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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12-23 16:30
  • 황혼의 뜨락 풍경
  • 한판암
  • 해드림출판사
  • 2021년 01월 01일
  • 신국판
  • 979-11-5634-443-8
  • 15,000원

본문

한 권 한 권 수필집 발간이

필자에게는 또다른 역사

 

수필집 [황혼의 뜨락 풍경]은 한판암 수필가의 16번째 수필집이다. 18년여 수필가로 활동하면서 열여섯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였으니, 한판암 수필가의 창작 욕구와 열정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금까지 출간된 16권 모두 300쪽 넘는 분량으로 채워져 있다. 이 가운데 두 권이 우수도서인 세종도서 혹은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되었다.

한동안 손자 유진이 양육 에세이에 천착해 오다가, 이번 [황혼의 뜨락 풍경]은 다양한 소재로 꾸몄다. 수필 한 편 한 편이 학자 출신답게 정성을 다하고 꼼꼼하게 짜여 있음을 느낀다. 한판암 수필가가 발표하는 한 권 한 권의 수필집은 필자에게도 하나의 역사이다. 왜냐하면, 열여섯 권의 수필집을 모두 필자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충무로에 있던 모 문예지 편집장 시절부터, 그곳을 나와 항공대학교 내 모 출판사에서 일을 할 때, 그리고 해드림출판사를 창업한 이후, 모두 필자 손을 거쳐 수필집이 출간된 것이다.

 

수필집 출간 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어디를 가든, 어떤 문학단체를 만들거나, 문예지를 발간하든 한판암 수필가는 필자와 언제나 함께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해드림출판사 홈페이지가 13년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13년 동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어와 올라오는 글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아주는 이도 한판암 수필가이다. 하루라도 홈페이지에서 흔적이 안 보이면 혹여 무슨 일 있나 걱정이 되어 우리 편집장이 바로 전화를 할 정도이다.

해드림출판사 홈페이지를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것이다. 요즘처럼 페이스북이다 트위터다, 카카오스토리다, 벤드다, 인스타그램이다, SNS가 넘쳐나지만 오로지 해드림출판사 홈페이지에서만 활동하고, 또 홈페이지를 지켜준다. 그야말로천연기념물 같은 인연이다.

 

황혼의 뜨락 풍경, 저자가 말하다

 

어린 시절 백발이 성성한 어른들의 고매한 기품과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전매특허였던 참모습이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그를 해소시킬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제 내가 그 비슷한 세월의 강을 건너고 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늦었지만 지금의 나를 통해서 황혼의 뜨락 언저리를 걷고 있을 모습을 대충이라도 그려볼 수 있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올곧은 자취는 묘연하고 아리송해 조우할 길이 막연했다. 끙끙대며 온갖 궁리를 거듭하다가 글 쪽으로 생각이 미쳤다. 지난날을 생생하게 되살려 볼 수 있는 동영상 같은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맹랑한 처지에서 황혼 초입부터 띄엄띄엄 써뒀던 글들을 줄 세우고 꿰맞춰 어림하는 차선책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도 이리라.

 

어느 시기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고심을 거듭하다가 이순의 끝자락부터 다섯 해 동안 썼던 글을 중심으로 묶어 책으로 펴내서 황혼의 숨겨진 민낯과 만남을 겨냥했다. 이런 목적의 범주에 포함되는 글이 일흔아홉이었다. 이 중에서 다섯을 제외한 나머지는 2014~2018년 사이에 세상에 선을 보이며 얼굴을 내밀었던 분신들이다. 결국, 이들은 거의가 이순의 마지막 해부터 일흔의 중반 무렵에 이르기까지 다섯 해 동안 생각하고 고민했거나 느끼며 깨달았던 증적이고 삶의 흔적을 그러모은 모음이다. 따라서 이 흔적들을 통해 황혼의 뜨락 풍경을 넌지시 건네다 보면 지난 시절 무심코 지나쳤던 나의 참()과 얼추 흡사한 모습을 상견할 수 있으리라.

 

현실 그대로 황혼의 발자취를 더듬기 위해서 글을 영역별로 나누어 인위적인 갈래를 짓지 않기로 했다. 시나브로 하루하루 자취가 켜켜이 쌓이면 자연스레 역사가 되듯이 글 또한 마찬가지 이치라는 견지에서 그렇게 결론지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일흔아홉의 아람은 글을 쓴 날짜순으로 차례를 세운 다음에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 여섯의 작은 묶음으로 갈라서 편집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나뉜 여섯 마당에 차례로 대장간, 산의 품에 엎어지는 연유, 청천벽력, 인산과 자평, 감나무 예찬, 컴퓨터와 나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한편 이들 글 모음의 표상인 책의 얼굴에는 황혼의 뜨락 풍경이라고 새기기로 했다.

