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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6-03 10:07
  • 누군가의 저녁이 되고 싶다
  • 최정아
  • 수필in
  • 2022년 05월 30일
  • 신국판
  • 979-11-978643-0-8
  • 15,000원

본문

잃어버린 시간의 미학

-金宇鐘(창작산맥 발행인)

 

 

 

최정아 작가의 수필 세계는 매우 촉촉한 감성적 촉각으로 그려진 수채화 같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절실한 그리움이 외딴섬의 바다 그림이 될 때는 특히 그렇다. 해당화가 피고 해풍이 불어오는 서해 앞바다 대부도 고향이 먼 과거의 그리운 영상이 되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런 서정성은 감상주의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 실상을 묻고 있기에 인생철학적인 무게를 지니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의 길은 누구에게나 외길이고 일방통행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은 저녁이면 퇴근길이 되고, 혼자만 건너갈 수 있던 외나무다리나 징검다리도 다시 되돌아오는 왕복선이 되지만 시간이 말해주는 인생길은 궁극적으로는 한 걸음도 되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이다. 가마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타박타박 걸어가든 누구나 일사불란하게 무덤으로만 향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길을 달린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이기에 그것은 끊임없이 그 길 위에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비극의 행진이다. 일상적으로는 잊고 살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식들마저 시집 장가가고 철새들처럼 다 떠나버리면서 혼자 있는 백발노인을 거울에서 보게 된다. 인생 드라마의 모든 주제는 궁극적으로 비극이다.

최정아의 <만금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는 잊고 사는 이런 진실을 정면에서 직시하게 하는 거울이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근원적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고 오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도록 긍정적 사색의 길로 유도한다.

이는 우리가 매일매일 잃어가는 시간을 소재로 한 작업이기에 시간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서해안 외딴섬인 대부도에서도 오지인 방아다리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수필 <만금이>나 일생을 음악으로 회고하는 <내 삶의 OST>는 시간의 미학이 만들어 내는 우수작이다. 과거와 현재로 인생을 시간의 종축(縱軸)에 놓고 분석하는 공시태의 플롯 전개가 그렇다. 이것은 공시태(共時態)와 달리 기본적으로 서정성을 유발하는 기법이 된다. 과거의 시간은 영원히 상실한 시간이며 인간은 누구나 원천적으로 과거를 그리워하는 향수 병자이기 때문이다. 여우도 죽을 때는 북쪽에 머리를 둔다는 것도 그런 향수병 때문이다.

우리는 배고프고 서럽던 시절마저 흘러간 과거이고 영원히 잃어버린 시간이기에 그리워진다. 그리고 서정성이야말로 관념적 논리와 달리 가슴을 울리는 예술적 기법의 필수 조건이기에 문학성을 높인다.

최정아 작가의 과거는 여느 과거와 다르다. 다 같은 50년대나 60년대, 70년대의 과거라도 지금, 이 시간과의 거리는 저마다 다르다. 최정아 작가가 왕복 4시간으로 학교에 다녀오고 바닷가에서 조개 잡던 시절은 도시에서 버스 타고 등하교하던 사람과는 다르다. <만금이>의 대부도 외딴섬은 학교 다니는 것 말고는 거의 태초의 시간이다. 몇백 년 몇천 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살어리 살어리 랏다 /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ᄅᆞ래 살어리 랏다라고 노래하던 고려 시대 여인과 문화적 배경이 같다. 청산별곡의 서정시인이 옛날에 그랬듯이 최정아도 시장에서 조개를 사 먹지 않고 갯벌에서 모시조개, 비두리고둥, 단추고둥, 바지락, 맛살, 소라를 스스로 찾아 먹으며 망둥이처럼 개펄을 뒤집어쓴다. 태초부터 우리는 그랬었다. 그것은 원초적 배경이기에 인간의 내면에 깊숙이 잠재해있는 노스탤지어의 엘레지가 된다.

문학에서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어휘 하나하나가 그 역할을 한다. 문명으로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 사물의 언어일수록 향수의 정을 짙게 만든다. <비 내리는 호남선> <비 내리는 영동교> 정호승의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눈사람> <눈물> <맹인 가수 부부> <첫눈> 그리고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 <수선화>도 물이 시 창작 무대의 전경 또는 배경이 되어서 독자의 향수병을 덧나게 하고 있다. 물은 바로 인간 생명의 원천이며 우리는 거기서 태어나고 거기가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에 감동의 진폭을 달리해 준다.

