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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4-15 09:50
  • 겨울에 피는 꽃
  • 도혜숙
  • 수필in
  • 2022년 03월 25일
  • 신국판
  • 979-11-976282-6-9
  • 15,000원

본문

화단의 이름, 겨울에 피는 꽃

 

도혜숙 수필을 읽다 보면 소확행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수필 한 편 한 편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려내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간결한 문제들로 깔끔하게 이어지는 따뜻한 수필들이다. 마치 가슴 따듯한 소재를 일부러 찾아 쓴 것 같기도 하다. 일부러 문학적 장치를 구현하려 애쓴 흔적도 없다. 이는 붓 가는 대로 그려낼 수 있을 만큼 숙성된 연륜을 엿보게 한다. 잔잔한 파문이 고요하고 겸손하게 다가와 수필의 온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도혜숙 수필집은겨울에 피는 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박한 화단이다. 이 화단에는 바다 건너온 낯설고 화려한 꽃들이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봉숭아며 채송화, 맨드라미와 같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네 정서와 친숙한 꽃들이 저마다 예쁜 색조와 내면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꽃들의 선한 천성이 돋보인다.

다음은 도혜숙 수필가가 펴내는 글로 고백하는 내용이다.

 

머나먼 당신 같았던 수필

 

성탄절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산행 때였습니다. 산 들머리에서 민들레를 만났습니다. 민들레는 봄에만 피는 꽃이라 알았지요. 철모르고 피는 꽃이 있다더니 첨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산행길 민들레가 자꾸 따라오는 겁니다. 철을 모르는 게 아니라 의지로 피는 꽃은 계절을 초월한다는, 마음에 파문이 일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제 둥지를 찾아 나가고 빈 둥지처럼 집이 허허해져서 내 가슴 또한, 한참이나 허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필을 만났지요. 그는 다정다감했지만 내게는 머나먼 당신 같았습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려고 애달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난생처음 담가 보는 김장처럼 맛을 내는 말을 찾는 일이며 일상에 겪는 일들이나 체험의 느낌을 형상화하여 그린다는 것은 안개 속을 맴도는 일이었습니다. 상황 설정, 언어 비틀기, 낯설게 하기, 이런 말들은 평소에 들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정말 생뚱하기만 했지요.

 

글을 쓴다는 건

내 삶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거울

 

겨울바람은 차고 하늘은 황사로 뿌옇고, 그런 날은 나섰던 길도 되돌아오고 싶지 않던가요? 마음이 무거우면 몸은 아프지요. 괜히 헛 몸살이 나서 쉬고 싶었습니다. 나 어릴 적 안방 윗목에는 겨우 내내 어머니의 콩나물시루가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물을 주면서 어머니는 혼자 중얼댔습니다.

쑥쑥 크거라. 올곧게 자라거라.”

군담같이 읊조리는 노래가 시루에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어울려서 자장가 같았습니다.

 

시루 안에 서 있는 콩나물을 봅니다. 뼈대도 없는 것이 곧기는 어찌 저리도 곧은지 누가 건드리면 에둘러 받을 줄도 모르고 툭 분질러져 버리는 성미는 곧게 올곧게 자라라는 말을 몸에 새긴 소치일 것입니다. 올바른 마음 분질러질지언정 휘지는 말라는 어머니의 그 기원은 내게 바라는 마음이었을 거라는 걸,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이 민들레꽃은 철을 몰라 어쩌다 겨울에 핀 꽃이 아닐 것입니다. 세상에 혼자 피는 꽃이 어디 있던가요. 내게 꽃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여기 이렇게 피어있을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삶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려니 합니다. 그저 거울에 비친 꽃 한 송이 있는 그대로 그려보는 거지요. 심오한 의미를 담은 그릇도 하늘에 핀 문자도가 아님을 압니다. 제겐 그런 도량이 없다는 것도 아실 것입니다.