 

자고로 일흔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인 종심(從心)에 이른다하여 종심불유(從心不踰)라고 이르지 않던가. 아마도 이 시기의 생각이나 고민은 혼탁한 세속으로부터 한발 비켜서서 객관적인 가치관이나 철학을 바탕으로 자성이나 성찰을 하리라는 뜻으로 이른 선지자의 말씀이었지 싶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엮어내는 책을 통해 온새미로 모습을 드러내는 내 황혼의 실상이 다른 사람의 눈에 과연 어떤 자태로 각인될지 당최 궁금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봐도 자신이 없어 어딘가 외진 구석을 찾아 꼭꼭 숨고 싶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수준과 모양새가 숨김없는 내 진면목인 것을 말이다.


작가의 말 자화상을 그리려다가 04

 

. 대장간

대장간 | 16

결혼 서른여덟 주년 | 22

만추 편감 | 26

섬마을 총각 선생님 | 30

새해 원단의 희망가 | 35

고희의 언저리 | 40

한겨울의 이사 | 44

삶의 궤적에 옹이 | 49

감사와 정성의 징표 | 53

삶 즐기기 | 59

여자의 네 가지 덕 | 64

과유불급 | 68

자식 농사 | 72

이의 항명과 응징 | 77

 

. 산의 품에 엎어지는 연유

전세권 설정 | 82

냉담 | 87

낙엽 단상 | 91

겨우살이 준비 | 94

몽환 속 춘향 | 97

을미 원단의 돋을볕 | 103

너를 들이지 못하는 까닭 | 108

새내기를 위한 붓방아 | 113

정월대보름의 조명 | 116

어떤 딸깍발이의 이모작 준비 | 120

산의 품에 엎어지는 연유 | 124

진국 | 129

여보나도족 | 134

 

. 청천벽력

치아의 하소연 | 141

청천벽력 | 145

추락 | 150

블랙아웃 현상의 검진 결과 | 155

되새겨 보는 오복 | 159

부곡 모꼬지 | 165

새벽을 여는 등산 | 171

요산요수 | 176

사지의 유래와 시사점 | 180

정유 원단의 발원 | 185

이사 온 에어컨 | 190

내게 수여 된 훈장 | 194

길은 예와 같건만 | 198

 

. 인산과 자평

인산과 자평 | 204

월영대를 노래한 10인의 시비 | 209

다섯 친구의 봄나들이 | 216

섧고 애달픈 영면 | 221

또 잊은 아내의 생일 | 226

홋카이도와 H 박사 | 232

여창에 투영된 홋카이도의 편린 | 237

주남저수지와 연꽃 밭 | 242

내가 나를 교육하는 문학수업 | 247

우포늪과 가시연꽃 | 252

장수에 대한 욕심 | 256

벼랑 끝에 몰려 임플란트 | 260

벌초에 불참 | 265

 

. 감나무 예찬

내 생을 돌아봄 | 271

나이가 많다고 | 276

덧셈과 뺄셈 | 281

가을 앓이 | 286

감나무 예찬 | 290

다시 주례를 준비하며 | 295

답답 그리고 곤혹 | 300

다음 닭띠의 해까지 | 304

무탈 기도 타종식 나들잇길 | 308

글에서 오자 문제 | 313

저도 비치로드 | 319

순매원으로 탐매 여행 | 324

봄을 시샘하는 눈 | 329

 

. 컴퓨터와 나

암탉이 울면 | 336

비우당과 청빈 | 340

무심코 뒤돌아보다가 | 345

지독한 고뿔 | 350

운전면허증 갱신 | 354

스승의 날 유감 | 358

숨 가쁜 여름나기 | 361

새 등산화로 바꿔 신으며 | 366

어처구니없는 제사 | 370

사후 상속 | 375

또 깜깜해진 기억 | 378

순천으로 문학기행 | 382

컴퓨터와 나 | 387

 

 

저자는 경남 마산의 경남대학교에서 평생 젊은이들을 가르치다 정년 퇴임했다.

공과대학 교수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듯하지만, 일찍이 18년여 전 수필가로 데뷔하여 어느덧 중견 수필가로도 문단에 자리하였다.

그간, 우연, 월영지의 숨결, 행복으로 초대, 절기와 습속 들춰보기, 8년의 숨가쁜 동행(2014년 세종도서 선정), 가고파의 고향 마산, 말밭 산책(2019년 문학나눔 선정 도서) 13권 여 에세이집 등을 발표했다.