<만금이>의 바다는 그런 의미의 물이 출렁이는 바다이기에 향수의 농도가 더 짙은 배경이 되고 그 마을은 문명으로 바뀌지 않은 원형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시간의 거리는 현시점과의 대비를 통해서 더 극명하게 형상화되고 있다. 떠나온 옛 고향을 찾아가 보는 전후 구성이 그런 작용을 한다. 도시인들이 찾아와 바글거리는 먹거리 관광지로 변한 풍경이 그렇게 되고 그리운 친구 만금이도 그곳을 떠나버렸다기에 애수의 정으로 눈물 나게 한다.

고갱도 남태평양 외로운 섬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대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무엇인가>에 그런 주제를 담았다.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도 그렇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실상을 묻고 대답을 모색하게 한다. 그 대답은 일상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영원히 잃어가는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하게 감동적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며 이는 미술이나 음악이나 철학적 명상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최상의 수단은 언어예술이며 수필로써 최정아 작가가 이 문제를 형상화해 나가는 우수작을 남기고 있다.

 

이 수필문학의 소재는 최정아 작가에게는 운명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작자의 뜻과 상관없이 서해안 앞바다의 외딴섬에서 태어나고 그것이 소재가 되었다. 그런데 <내 삶의 OST>는 이렇게 주어진 소재에 자기만의 창의적 기법을 적용해서 작품을 완성해 냈기에 성공작이라는 표현이 따른다.

새로운 기법은 그 특수성만큼 위험도가 높아서 실험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 삶의 OST>는 성공작으로서의 문학사적 평가가 필요하다.

 

성장통을 앓을 시간도 없이 꽃샘추위가 밀려왔다. 두근대며 피어나던 꽃이 냉해를 입어 늦봄이 되어서야 다시 꽃을 피웠다.

 

성장통이나 꽃샘추위는 작가의 과거의 시간대를 말한다. 그 시간대를 작가는 유년기부터 몇 개의 음악 배경으로 서술해 나간다. 유년기를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 그리고 모차르트의 <봄의 동경>,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헨델의 <울게 하소서>,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등이 모두 인생의 어느 특정 시간대를 음악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것은 모두 그 시간대를 말하는 배경음악이다. 드라마나 영화나 작곡가는 전개되는 사건을 음악으로 얼마쯤 대신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배경이지 전경이 아니다. 배우가 등장하기 전의 빈 공간과 같다. 은유법에서 말하는바 원관념을 대신하는 보조관념이다. 이 보조관념만으로 원관념을 표현한 것이고 배경만으로 전경을 표현해 나간 것이 이 수필이다. 이것은 시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이지만, 그것이 나무나 돌이나 바다나 하늘 같은 시각적 이미지가 아니고 청각이 전하는 감성적 이미지여서 이런 예는 최정아만의 것이다.

이처럼 전경을 빼고 배경만으로 연출되는 연극이라면 참으로 황당한 발상이다. 그것은 아무 사물도 구체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경이 조금쯤만 도와주면 일생의 시간적 발자국을 감동적으로 전할 수 있다.

누구나 겨울 나그네같은 시간대가 있었고 한여름 밤의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고 환희의 송가를 부르며 신나는 계절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경이 없는 배경음악에 의한 인생론도 가능하다.

나는 음악 시간에 선생님이 축음기로 교향곡 같은 것을 틀어주며 해설하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모두 눈을 감게 하더니 지금 봄바람이 불며 보리밭이 물결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그런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음악이 누군가의 감성을 전하는 서정시가 되고 그의 삶을 속삭여 주는 서사시가 되고 있었다. 우리 인생이 그런 서정시이고 서사시다. 그러므로 굳이 순이와 개똥이와의 만남을 말하고 사랑과 이별을 서술하지 않아도 사상과 감정을 전하는 문학이 된다. 작가는 이런 기법으로 유년기를 추억하고 그 이후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며 향수를 불러낸다. 최정아 작가는 <내 삶의 Ost>에서 이처럼 참신한 창의적 기법을 구사하고 이와 함께 그 주제가 전하는 소중한 메시지로 독보적 수필문학의 영역을 펼쳐주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이 이처럼 감동의 물결이 출렁이는 수필 세계를 기대하게 된다. 어차피 모두 버리고 떠나는 유산이지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후손들에게 영원히 살아남는다.

