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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7-02 13:24
  • 블루스타킹
  • 이향숙
  • 해드림출판사
  • 2021년 6월 30일
  • 신국판
  • 979-11-5634-461-2
  • 15,000원

본문

성우 이향숙만의 선명한 에세이집

 

하루하루 쳇바퀴 돌 듯 지내다 문득 고향 하늘을 바라보면 잊고 있던 시간 속 사람들이 손짓한다. 여태 내 두 발이 온전히 땅에 닿지 않았는지 한 발은 허공을 차며 수시로 헛발질을 해댄다. 내게, 글을 쓰는 일은 어쩌면 그 헛발질로부터 비롯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이곳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내 안의 결핍을 채운다. 더러는 내 안의 불안을 날숨에 섞어 내보내며 평온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글을 쓰는 촉발제가 되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성우 이향숙 저자가 이번 에세이집 블루스타킹을 펴내며 하는 말이다.

 

현재 미국 애틀란타에 거주하는 성우 이향숙 저자는, 민혜 수필집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가운데 20편이 넘는 낭송을 보내와 깊은 인연을 맺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자신의 에세이집 블루스타킹을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34년 동안이나 방송에서 성우로 활동한 전문 목소리 연기자이다. 따라서블루스타킹또한, 조만간 저자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어간 영상을 해드림출판사 유투브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2007년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이번 블루스타킹은 지금까지 수많은 에세이집을 출간하면서 느끼지 못하였던 이향숙만의 선명한 에세이집이다. 한편, 저자 여고 동창인 민혜 작가의 53년 동안 쓴 어머니 일기를 묶은 어머니의 불블루스타킹과 동시에 출간되었다.

 

세상의 누군가에게 닿아

잠시라도 고개를 끄덕여 준다면

 

저자는 한때 테네시의 낙스빌이라는 작은 도시에 머물고 있었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 어느 날, 동네 교회로부터 워터 글라스로 연주하는 캐럴이 맑은 울림으로 날아와 가슴에 꽂히는데, 그 느낌이 진한 슬픔인지 지독한 외로움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밤이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만 바라보던 그 시기엔 뭔가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글이 좀 모아진 어느 날, 컴퓨터를 오작동하며 그동안의 분신들이 증발해 버렸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상실감에 그날 밤은 저자는 펑펑 울었다.

 

저자에게는 20대의 어느 시기를 함께 여행 다닌 어수선스라는 별명을 가진 4명의 친구가 있다. 저자를 포함한 셋은 미국으로 오게 되었고, 혼자 한국에 남은 Y는 교장 선생님으로 은퇴한 후,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과로사할 만큼 바쁜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친구인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 친구는 마치 엄마처럼 든든하게 말했다고 한다.

외장 하드를 하나 보내줄 테니 이제부턴 다 거기에 보관하고 날려버리는 일 없도록 해.”

저자가 절망의 끝에서 글을 다시 쓸 힘을 얻게 된 건 바로 고마운 친구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모인 수필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보이게 되었다. 이 아메리카 대륙이 꿈의 땅이 아니라 어디서나 그렇듯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그래서 만나는 사람과 풍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 새로운 삶을 이어온 땅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는 저자이다. 좀 늦은 나이지만 적응하려 애쓰며 만나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단다. 그런 소소한 삶의 관조들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닿아 잠시라도 고개를 끄덕이는 공감을 나눈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 · 4

 

 

1_ 살며 사랑하며

리아(Rhia) 12

벼룩시장(Flea Market) 20

겨울비 26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31

블루스타킹(BlueStocking) 35

초록요정 압생트 40

사라진 연애세포 47

하모니에 관한 사색 52

5월엔 다시 행복하기를…… 56

기억의 단편 60

내 등을 토닥이는 가을 65

계절의 끝에서 70

12월엔 못다 한 것들에 축하를 73

내가 나에게 78

여행의 이유 84

사랑과 우정 사이 어디쯤 91

긴 꿈 98

질투의 이름으로 107

이름 모를 별에 보내는 편지 113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118

Appendix. 억새 125

 

 

2_ 음악과 영화 사이

하비샴의 왈츠 152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157

그대 눈 속의 바다 162

슬픈 듯 슬프지 않은 슬픈 것 같은 이별 166

명동콜링 171

더 뮤직 플레이드(The Music Played) 175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179

비틀스와의 재회 182

벨벳 골드마인(Velvet Goldmine) 187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191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196

언포겟터블(Unforgettable) 201

가을 아침의 선곡, 바흐 210

다래끼(Sty)의 요정과 영화 버닝 216

봄처녀 227

개츠비의 사랑 230

아버지의 노래 235

첫사랑의 연가 242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252

쇼팽의 발라드 1256

Appendix. 한여름 밤의 추억(모노 뮤직 플레이) 260

저자는 성우로서 34년의 방송생활 후 2007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주하여, 2007년부터 3년 동안 애틀랜타 중앙방송(JBC) ‘이향숙의 세상의 모든 아침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하였다.

