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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2-09 09:47
  • 사색의 고요 너머
  • 고성현
  • 도서출판 수필in
  • 2021년 11월 24일
  • 신국판
  • 979-11-976282-2-1
  • 15,000원

본문

생각의 근육이 단단한 수필

 

고성현 수필들을 읽다 보면, 생각의 근육이 참 단단하다는 것을 금세 느끼게 된다. 수필집 제목으로 뽑은 사색의 고요 너머는 이번 수필집 4부의 제목이기도 한데, 고성현 수필 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사유의 장이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수필가로서는 삶의 연륜이 젊은 편이지만, 사물을 쫓아가는 시선이 깊고 고요하며 고즈넉하다.

자연의 정취를 고스란히 호흡하며 살았을 순천 상사면이라는 고향에서, 고성현 수필가의 감성은 어릴 때부터 충만하게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고성현 수필의 큰 힘이 되었음도 느낀다.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감성이 고성현 수필의 서정을 빛나게 하고, 오랫동안 이어온 열정적인 향학의 밑절미가 이지적인 색채의 수필로 나타나 있기도 하다.

수필은 중년 이후의 글이며 여유 있는 사람들의 글이라고 생각했다는 저자는, 나이가 불혹을 넘어섰어도 여유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하지만 수필에서는 정반대인 것이다.

 

햇볕에 마음을 소독하는 심정으로 썼다

 

이번 수필집 사색의 고요 너머를 펴내며 쓴 저자의 간결한 머릿글이 인상적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을 쓰지만 신변잡기 이야기는 지양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필은 어쩔 수 없이 자기 고백의 글이다. 겸연쩍지만 개인적 삶과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조심스럽게 때로는 과감하게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과거와 유년의 강렬한 경험들을 이야기하지만, 마냥 어둡지 않다고 믿는다. 햇볕에 마음을 소독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바람이 자신을 지나가도록 맡긴다는 마음으로 쓴 기록들도 제법 있다.

 

글을 쓰면서 학업을 병행했다. 덕분에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학을 9년 동안 전공한 바람에 상담심리와 교육철학을 오래 접했다. 하는 일도 그쪽이다. 그런 연유로 심리와 철학에 대한 언급이 제법 될 성싶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새 십 년이 넘었다. 그동안 쓴 글이 꽤 된다. 여러 편을 추려 어떤 글들은 그대로 두었고, 어떤 글들은 다듬었다. 관점은 글을 쓴 시점에 그대로 두었다. 처음 엮는 책이니 너그럽게 보아주시기를 바라지만, 부족한 문장과 짜임은 감출 도리가 없다.

다행인 것은 글을 쓰기 전인 십여 년 전보다 삶이 훨씬 나아졌다는 것이다.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더 단단해졌다. 앞으로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글을 엮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니 현재를 온전히 즐겁게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나름 수확이다.”

차례

 

저자의 말 4

part 1 어린 날들과 조우

마당의 미학 12

17

아주 가벼운 여행 22

아버지 27

족보 34

신발 39

구설수 43

쌀밥 한 그릇 48

울어도 괜찮아 52

 

part 2 푸른 듯 푸르지 않은 날들

새들처럼 59

오래된 편지 63

그까짓 것 68

명절 보고서 73

물집 79

자유를 향한 길 83

감성 공부 88

도서관 향기 93

바보예찬 97

 

part 3 아픔일까, 그리움일까

감이 있는 풍경 104

시장에서 109

귀고리 한 짝 115

여우와 곰 120

봄꽃 같은 사람들 125

어머니의 산, 지리산 129

지리산 종주 134

기저귀 140

공명 145

김장을 하다가 149

 

part 4 사색 그 고요 너머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160

가을비 164

담쟁이 168

걷기 좋은 길 173

초승달 178

매미를 보내며 182

대나무 숲 같은 사회를 꿈꾸며 186

바람 191

완장 195

심플(Simple)-기생충을 보고 201

맹목(盲目)-율곡으로 맹목을 꾸짖다. 205

맹목에 빠지는 것은 205

맹목에 빠지지 않으려면 209

학문과 사상의 형성과정을 살피면 어떨까 211

맹목을 강요받았던 시대에 맹목에 빠지지 않았던 학자 율곡 218

에필로그 225

 

part 5 나에게로의 여행

마음속 돌 하나 231

마음속의 아이 235

낡은 것들과의 이별 240

동안거(冬安居) 245

학교를 마치며 249

2020254

구업口業 258

흉허물 없는 사이 264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냐고요? 269

 

