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늘 속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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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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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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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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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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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5634-4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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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0원
본문
대한민국 시들이 어려운 게 아니라
생각의 근육이 허약한 탓
-시인 박은우 형님을 말하다
요즘 한창 손글씨 연습 중이다.
하지만 매일 새벽 그리고 아무도 없는 저녁 시간 열심히 써보지만 좀처럼 세련미가 안 붙는다. 손글씨 연습을 하면서, 당연히 시인 은우 형님 이름도 수차례 써보았다.
은우, 어쩌면 이리 예쁜 이름도 있을까.
유음으로 이루어진 이름이라 발음하기도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가만히 음미해볼수록 이름에서 예술적인 정조(情操)가 느껴진다. 소리 나는 대로 써보니 그도 멋지다. 이국적 느낌이 드는 바그누(Bagnu)…. 시인의 연륜으로 보면, 이 세련된 이름을 지어주었던 아버지는 아무래도 미적 감각이 남달랐던 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박은우 시인은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지녔다. 이 예술적 유전인자의 본체는 아버지로부터 받았음 직하다. 누구나 그림이나 음악, 문학 등 예술적인 흥미를 지녔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단순히 흥미를 지녔다고 하여 예술적 재능을 말하기는 무리다. 거기에는 천착(穿鑿)과 집념을 엿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은우 시인은 음악을 전공한 것도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특히 비전공자가 음악에서 어느 정도의 경지를 이루었다는 사실은 ‘타고난 재능’으로 설명할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문학과 음악에서 일가를 이루었지만 또 언제 천부적인 감각이 꿈틀대면 어떤 예술 분야의 경지를 개척할지 모른다. 그만큼 시인은 예나 지금이나 열정의 피가 늘 벅차 있다.
시의 비틀림이 없다
은우 형님의 시들은 물 흐르듯이 사유가 부드럽게 흐른다.
나는 시를 감상할 때 때론 시가 어렵다며 불평을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생각의 근육이 허약한 탓이다. 물론 시인들의 시 중에는 지극히 난해한 시들도 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서 사람들은 생각하는 힘이 허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은우 형님의 시들은 비틀림이 없다. 시인이 풀어내는 미적인 사유로 쉽게 끌려가며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인의 시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 번에 써 내려간 시들이 상당하다는 느낌이다. 이는 소재를 적바림 해둔 채 내버려 두어도 시인의 가슴에서 부글부글 괴고 있다가 농익은 어느 순간 한 필로 퍼낸 듯한 시란 뜻이다.