 

 

 

작가의 말 · 지난겨울은 마음이 유난히 더 추웠다 4

 

서문 · 잃어버린 시간의 미학_金宇鐘(창작산맥 발행인) 6

 

 

1시간은 어디로

길에서 진통 21

가을 색깔에 울다 25

과일의 품격 29

내 삶의 OST 33

봄날은 간다 37

부탁이라는 소소한 얼굴들 41

시간은 어디로 45

죽음을 통과하지 않는 삶은 없다 49

무엇을 먹을까 53

메아리를 찾습니다 58

멈춰버린 지상의 시간 62

누군가의 저녁이 되고 싶다 67

나무늘보처럼 72

 

 

 

2길을 묻고 싶은 날

만금이 78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83

삭정이의 시간 87

선생님, 아카시아 꽃 91

섬을 떠나고 내가 섬이 되었다 95

클릭하는 생선국수 99

풍경을 잃었다 104

할머니, 아가씨 109

길을 묻고 싶은 날 114

어쩌란 말이냐 118

 

 

 

3솔직해지면 보이고 들리는 것들

꽃잎은 지는 때를 거스르지 않는다 126

해당화, 붉은 향기에 취하다 130

망둥이 도시락 134

바퀴가 많은 자동차 140

생명 145

솔직해지면 보이고 들리는 것들 150

아버지의 방에 핀 수국 155

어머니 향기 158

삐딱이, 그 맛 163

해바라기 정거장 168

가을역 171

어머니 그림자 175

흰 눈 검은 눈 179

한밤의 전화 소리는 183

 

 

 

4봄은 그늘도 향기롭다

로토루아에서 189

봄은 그늘도 향기롭다 194

손을 잡은 허공의 바람 198

숨을 쉬고 싶다 203

압록강 철교에서 208

야생의 어둠 212

바이러스와 힘겨루기 218

하루가 함부로 사라지지 않게 222

등대

 

 

 

5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는 바람

꽃을 기다리며 234

눈물의 맛 239

도돌이표 245

마음의 소리 250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는 바람 254

순간을 잡다 259

아버지의 친구 262

은근한 끈기 267

있음과 없음의 차이 272

특별한 울림이 있는 연탄 277

경기 수원 생

장안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09<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구름모자를 빼앗아 쓰다당선

2014<천강문학상대상 수상

 

2018년 현대수필 신인상

한국시인협회 희원

한국수필학회 회원

현대수필운영이사

 

시집: 바람은 색깔을 운반한다, 혼잣말씨

자동차가 시속 120km로 달리다 속도를 줄인다. 시시포스처럼 돌을 메고 산에 올라가야 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자주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는 것은 나의 숙명일까. 돌의 무게를 못 견디는 날이면 쫓기듯 찾아가는 또 다른 자아의 세계는 닫혀있는 문이다.

철새들은 계절을 잊지 않고 찾아와 겨울 바다의 쓸쓸함을 걷어내고 있다. 일몰이 겹치는 아슴아슴한 바다를 보면 엄마의 품인 듯 아늑하다. 이곳에 와서 어떤 결심을 하면 익숙한 것을 내려놓게 된다.

시화호를 지나는데 철새들이 군무를 추며 나를 반겨주는 듯하다. 창문을 열자 비릿한 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와 코끝을 간질인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리움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하얀 무명 앞치마를 두르고 굴국을 끓이던 어머니가 맨발로 달려나올 것 같아 옛집 앞을 기웃거려 본다.

인생은 애달픈 꽃길을 밟고 지나가는 것이리라. 옛 추억을 더듬으며 차를 몰고 마을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눈에 익은 것은 소나무 숲뿐이었다. 소나무들은 꿋꿋하게 세월을 잘 견디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를 품어서 키워준 소나무 숲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넓은 모래위에 텐트를 치고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지 않은 시간이 여전히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

고향을 찾아왔지만 나는 이방인이었다. 공기에 부딪혀 곱게 부서지는 햇살의 입자들 사이로 홀로 밭을 일구던 어머니의 하루가 지나간다. 꽉 막힌 듯한 현실 앞에서 숨통이 터진다. 삶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고려 시대 길재의 시조를 읊어 보았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을 간 곳이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오십 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바다와 산은 그대로인데 사람들만 간 곳이 없다.

 

_‘길을 묻고 싶은 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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