20201~3월까지 둘루스 한인문화센터에서 시 낭송반 강의를 맡았다.

1996KBS 성우 최우수 연기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6년 애틀랜타 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더 뮤직 플레이드The Music Played

 

피아노 연주자는 영화 위플래쉬의 광기 어린 스승 J. K. 시먼스를 닮았다. 자유로운 애드리브의 피아노 선율이 빗물처럼 흐르기 시작한다. 삶의 질곡이 녹아있는 아름다운 주름살을 깊게 만들며, 블론드 헤어의 가수는 온몸으로 파도치며 노래한다. 일요일 저녁의 조그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비로소 작은 소음들조차 잦아들며 음악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노라 존스의 돈 노우 와이로 시작되는 그들의 음악은 진행 중이던 대화를 멈추게 한다. 약간의

허스키가 섞인 그녀의 목소리는 재즈풍으로 피아노 리듬을 타며 리스너들의 어깨를 움직이게 만든다.

장르를 불문하고 뮤지션이 연주를 시작하면 관객은 그들에게 집중하여 들어주는 것이 음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내가 빠져들 수 있는 음악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나와 다른 감성의 남편은 음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까닭에 함께 한 일행과 가진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음악보다 데시벨을 더 높여 말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대화를 빨리 끝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라이브 음악이 시작되면 잠시 쉬어갈 순 없을까? 그 순간만큼은 적어도 그 노래가 주는 아련함 속 먼 기억으로 날아가 보거나 최근의 달콤한 기억에 잠시 머물 수는 없을까? 꼭 그러진 않더라도 그냥 그 음악을 들려주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바라봐 주기만 할 순 없을까? 이런 나의 바람은 지나가는 바람처럼 아무 힘이 없을 테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언제나 고개를 쳐드는 이 고집스러운 불편한 심정은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성질 급한 나는 그만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추라는 수신호를 보내고 만다.

음악은 가슴으로 들을 때 비로소 듣는 사람의 것이 되고, 함께 같은 음악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깊은 공감대는 아름다운 하모니다. 물론 혼자만의 시간 동안 음악이 주는 위로나 행복은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그 음악은 내게 닿으면서 향기가 된다. 나는 각각의 음악이 내뿜는 서로 다른 향기에 취하는 순간을 사랑한다. 음악은 내게 와서 때로는 화려한 장미로, 때로는 슬픈 안개꽃으로 피어난다. 불행하게도 이런 현상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일찍이 알긴 했지만,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춰주면 좋겠다는 게 작은 염원이다. 날것의 감성으로 복잡한 많은 생각보다 본능이 원하는 것을 정직하게 행하는 그의 야생성은 젊은 날의 날 사로잡기도 한 부분이지만 말이다. 물론 자기 나름의 기준이 있어서 누군가를 방해한다는 생각의 경계선이 나와는 다르다. 모든 것에 대한 공감이나 모든 것을 대하는 기준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첨예하게 느끼도록, 함께 한 긴 시간 동안 내게 가르쳐준 덕분이다.

피아노 연주자와 블론드의 가수는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는다. 음악이 흐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까. 멧 먼로의 더 뮤직 플레이드로 음악이 바뀌었다. 멧 먼로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속아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로 착각했던 가사는 슬픈 이별을 노래한다. ‘가슴의 말을 고백하지 않아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춤추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가 함께 듣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마지막엔, ‘당신의 사랑을 잃었을 때 그 음악은 흐르고 있었다.’로 끝난다. 사랑의 마음은 표현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별 후에야 알게 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노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요일 저녁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와인과 잔잔한 대화들로 분위기가 무르익어간다. 결코, 모든 사람을 위한 게 될 수는 없겠지만 음악은 흐른다. 간간이 음악보다 높은 데시벨의 목소리는 나를 막막하게 한다. 연주가 끝나면 제일 음악을 열심히 감상한 사람처럼 브라보를 외칠 거라는 걸 안다. 그건 어느 정도 그의 진심이기도 하고 나름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음악은 누구에게든 완벽히 외면당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 내면에서 일어나 부딪히던 감정들의 충돌과는 상관없이 그날 밤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또 하나의 아련한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진다(영화 Whiplash : 2014년 영화.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곡의 제목.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학생에게 폭언으로 무섭게 교육하는 광기 어린 스승 플래쳐 교수를 연기한 J. K. Si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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