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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4-15 09:53
  • 시네필리아리뷰 2022 봄
  • 시네필리아
  • 해드림출판사
  • 2022년 03월 18일
  • 4*6배판
  • ISSN 2671-4132
  • 12,000원

본문

봄바람이 시네필리아리뷰에도 불어왔다. 새로운 표지로 모양새를 갖추고, 섹션에도 변화를 주어 알찬 내실을 꾸리고자 했다.

섹션 구분에 중국 감독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중국 영화의 뉴웨이브 감독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노매드랜드>로 국제영화제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행보가 기대된다.

기획특집에는 영화산업의 블록버스터 전략을 소개했다. 영화 산업전략의 음과 양을 알게 해준다. 이번 호부터 시네필리아 섹션에 큰 변화가 있다. 5개의 주제를 정해 각각 4회 연재하기로 했다. 영화와 음악, 영화 그리고 그림, 영화, 차별을 말하다, 영화로 보는 유럽 중세 이야기, 영화 속 음식 이야기 등이 주제들이다. <아마데우스>, <셜리에 관한 모든 것>, <헬퍼>, <바이킹> 그리고 <남극의 쉐프>가 선정되었다. 앞으로 주제별 5명의 필진이 내놓을 주옥같은 글들이 기대된다. 시네필리아리뷰에는 영화와 시선, 독자리뷰를 실었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어느 날 인생이 엉켰다>를 다른 시선으로 표현한 리뷰는 관점의 지평을 넓혀준다. 독자 리뷰 또한 소중하다.

시네필리아 프로그램 스케치에는 대학로 시선영화제와 영화연구회를 정리했다. 지난해 10

진행한 시네필리아 주관, 대학로 시선영화제는 작게나마 영화제의 소임을 완성하며 문화행사 참여의 의미를 되새겼다. 영화연구회에서는 영화 감상과 비평의 밀도를 가름할 수 있다.

2022년 봄호를 마무리한다.

산뜻하게 꾸몄으니 시네필리아에게 기분 좋게 다가가길 꿈꿔본다.

 

07 기획특집

블록버스터 영화 전략 이푸름

 

17 시네필리아 섹션

영화와 음악 <아마데우스> 임 송

영화 그리고 그림 <셜리에 관한 모든 것 > 송혜은

영화, 차별을 말하다 <헬퍼> 김우리

영화로 보는 중세 유럽 이야기 <바이킹 > 이미영

영화 속 음식이야기 <남극의 쉐프> 최예나

 

39 시네필리아 리뷰

영화와 시선 한기정 외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어느 날 인생이 엉켰다>

독자 리뷰 박영길 외

 

65 시네필리아 프로그램 스케치 최선희 외

대학로 시선영화제

영화연구회

78 시네필리아 프로그램

 

홍애자 발행인은 현재 서울교육대학 평생교육원, 송파문화원 등에서 영화 감상 및 비평을 강의한다. 편집장은 장운경 씨가 맡고 있다.

시네필리아리뷰는 영화를 좋아하는 일반 관객들이 영화 감상 후 작가와 작품과 영화론은 물론, 영화 줄거리와 감동과 기술과 형식 등의 리뷰를 지면을 통해 발표하는 영화 잡지이다. 또한, 이들은 학술제나 영화제에도 참가 참관하며 영화연구회 활동도 겸할 수 있다.

바이올렛은 정말 자유로워졌을까? / 정새별

 

어느 날 인생이 엉켰다>(2018)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교차성을 담아낸다는 의의가 있는 영화다. 바이올렛의 꼬불거리는 머리카락은 단정하지 않고 우스운 흑인, 그리고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라는 이중 딱지로 작용한다. 그래서 그는 어릴 때부터 음식이 얼굴에 묻어도 신경 쓰지 않는백인아이들과 달리, 고데기로 열심히 편 머리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얌전히 행동한다.

 

문제는 그러한 영화의 의도와는 모순되는 연출이 보인다는 점이다. 약혼식에서 바이올렛은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프다며 맨발로 뛰어다니는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가장 기분 좋은 장면인 풀장 신(scene)은 이 직후에 놓인다. 한데 그 해방감이 무색하게도, 영화의 마지막 신에서 바이올렛은 몸에 붙는 미니 원피스에 구두를 신고 일한다. 옆에 있는 윌의 의복과 대조되면서 그의 옷차림은 더욱 불편해 보인다.

 

바이올렛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주체적으로 사유하며 변화를 이뤄낸다기보다, 아빠나 윌 같은 남자들의 조언으로 인도된다는 느낌도 아쉽다. 사실상 영화의 주제 의식이 이 남자들의 직접적인 대사나 행동을 통해 제시된다. 실제 현실에서 여성의 외모 강박을 조장하는 것은 여성을 외적 매력으로만 가치화하는 이성애 중심주의 체계 기반의 젠더 규범이다. 그런데 정작 바이올렛이 지나갈 때마다 그를 힐긋거리며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은 영화에서 문제시되지 않고, 대신 외모 강박에 대한 경험 자체가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남자들의 조언을 통해 여자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 과연 설득력 있는 전개일지 의심스럽다. 아빠가 속옷 광고를 찍는 것과 바이올렛이 머리를 깎고 길을 걷는 것은 결코 같은 차원의 도전이 아니다.

 

영화의 교훈적인 주장 뒤로 은폐되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첫 문단에서 나는 이 영화가 흑인 여성의 교차적 억압을 담아내는 성취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 성취는 불완전하다.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이 겪어내는 외모 강박의 경험적 차이를 섬세히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과 달리 외모 강박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단편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수록 흑인 여성이라서 받는 차별적 시선보다, 곱슬머리를 콤플렉스로 여기는 엄마의 태도가 모든 것의 원인인 것처럼 그려진다. 바이올렛은 엄마가 그냥 날 안아주고 그래도 예쁘다고 했다면자신이 이렇게 자존감 없는 사람이 아니었을 거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성의 외모 강박은 그런 식으로 해방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어느 날 인생이 엉켰다>의 낙관적인 결말을 받아들이기 조금 어렵다. 영화는 자연스러운 모습도 아름답다고 주장함으로써 미의 기준을 넓힐 뿐, 아름다움과 추함의 이분법적인 구분 자체를 문제시하지는 않는다. 그 구분이 여성에게 왜 더 가혹하게 작동하며, 인종이나 계급, 장애 등의 정체성과는 어떻게 교차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바이올렛의 욕망은 어떻게 구조화되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런 식의 태도는 바이올렛을 자기 검열의 늪에서 결코 구하지 못할 것이다.

 

너무 쓴소리만 한 것 같다. 이랬든 저랬든 바이올렛이라는 한 여성의 변화를 응원하며 글을 마치고 싶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에 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바로 바이올렛이 이발기로 머리를 밀어버리는 신이다. 머리를 미는 그의 얼굴은 약 2분 동안 클로즈업 쇼트들로만 제시된다. 해방감과 울분이 동시에 느껴지는 탁월한 신이다. 바이올렛의 인생을 가장 옥죄었던 머리카락을 밀어내는 상징적인 장면이기에 다채로운 카메라 구도와 편집 기법으로 과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좋다. 머리카락이 밀려 나가며 계속 변하는 바이올렛의 표정에 담백하게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장면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이상으로 확장되는 복합적인 감정이 넘쳐흐른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고대하는 건 바로 이런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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