순천시 상사면 출생

2010순천문학등단

순천문학, 전남수필문학회, 영호남수필 회원

순천대학교 교육학 박사 수료

2021년 전남문화재단 창작지원

며칠 전 간단한 검사를 받으려고 채혈을 했더니 고지혈증이라고 한다. 유전적인 작용으로 탄수화물을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시킨다고 한다. 흰쌀밥에 탐닉하여 스스로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여겼더니 낭패다. 약을 처방해줘서 약국에 갔더니 쌀밥은 안 됩니다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느낌과 아직 쌀밥에 허기가 지는 듯해 잠시 망연하다. 생일에야 먹던 쌀밥을 양껏 먹었으니 아쉬움도 없이 기꺼이 수긍함이 마땅하나, 쌀밥을 양껏 먹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아쉽고 안타까우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 마냥 마음이 허전하다.

윤기가 흐르는 탱글탱글한 갓 지은 하얀 쌀밥은 늘 새롭고 반갑다. 셀 수 없이 하얀 쌀밥 그릇을 비워냈지만 아직 유년의 쌀밥 한 그릇에 미치지 못하나 보다. 철도 채 들지 않을 어린 나이에 혼자 작은 방에서 먹은 쌀밥을 아직도 다 못 먹은 모양이다. 동그란 양은 소반에 고봉으로 올린 갓 지은 하얀 쌀밥만큼 맛있는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열세 살까지 엄마가 해 줄 수 있었던 최고의 생일상은 쌀밥 한 그릇이었다. 할머니와 다른 자식들의 눈이 걸린 엄마는 작은 방에다 보리쌀 하나 섞지 않는 하얀 쌀밥 한 그릇을 고봉으로 담아주는 것으로 최고의 생일상을 만들었다. 따로 작은 방에 들어서 한 숟갈 한 숟갈 단맛이 도는 밥을 맛나게 먹었다. 밥을 아껴두었다가 학교에 다녀온 후에 마저 먹었다. 생일이니까 저녁까지 하얀 쌀밥을 먹고 싶었나 보다.

가마솥에 보리쌀을 넣고 먼저 끓이다가 하얀 쌀을 얹고 한소끔 익혀 밥물이 가마솥 뚜껑 아래 흐르면 아궁이에 불을 줄이고 뜸을 들였다. 아버지와 할머니의 겸상에는 거의 쌀밥이 차려졌고 우리 밥상에는 쌀이 드문드문한 보리밥이 올라왔다. 어린 자매들이 올망졸망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 아버지는 계란찜이랑 생선구이 등을 우리 밥상에 물려주었다. 아버지의 밥상에서 우리들의 밥상으로 건너온 건 뭐든지 맛있었다.

늘 숨이 차던 아버지는 치료를 거부하였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에게 밥이라도 양껏 먹이려면 병원에서 돈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시골에서 논마지기라도 덜어내고 싶지 않았던 게다. 아버지를 잃게 되자 밥의 색깔은 더 까매졌다. 말 그대로 꽁보리밥이 되었다. 쌀을 돈사야 일 년에 열세 번의 제사와 우리들 학교 보내는데 쓰일 것이기에 아끼는 게 쌀이었다. 아버지의 밥상에서 넘어오던 계란찜과 생선구이도 사라졌다. 우리의 동그란 양은 소반은 쓸쓸함이 반이었다.

_‘쌀밥 한 그릇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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