아버지, 나의 아버지 35

연필 이야기 39

우리 며느리 지은이 49

지적질도 죄가 되나요 54

새우깡 한 봉지 59

손자의 첫돌을 맞으며 63

 

2. 은은한 사랑

사랑의 콩깍지 70

박목월 선생의 갑이별 77

지어먹은 마음은 사흘 못 가지 82

은은한 사랑 88

양생 92

사물에 말을 걸다 97

내 사랑 말모이 101

김건모가 무슨 죄랴 105

댓글도 사랑이다 109

사투리는 지켜야 할 우리 문화 114

 

3. 태극기를 달 때마다

! 우리 대한민국 123

인감증명 한 통의 기억 128

까나리 액젓 133

친구야 미안해 137

태극기를 달 때마다 141

긴 연설과 짧은 연설 146

방패를 들고 오든지 방패에 누워 오든지 151

한 입에 두 혀를 갖지 마라 156

시구(詩句)에서 배우는 세상 162

오싫모를 아시나요 166

 

4. 못다 한 나의 여행 이야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 - 영국 172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 - 캄보디아 183

나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모로코 195

상상과 공상의 넘나들이에 사는 드라큘라 - 루마니아 206

 

축하 글 218

 


저자소개

 

*경북 포항 출생

* 문학저널 20회 신인문학상 수상(2005)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편지마을 회원

* 테마수필 필진

* 국제 환경박람회 백일장 환경부 장관상 수상(1999)

 

* 수필집 발가벗고 춤추마2007

엿을 사는 재미2012

집 나가면 개고생? oh no!2018

연필 이야기2020

* 공저 서른 살, 편지마을에서 띄웁니다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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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일부

1. 그 봄날의 행운

50대 이상의 연배들에게 초등학교 시절의 소풍을 떠올리면 연상 단어처럼 떠오르는 말은 보물찾기가 아닐까? 그 시절 소풍날에 미치도록 찾고 싶었던 보물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아스라이 남아 있음 직하다.

초등학교 6학년 봄소풍 날의 에피소드가 춘풍추우 수십 번이 지나도록 나는 잊히지 않는다.

편편한 저수지 둑에 둘러앉아 반 친구들과 수건돌리기 게임을 하던 중 나는 다급한 요의를 느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약간 으슥한 풀숲으로 찾아들었다. 볼일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 아래쪽 풀숲에 교감 선생님이 계셨다. 나와 같은 볼일로 그곳에 계시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교감 선생님이 작은 나뭇가지와 풀숲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 맞다. 이따가 보물찾기를 하려는구나!’

나는 풀숲에 옹크리고 앉아 교감 선생님이 나가시기만을 기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딴생각은 없었다. 열심히 숨기기 작업을 하시는 교감 선생님이 나로 인해 산통이 깨져 난감해하실까 봐, 쥐죽은 듯 납작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교감 선생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더니 풀숲을 빠져나가셨다. 그제야 나는 몸을 일으켰다. 지남철에 끌린 쇠붙이처럼 조금 전 교감 선생님이 계시던 자리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몰래 눈대중해 놨던 곳을 살피니 조그맣게 접힌 쪽지가 보였다. 가슴이 콩닥콩닥 두방망이질을 해댔다. 풀숲에서 눈에 띄는 대로 펼쳐보니 모두가 숫자가 적힌 보물 쪽지였다. 아닌 밤중에 찰시루떡이 아닌가! 나는 일단 4장만 주머니에 찔러넣고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은 채 풀숲을 나왔다.

 

드디어 소풍의 대미를 장식할 보물찾기 시간이 되었다. 6학년 전체 아이들은 일제히 보물을 찾아 눈에 불을 켠 듯 샅샅이 풀숲을 휘젓고 다녔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저수지 둑에 앉아 삘기를 뽑으며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다.

빈손으로 허탈하게 돌아오는 친구 셋에게 보물을 한 장씩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어디서 이렇게 많이 찾았느냐며 나를 신통방통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호루라기를 부는 교감 선생님 앞으로 달려가 보물 쪽지와 상품을 교환 받았다. 1등인 나는 연필 5자루, 친구들은 3자루 2자루씩을 받았다. 그 시절 연필 5자루가 어디인가?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다. 내 덕에 덩달아 연필을 거머쥔 친구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한동안 나에게 깍듯했음은 물론이다. 잘 깎이고 침을 묻히지 않아도 또박또박 예쁜 글씨가 써지던 하늘색 향나무 연필 다섯 자루의 행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꾀자기 계집아이가 저지른 반칙이라 여기며 께름칙한 기억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에서야 나는, 그 봄날에 내게 굴러온 연필 사랑의 행운이었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_‘연필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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