 

 

머리글 내 삶의 흔적을 보는 거울 앞에 서서 4

 

1. 하도롱빛 연가

봉숭아 꽃물 14

버스와 나룻배 18

아름다운 선물 23

콩 한 알과 콩강정 27

보람을 가꾸는 정원 31

하도롱빛 연가 34

이름 없는 사람 37

아리랑 42

시원한 바람 46

복숭아 유감 52

 

2. 인생도

코바늘 58

눈은 뒀다 뭐 할래 62

삼베적삼 67

도투마리 71

어머니의 봄 75

인생도(人生圖) 81

가새밥 사랑 87

노고지리 90

 

3. 소금 민들레

소통 언어 96

소금 민들레 100

하나에서 하나로 103

마스크 107

어떤 축복 111

봄이 오면 116

천 원의 가치 119

박쥐 124

부겐베리아 129

주전자 133

 

4. 김치와 고추장

미운 오리 139

지돌이 142

숭늉 이야기 145

고추장 149

김치 153

꽃바람 157

 

5. 늦게 피는 꽃

주름 펴기 164

자투리 170

명품 174

숙맥과 돌다리 178

여명의 실마리 181

날 다듬기 186

길치 이야기 190

씨알의 무덤 194

늦게 피는 꽃 197

2004년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0한국수필등단 / 한국국학진흥원 이야기

할머니(2014~2020) / 한국수필 작가회 회원

진주 수필문학회 회원

부부수필집자투리에 문패 달기

소금 민들레

 

고들빼기김치의 쌉소롬한 그 감칠맛은 세 살배기 손녀도 알아본다. 시장엘 갔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커다란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것이 고들빼기 같았는데 민들레였다. 돌아서는 내게 한마디를 던졌다.

사람 몸에 좋기로야 고들빼기만 못 할라고요?”

민들레로 김치를?”

민들레 장수의 입심에 녹아 민들레를 사 들고 집으로 왔다. 손질하여 플라스틱 자백이에 담고 소금을 쳤다. 내일 이맘때 건져서 김치를 담글 셈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나와 보니 민들레는 숨이 폭 죽었다. 쓴 물을 빼려고 맹물에 헹궜다. 자백이 가득 물을 채워 담가 두고는 양념거리를 사러 시장에 갔다. 난생처음 민들레김치를 담그려는 들뜬 마음에 잰걸음으로 집에 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소금물에 곤죽이 되었던 민들레가 자백이 운두 위로 수북이 살아 올랐다.

청산아 너 어디 있느냐 나비야 너도 가자.’ 펄펄 날아갈 것 같았다. 두어 번 헹구고는 짭짤하게 만든 양념을 자백이에 들어부었다. 그 순간, 엉뚱한 호기심이 생겼다. 생명력이 강한 게 민들레라는데 소금에 절였던 그 뿌리를 다시 심는다면 과연 어찌 될까? 양념을 씻어 낸 뿌리 몇 동가리를 화분에 심었다.

날만 새면 베란다로 나가서 화분을 들여다본다. 날마다 들여다보아도 별다른 징후가 없다. 열흘이 지났다. 제비꽁지 끝 같은 순이 뾰족이 올라왔다. 이 경이로움이라니!

소한이 가고 대한이 되자 이파리가 땅바닥에 납작 붙었다. 아무래도 심하게 몸살을 앓는 것 같았다. 소금기도 이겨낸 민들레가 전신에 버캐가 덮이고 풀이 죽었다. 스티로폼 박스를 오려서 화분을 감싸주고 그 위에 비닐을 덧씌웠다. 아침에는 비닐을 걷어주고 저녁에는 여며주었다.

제비가 온다는 3, 바닥에 붙어 있던 민들레가 기지개하며 꼿꼿이 일어난다. 하늘을 날아오르려는 제비처럼 죽지를 들어 올린다. 속에서 녹두 낟알 같은 알갱이가 올라온다. 바람에 꺼진 등불 같았던 육신을 일으켜 세우기까지는 .

 

그것은 한없는 용서와 자기 다스림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물이 소금을 녹여 보내듯이 뼈에 사무친 원망을 수없이 버림으로써 생명의 불꽃을 다시 지필 수 있었으리라.

남촌을 넘어오는 4월의 발걸음 소리. 이제 꽃이 피리라.

긴 꽃대 끝에 수정같이 영롱한 꽃을 피우리라. 마알간 눈으로 태양과 눈 맞춤하는 소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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