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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5-31 17:59
  •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
  • 안정혜
  • 수필in
  • 2022년 05월 08일
  • 신국판
  • 979-11-976282-9-0
  • 15,000원

본문

해탈의 영육이 그려내는 수필

 

보통 40대는 성숙을 말한다. 쉽게 세상일에 홀리지 않고 또렷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숙함이다. 40대가 성숙이라면 7~80대는 해탈이지 싶다. 해탈(解脫)의 사전적 의미는 번뇌의 얽매임에서 풀리고 미혹의 괴로움에서 벗어남이다. 해탈은 열반과 같이 불교의 궁극적인 실천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해탈은 얽매임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모든 구속에서 완전하게 해방된 것이니 깃털처럼 가벼운 영육이다. 이러한 영육 상태에서 수필을 쓴다면, 안정혜 선생님의 이번 수필집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에 실린 작품들과 같을 것이다. 이 수필집을 읽다 보면 진정한 수필은 불혹의 문학이 아닌, 종심이나 산수 문학이라 해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40대 성숙을 초월한 감성과 지성이 수필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두 번 읽고 나서 이 수필집을 다 읽었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저자는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을 에필로그로 마무리하였다. 이 에필로그가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을 더욱 빛나게 한다.

 

 

깔끔하게 꽃잎을 떨어내는 꽃들이 무대 배경

.

내 무대 배경이 바뀌었습니다.

귤나무와 삼나무 그리고 동백나무에서 꽃양귀비가 가득 핀 무대로 제법 화려합니다. 꽃술이 검정인 진빨강의 꽃잎과 흰색 사이의 진분홍, 연분홍, 연연분홍, 꽃술이 노랑인 주홍 꽃잎과 흰색 사이의 주황과 보카시된 색색의 꽃양귀비로 가득합니다.

그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선 색상이 다양 우아하고 꽃 모양이 하늘하늘 참 예쁩니다. 꽃봉오리는 더 귀엽고요. 이 꽃은 질 때 질질 끌지 않습니다. 이틀 정도 피었다가 네 꽃잎이 마를 사이 없이 확 떨어져 버리니 깔끔합니다. 그것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이 꽃들이 내 무대 배경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에세이스트의 김종완 선생님은 믿기 어려워했습니다. 내 이미지와 혼동이 된다는 뜻이지요. 차라리 매화나 수선화라면 수긍하셨을 테지요. 사실, 이 꽃은 내 안에 내재된 숨은 색깔일지 모릅니다.

이 무대에 꽃양귀비만 피었다면 사치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흰 데이지가 무리 지어 함께 피니 화려함은 화사로 바뀝니다. 거기에 색색의 수레국화가 같이 핍니다. 화사함의 극치를 이룹니다. 벌이란 벌들이 다 모입니다. 전생(前生)이 있다면 나는 꿀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꿀벌이 나만큼 이 꽃들을 좋아하거든요.

이들의 꽃말이 위로와 위안 그리고 행복이고 인내와 평화와 희망이랍니다. 인생 희수(喜壽)를 지낸 노년이 이들 꽃말 덕에 화사한 한 폭의 수채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 수필집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의 표지는 이 꽃양귀비꽃들로 장식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스마트 폰으로 우리 집 꽃들을 찍고 또 찍었습니다.

이번 글은 속의 가 주류를 이룹니다.

제주의 자연 속의 나를 쓴 첫 번째 수필집 꽃짐을 진 당나귀의 표지화는 원로 수필가이며 문인화가이신 손광성 선생님이 매화를 하나 가득 실은 당나귀로 그려주셨습니다.

사람들 속의 나를 쓴 두 번째 수필집 5 계절의 표지화는 최종태 교수님의 축복이란 그림으로 마리아가 장미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있는 그림입니다.

사실 내 인생이란 글에 표지화를 붙인다면 밀레의 만종으로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happy ending으로 끝나는 수필 속 신심 깊은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 그리고 금혼식

 

과연 Who am I?