시인의 말 ㆍ 4
축하 글 _ 이름에서 시가 흐른다 _ 이승훈 ㆍ 6
제1부
그늘 속의 그림자 ㆍ 14
한 마리 치타가 되다 ㆍ 16
시월의 마지막 밤 2 ㆍ 18
민들레 단상 ㆍ 20
이은미 콘서트 ㆍ 21
인순이 콘서트 ㆍ 22
행려병자의 임종(표본) ㆍ 24
어느 여인의 부고 ㆍ 25
이별 ㆍ 26
새벽 항해 ㆍ 28
부부싸움 ㆍ 30
산막이 옛길 ㆍ 32
관계 ㆍ 33
소 판날 ㆍ 34
고래 ㆍ 36
만리포 해수욕장 ㆍ 38
이별을 키우는 새 ㆍ 40
어떤 기행(奇行) ㆍ 41
제2부
가을 동화 ㆍ 44
리스본의 밤바다 ㆍ 45
막차의 개꿈 ㆍ 46
돌아온 가시나무새 ㆍ 48
들국화 첫사랑 ㆍ 49
붉은 양파 ㆍ 50
겨울비 ㆍ 52
초겨울의 플라타너스 ㆍ 54
어떤 초신성 ㆍ 56
빌라를 팔면서 ㆍ 57
11월 23일의 비 ㆍ 58
섬진강 자전거 종주 ㆍ 60
제주도 자전거 종주 ㆍ 62
서울~춘천 자전거 종주 ㆍ 64
자전거 1 ㆍ 66
자전거 2 ㆍ 68
자전거는 나의 동반자 ㆍ 69
반달 ㆍ 71
제3부
오래된 그리움은 무게가 없네 ㆍ 74
박제가 된 그리움 ㆍ 76
어긋난 휴가 ㆍ 77
한남동 은행나무 ㆍ 78
대학찰옥수수 ㆍ 80
동학사 느티나무 ㆍ 82
가을 백담사(百潭寺) ㆍ 83
장례식장 소고 ㆍ 84
남이섬의 타조 ㆍ 86
사념(思念) ㆍ 88
아랑호수의 달밤 ㆍ 89
배설의 향기 ㆍ 90
칠연계곡에서 ㆍ 92
이명(耳鳴) ㆍ 94
무념무상(無念無想) ㆍ 96
인어가 사는 아랑호수 ㆍ 98
준비 없는 이별 ㆍ 100
쓰러진 감나무 ㆍ 101
제4부 시조(時調)
밀양 영남루 ㆍ 104
울 어머니 2 ㆍ 105
늦가을의 수채화 ㆍ 106
꽃불 사랑 ㆍ 107
할배와 소낙비 ㆍ 108
벙어리 재회 ㆍ 109
봄바람 ㆍ 110
목련화 ㆍ 111
얼갈이배추 ㆍ 112
삼월 보름밤 ㆍ 113
냉장고 ㆍ 114
검정고무신 ㆍ 115
겨울 산사 ㆍ 116
선생님 ㆍ 117
겨울연가 ㆍ 118
나물 파는 여인 ㆍ 119
초하의 고향에서 ㆍ 120
유월의 어느 빈 농가 ㆍ 121
호수의 가을밤 ㆍ 122
호스피스 병실 ㆍ 123
사월의 축제 ㆍ 124
어느 섬처녀의 사랑 ㆍ 125
삼각산에서 부처되다 ㆍ 126
어떤 지름길 ㆍ 127
전북 무주 안성 출생
1978년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78년 1월 삼성그룹공채입사
2003년 《문학저널》로 시 등단
2008년 《문예춘추》로 수필 등단
2009년 릴케문학상 대상수상
2018년 제12회 북경국제하모니카대회
독주부문 2위 입상
2016년~현재 KOREA HARMOBAND 단장(전국대회 2회 대상수상 및 북경국제대회 금상수상)
국제펜클럽회원
우리시진흥회 운영위원장
시집 : 『눈물을 닦으면 보이는 행복』『도시에 갇힌 사슴의 절규』
장례식장 소고
죽음의 무게는 그가 밟고 지나온 흙의 무게여서 장례식장은 1층 아니면 지하층일 수밖에 없는 게지 탯줄 끊어진 영혼들이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이슥한 밤, 담배 한대 피워 물고 영안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내 종착역의 꽃 무대가 어렴풋이 보인다 간추려보면 고작 3막 4장의 짧은 연극인데 나는 얼마나 진솔한 연기로 이 세상에 감동을 주고 기쁨을 주었을까 절정 없는 지루한 군더더기로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진 않았을까 영정사진은 더 이상 연극 포스터가 아니다
머잖아 무대를 내려와야 할 조문객들의 표정은 풀지 못한 삼각함수처럼 난해한데 상주의 어깨너머로 해지 통지서들이 우수수, 무효가 된 고지서들을 다 쓸어내고 나면 올겨울은 고요하겠지
인연도 오래되면 짐이 되는 것 나는 이 세상에 어떤 부담이고 얼마의 무게일까 뒤엉킨 인연의 줄을 끊고 무대 밖으로 사라져 갈 주인공들 자기 위안으로 술을 마시거나 화투판을 벌인다 실없는 웃음과 소음을 뚫고 뚜벅뚜벅 다가오는 시계소리, 댕댕댕 열두 번 종을 치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마라토너, 과식해버린 시간의 무게로 심장박동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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