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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0-07 11:02
  • 첫사랑 결혼
  • 박성숙
  • 해드림출판사
  • 2021년 10월 09일
  • 변형신국판
  • 979-11-5634-476-6
  • 15,000원

본문

옹달샘의 맑은 물이 넘치는 것처럼

 

많이 망설였다.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글이 부끄럽기만 했다.

오롯이 우리들의 이야기여서 특별하다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보았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나는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세상을 돌아다녔다. 긴 시간 약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책을 통해 자유로울 수 있었다. ‘삶은 무엇인가?’ 그 답을 찾아 깨달음과 수행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다카하시 신지의 책 우리가 이 세상에 살게 된 7가지 이유는 인생 전환점이 되었다. 채워지지 않고 갈증이 났던 마음에 옹달샘의 맑은 물이 넘치는 것처럼 감사와 행복이 가득 찼다. 이상할 정도의 심리적 변화였다. 인도의 영적 스승 마하라지의 아이 앰 댓은 나의 마지막 책이 되었다. 늘 화두처럼 따라다녔던 물음에 더 이상 답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책을 읽는 지경을 넓혀 취미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말하는 것에 비해 글쓰기는 어려웠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지역 약사회의 회지에 글이 활자화되어 나왔을 때 참 기뻤다.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한 방법이다.

정리되지 않은 채 쌓아 놓았던, 깊숙이 가라앉고 숨어 있던 무의식을 건져 올려 밖으로 꺼내놓는 일이다.

언젠가 책을 출간하려는 꿈을 가졌다. 막연히 첫아이 결혼할 때 출판하려고 마음먹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첫 마음은 빛이 바래갔다. 글쓰기에 대한 초기 열정이 사그라지고 늘지 않는 재주에 대한 실망으로 출판 계획은 사라진 듯했다. 드디어 딸은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 날짜를 잡았다. 딸의 결혼을 소재로 글을 썼다. 제목이 첫사랑 결혼이다. 딸은 너무나 좋아하고 행복해했다. 이 일로 까맣게 잊고 있던 책 출판의 유령은 되살아나 재촉했다. 결국, 보잘것없고 부족한 글을 모아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 어릴 적 동시 짓기를 곧잘 했던 딸의 동시 몇 편과 나의 수필을 함께 엮었다. 자식의 결혼도 처음, 수필집도 처음이라 서툴고 어설프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할 수 있음에 큰 의미를 둔다.

 

이 책을 출판하는데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가족과 재주를 주신 나의 엄마 한정순여사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수필 동호회 문우들에게도 따뜻한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는 기운이와 희경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기쁨이 항상 가득하길 기원하며 이 책을 선물합니다!

 

 

 

 

1 첫사랑 결혼

키스 · 17

그날 밤 · 22

응답하라 내 청춘 · 27

러브레터 · 33

행복이란 · 38

신혼여행 · 42

첫사랑 결혼 · 47

친구에게 가는 길 · 53

 

 

2 화해

꿈꾸는 자의 고백 · 63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 68

더 프리스츠(The Priests) · 76

화해 · 80

봄의 위로를 보내다 · 86

눈 내리는 하루 · 89

음악 속의 남자들 · 94

나는 대기 중이다 · 99

정서가 안 통해! · 105

 

 

3 할머니의 눈빛

매력 자본 만들기 · 113

못 믿을 그놈 목소리 · 119

내 몸이 왜 · 123

자기사랑 · 127

명품 접시 · 131

사십과 오십 사이 · 135

세희 할머니 김치통 · 140

할머니의 눈빛 · 145

멀미 불안 · 150

 

 

4 일상을 지우고 기억을 채우러 떠난다

엄마의 부엌 · 159

희수 이야기 · 164

일상을 지우고 기억을 채우러 떠난다 · 170

함께 또 따로제주 · 177

샌프란시스코 · 184

추억탕 · 190

자장가 주크박스 · 195

천사의 미소 · 199

특별한 꿈과 인연 · 203

바다와 서점에 미치고, 빠져 · 208

약사. 수필가.

굴비와 모싯잎송편의 고장 영광에서 태어났다.

엄마 A형 아빠 O형이라서 AO형이고 4남매의 장녀다.

만화 보기, 책 읽기, 달리기를 잘했던 아이.

1988년 전남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영화를 본다.

음악을 들으며 미친 듯이 춤을 추기도 한다.

외유내강이 참 어렵다. 생긴 대로 외유내유로 살 것 같다.

무엇보다 예쁘다는 말을 젤로 좋아하는 여자.

아직도 키가 자라기를 바라는 허무맹랑한 사람이다.

가끔 글을 쓴다. 2016<한국 수필>로 등단하였다.

결혼 오래된 믿음’, ‘여행하는 너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십자가 같은 면허증을 걸고 현재 약국 운영 중이다.

그녀의 첫 연애가 시작되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추석 연휴가 있었고 연속된 10월의 기념일들은 그들의 데이트에 불을 붙였다. 대개의 연인처럼 영화관을 들락거리고 동물원에서 사자랑 호랑이도 구경하며 연애의 단계를 밟아갔다. 남자는 늦은 밤 집에 바래다준다는 핑곗거리로 어두운 골목길을 오가며 슬며시 손을 잡고 팔짱을 끼게 했다.

 

먼 거리 연애가 감질났던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직장을 구할 생각도 하지 않고 무작정 남자가 있는 서울로 올라와 버렸다. 추운 겨울에 낯선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춥지도 낯설지도 않았다. 데이트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사회생활이 힘들기는커녕 쉽게 적응하였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점점 무르익던 어느 날이었다. 그는 회사에서 12일로 워크숍을 가는데 파트너와 동행해야 한다면서 함께 가자고 하였다. 굳이 거절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의 직장생활도 궁금하여 승낙하였다.

토요일 오후 퇴근 시간이 늦어져 그녀는 다급히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그는 일행도 없이 혼자였다. 다들 떠났냐며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하니 빙그레 웃는다. 단둘이 여행 가자고 하면 가지 않을 것 같아서 거짓말했다며 지금이라도 내키지 않으면 돌아가자고 하였다. 한순간 망설였다. 그를 믿고 싶었다. 익히 읽어 본 소설책에서 남자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끝까지 아끼고 지켜준다고 했다. 어쩌면 이 여행이 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녀는 대담하게 이왕 터미널까지 왔으니 함께 가겠다고 하였다.

 

차창 밖으로 잔설이 하얗게 남아 있던 3월의 강릉행 고속버스에 나란히 앉아 미지의 시간 속으로 떠났다. 버스 안은 점점 어둠이 짙어가고 굳어있던 그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공기의 버스 속에서 한 치의 틈도 없이 꼭 쥔 두 손은 뜨거워지며 땀이 고였다. 그들은 시간의 블랙홀에 빠진 연인이었다.

강릉의 바닷가 외진 곳에 덩그러니 있던 숙소는 밤이 깊어서인지 출입구 외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뒤쪽으로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캄캄하게 에워싸고 있었다. 달콤했던 열기는 이미 사라지고 순간 그녀는 후회가 일면서 겁이 났다. 내색하지 않고 태연히 그를 따라 들어갔다.

방안에 둘만이 남겨지자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 낼 수가 없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농담도 던졌지만, 오히려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돌이킬 수도 없고 남자와 한 방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 모양이었다. 밤바다의 철썩대는 파도 소리와 대나무 숲을 뒤흔드는 바람 소리까지 들려 따로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_‘그날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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