나는 얼마나 나를 알까, 거울 속의 나는 진면(眞面)일까, 사진 속의 나는 누구일까.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나의 자화상은 한 개로 다 표현될 수 없는 일, 수 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수십 개를 지닌 사람도 있을 것, 반 코호도 서른 장의 자화상을 그렸다 한다. 나는 철면피까지 쓴 일은 없었을까. 분명 있다. 때때로 타인의 부정적 행동을 보면서 그래, 바로 저게 내 모습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본다. 상대가 보여주는 부정적 요소를 나도 다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숨기고 감추며 살다 보니 때때로 속으로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who are you?’ 중에서)

 

때론 나도 나를 알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쓴 수필 전부를 짜 맞추면 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이 나의 자화상일 것입니다. 수필 속 자신의 성격이며 격조며 과거와 현재의 사는 모습과 억눌렸던 아픔도 양심과 라이프 스타일, 이 모두가 합해진 결정체가 안정혜일 것입니다. 아무리 글이 미화(포토샵)되었다 해도 추억도 나다운 것일 테고 생각과 유추나 상상도 나만의 모양새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타인의 눈으로 보는 나는 그저 일이(一二) 차원의 단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를 합한 글은 이미 삼차원을 넘어 사차원이 되었을 테니까요.

(who are you?)

 

동반자와 엮어 가는 나의 삶, 주인공과 많고 많은 조연과 얽히고설켜서 걸어가는 길, 꽃길일 줄만 알았습니다. 환상이었습니다. 신발이 달 듯 사랑과 신뢰는 세월과 더불어 닳아 버렸습니다. 차차 무미한 듯 무심하게 흐려갔습니다. 참 묘합니다. 무언지 모르는 물질이 사랑도 미움도 밀어내면서 덤덤해졌습니다. 미적지근하고 투명하나 끈끈한 물질이 두 사람 안에 차오르게 된 거지요. ()이랍니다. 그럴 무렵 금혼식을 맞았습니다.

 

부부란 산과 강물

산은 물을 품어 생명을 잉태하고 물 역시 산을 품어 물길을 불립니다.

산은 물이 없으면 사막이요, 물은 산이 없으면 스밀 곳이 없습니다. 하나

산은 강물을 넘지 못하고 강물 역시 산을 넘지 못합니다.

부부, 산과 강이 만드는 오아시스

꽃이 피고 사랑이 영그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끝부분)

 

남편을 보내고 참척의 슬픔에 버금가는 피눈물을 흘리는 친구가 있습니다.

 

백 일이 다 가도록 친구의 목에선 피맺힌 애달픈 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다. 그래도 난 알아들었다. 마지막 인사 후 남편이 섬망에 들어갔음에도 그 밤 그녀는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사는 외아들을 부르지 않았다. 이 천금 같은 시간을 어떤 누구와 함께하기도, 빼앗기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가 남편의 입을 벌리고 적포도주 한 모금을 입에서 입으로 넣었다. 연속, 네 번을 넣어드렸다. 희미하게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사랑 그리고 마무리 이후본문 중에서)

 

나는 그 친구가 남편 따라 죽을까 봐 마음 졸이며 이 년을 함께했습니다. 우리의 은사였던 그녀의 남편과 그녀는 여중 일 학년에 만나 여고 졸업반 때 사랑이 싹텄나 봅니다. 그분이 서울로 전근 가시고 그녀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만나 적지 않은 나이 차이와 여러 장애를 극복하고 결혼했습니다. 은사님은 아흔여섯에 한 보름 드러누워 계시다 아내 품에서 돌아가셨으니 행복한 분입니다. 친구는 이 년이 넘도록 무슨 추억거리만 보면 웁니다. 그런 날은 그녀의 전화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직감합니다. 그녀의 아픔은 살아생전 그 좋은 말, ‘당신 멋져! 고마워!’란 말을 못 한 것까지 포함됩니다. 남편이 죽고 나서 백 가지, 만 가지를 후회하며 애통해합니다.

50여 년을 같이 살고도 지난날 못다 한 사랑 때문에 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부의 애틋한 정인가 봅니다.

나는 친구를 지켜보면서 아, 그렇구나, 둘이 살아 있음이 진짜 행복이구나, 마음 깊이 느끼며 그대 있음에를 썼습니다.

 

인생길 굽이굽이 산마루

팔십 고개 다다르니

노을이 집니다

젊어서 보지 못했던 것

이제 보입니다

 

그대 있음에

햇살이 빛나고

달빛도 그윽

별빛은 영롱

내 인생도 화~안 합니다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음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이

의지할 수 있음이 축복이란 걸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우리는

科學徒

당신은 공과대학

나는 농과대학

인생 전반은 엔지니어로

후반은 그린피아로

 

인생은 순식간

젊음도 명예도 성공도

인생무상인데

그대 있음에

의미가 다릅니다

프롤로그 4

에필로그 276

 

1부 나 1

 

Who are you? 14

안 영악과 뚝 바우, 그리고 사임당 20

착각 한 사발 25

30

삶의 향기 36

그리운 것에 대하여 2 41

참 좋은 나이 47

 

2부 그대

 