현재, 마산문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적을 두고 있으며, 문예지 [시와늪] 명예고문 및 심사위원, [문예감성] 심사위원, [출판과 문학] 편집고문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경남신문 객원논설위원과 경남IT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경영학 박사)이다.


겨우살이 준비

 

어쩌다 보니 우리 집 올 겨우살이 채비가 얼추 끝난 모양새이다. 그 옛날 뒤주에 쌀을 가득 채우고, 김장을 하고, 땔감을 준비하면 삼동 날 준비를 너끈하게 끝낸 것으로 여겼다. 소설(小雪)을 이틀 지난 월요일 종일 비가 내렸다. 어쭙잖은 봄비를 연상할 초겨울 비 밑이 몹시 질겼다. 아파트 입구 길 양쪽과 단지 내의 조경수와 주변의 비탈진 산기슭에 자생하는 나무를 위시해서 다양한 활엽수가 만산홍엽의 흥취를 돋우고 있었다. 그런데 비를 맞으며 뭉텅뭉텅 떨어지고 있었다. 흐드러진 단풍이 풍성해 이 가을 쓸쓸하지 않고 넉넉했었다. 그런데 오늘이 지나면 깡그리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녹록지 않은 겨우살이 준비에 들어가리라.

 

인동(忍冬)의 세월을 견뎌낼 자연의 섭리는 예외가 없지 싶다. 그런 까닭에서 선조들은 가을이 깊어지면 땔감을 허청(虛廳)에 그들먹하게 쟁여 비축해 두었다. 아울러 가을걷이 햇곡을 방아 찧어 양식을 곳간 독에 가득 채웠다. 거기에 더해 김장을 담가 김칫독을 땅에 묻는 것으로 겨우살이 준비를 마쳤다고 여겼었다. 이런 맥락이라면 우리 집은 다가올 삼동에 대한 대비는 야무지게 마쳤다. 이 준비가 우리 내외의 주변머리가 출중하여 슬기로운 지혜로 거둔 결과와는 거리가 멀고 괴리가 있다.

 

지난 104(음력 911) 선친 기제사 날에 셋째 여동생이 배추김치를 넉넉히 보내와 최근까지 먹었다. 그런데 열흘 전쯤에는 막내 여동생이 총각무 김치와 동치미를 각각 흘러넘칠 만큼 보내주었다. 또한, 어제 선영(先塋)에서 모신 문중의 시사(時祀) 길에 만난 막내 여동생이 배추김치를 담가서 두통 택배로 보내려고 짐을 꾸려 놨다고 했다. 이 김치가 도착하면 우리 집 올겨울 김치 담그기는 전()을 펴지도 않고 광을 가득 채운 꼴이다.

 

어제 일요일의 일이다. 조상을 받드는 문중 시사 길에 셋째 여동생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고구마 한 박스를 비롯해 이것저것 주섬주섬 싸주어 민망했다. 오죽했으면 살림 거덜 난다고 말렸을까. 그러면서 자기 집에 김장할 때 넉넉히 담아 또 보내 주겠노라고 하여 염치가 없어 사양하는 시늉을 했다. 또한, 둘째 누님댁에 갔더니 역시 고구마 한 박스와 쌀 한 포대를 차에 실어 주시는데 못 이기는 척하고 넉살 좋게 받아가지고 왔다.

 

여기저기에서 주는 대로 사양하지 않고 잔뜩 싣고 집에 돌아왔다. 아파트 출입구 앞에 주차시키고 손에 닿는 대로 짐을 내려 네 번인가 집으로 옮기고 나서 사달이 발생했다. 마지막 남은 쌀자루가 너무 무거워 아내와 둘이서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며 쩔쩔매던 찰나였다. 같은 출입구를 사용하는 장년 하나가 귀가하다 그 꼴을 보고 번쩍 들어 엘리베이터에 옮기더니 2층인 우리 집 현관 안쪽까지 들어다 주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쌀을 옮겨준 이에게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지 못해 큰 빚을 진 기분이다. 이사 온 지 한 해가 되어도 2층에 사는 관계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 이웃들과 수인사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 때문에 같은 출입구에 함께 사는 46가구 중에 얼굴을 제대로 익힌 경우가 거의 없다.

 

땔감을 준비하고, 월동용 양식을 곳간의 독에 가득 채우며 김칫독이 넘쳐 날 만큼 김치를 담그면 왠지 든든하다. 그런 관점에서 삼동 준비는 야무지고 옹골지게 마무리했기에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느긋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겨우내 좋은 글이나 실컷 쓰도록 진력할 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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