리모컨 53

남편의 뜰 58

베짱이의 변신 65

금혼식 71

그대 있음에 76

사려니 숲에서 83

 

3부 아름다운 사람들

 

성모 마리아 92

취하는 것이 술뿐이랴 97

아름다운 밤을 위하여 2 102

사랑 그리고 마무리 이후 107

()로 물든 황금빛 인생 114

꽃무릇 119

인생 노트 123

 

4부 시역피야

 

어여쁜 소녀와 붕새 132

역설적인 삶 138

자아실현 144

정답 없다 150

말의 온도 156

침묵의 세계 162

 

5부 나 2

 

5 계절에 세() 들다 170

네 잎 클로버 175

인생무상 180

대변 185

숨을 곳이 없었다 192

회귀(回歸) 199

 

6부 여인 삼대

 

별을 진 당나귀 207

노인과 아이 212

세 살배기 219

다시 태어난다면 2 225

며느리 삼대 229

서울이여 안녕 236

 

7부 내 사랑 봉동리

 

신의 암호를 풀어라 244

감자꽃 필 무렵 250

인삼밭에서 벼가 자라기까지 255

진화와 퇴화 261

마을 자랑 265

우리는 나그네 271

1966년 강원대학교 농화학과 졸업 후 서울시 보건환경 연구원에서 연구사로 근무. 인생 전반부는 공과대학 엔지니어 출신의 남편과 도시에서 후반은 농과대학 출신 본인 덕에 제주에서, 논산에서 그린피아로 현재에 이름.

 

2007년 에세이스트 14호로 등단

2008년 에세이스트 올해의 작품상

2018년 예총회장상

 

저서 : 꽃짐을 진 당나귀(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금 수혜) 5계절(충남문화예술재단 지원금 수혜) 베짱이와 일벌의 금혼식

내 곁에는 칠십이 되도록 입 하나로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럼 그가 구족화가일까. 아니다. 아나운서라든가 가수는 더더구나 아니다. 젊어서는 입 하나로 천여 명의 부하를 거느렸다. 그렇다고 그가 군대의 연대장도 아니지만, 체질로 보면 그 기질이 영락없이 유전자 속에 있지 싶다.

그의 입엔 리모컨이 달려있다. 그가 물! 하고 한마디 하면 그 즉시 대령해야 한다. 젊은 시절 개인 주택에서 살 때, 동네에 들어서면 그는 집을 향해 특유의 휘파람을 분다. 대문 열어놓으라는 리모컨을 누른 것이다. 신문이며 세숫물이며 소소한 주변 것들도 그렇게 리모컨을 누른다. 나야말로 그의 리모컨으로 조정되는 전자 로봇임에 틀림이 없었다.

나도 어릴 그런 리모컨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상상해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단추만 누르면 누가 나타나 시험도 대신 보아주고, 먹고 싶은 과자도 당장 대령하고 남자애들이 장난치면 그 애들도 무찔러주는, 리모컨으로 부리는 로봇이 있었으면 했다. 또는 내가 투명인간이 되어 나쁜 짓 하는 사람을 골려주고 싶었다. 아직 투명인간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없지만, 서로 얼굴을 보며 전화하고 싶던, 꿈같던 상상은 슬며시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리모컨은 태초부터 인류가 원하던 장치였을 것이다. 그래도 시원은 전쟁 무기에서 개발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대륙 간 탄도 스커드 미사일을 원하는 장소에 명중시키는 것, 패트리엇이 그것을 되받아 처리하는 것도 컴퓨터에 의한 디지털로 이루어진다. 차차 실생활로 이용되더니, 오늘날에는 유비쿼터스 시스템까지 가정사에 쓰이고 농업에서도 스마트 팜 농장을 원격 조정하며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로봇이 실제 일을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남편은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독일, 미국까지 다녀온 유학파이다. 칠십 년 대에 우리나라 공업이 하루 다르게 발전할 때, 한 십여 년 엔지니어링 계를 주름잡던 엘리트였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어느 프로젝트에서 적자만 모면하면서 손을 놓더니, 마흔한 살의 그가 겁도 없이 더럭 과수원을 택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면서도 모든 것을 남의 손에 의지해 살았다. 손으로 하는 것은 어떤 취미도 없어서 못 하나 말끔히 박아 본 일이 없다. 오죽하면 어린 아들에게까지 타박을 받았을까. 어느 일요일이었다. 그가 고장 난 분무기를 수리하기 위해 아침부터 한나절 땀을 흘리고 있을 때, 유심히 쳐다보던 열한 살 아들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_‘리모컨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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