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꽃들에게 안부를 묻다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3-10-04 14:16
  • 꽃들에게 안부를 묻다
  • 이진영
  • 해드림출판사
  • 2023년 09월 27일
  • 신국
  • 979-11-5634-557-2
  • 15,000원

본문

 

봄은 기다리고 기다리면

멈칫거리다 뒷걸음치다가

그렇게 다가오는데

미처 부르지도 못한 여름은 어느새 계절을 넘었네요

뙤약볕에 드러낸 알몸 위 데인 상처

채 쓸어주지 못했는데

스스로 깊은 아픔으로 걸쳐진 하루를 쓰다듬는

철든 바람 탓에

위로를 건네받습니다

바람 곁에 다가서는 가을의 걸음이 조신합니다

계절은 삶의 배경으로 쉼 없이 흐르고

한순간을 남겨두기 위해 찰칵!’이라는

카메라 셔터 음이 여운으로 남듯

수필 한 편이

가을의

철든 바람과 함께 남습니다.

 

흐르는 계절을 건널 수 있게 언제나

제 손잡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햇살이 거실 너머까지 기웃거린다. 아직 따갑다.

하지만 한여름처럼 모든 걸 태워버릴 듯한 기세는 아니다. 나뭇가지 끝을 잡아당겨 하늘 가로 쑥쑥 크게 하려는 기세도 아니다. 그저 눈부시게 나뭇잎 끝자락에 앉아 수런거리고 있다.

 

컵과 그릇들이 온통 깨어지고, 그것들을 다시 붙인 설치물들에 새로운 것들을 담아 보여주었습니다.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였지만 다른 용도로 쓰일 때 새롭고도 특별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히려 더 멋스러웠습니다.

 

언니도 조카도 친구도 다시 먼 곳으로 떠나갔다는 현실이 싸늘하게 다가왔다. 꽃샘추위라고 꽃이 피기 전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있다지만, 오늘은 꽃이 진 뒤인데도 춥다. 봄이 뒷걸음친 듯이 바람이 차다. 꽃 진 추위인가.

 

안개 같은 미세먼지 속을 터벅터벅 걸어 돌아오는 길에 내내 눈물을 흘렸다. 날씨 탓이라고 둘러대다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분들을 향한 그리움이 녹아내리고 있어서일 거라고.

 

책을 내면서 4

 

 

1_ 가을의 햇살

가을의 햇살 12

근시안 15

무거워요 17

재난경보 19

빈티지한 사람 22

공중전화의 추억 24

꽃 심는 사람 27

감기를 앓으며 30

문단속 잘 하세요 33

홀로 시상식 36

 

 

2_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것들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것들 40

꽃들에게 안부를 묻다 44

손수건-1 47

손수건-2(하얀 손수건) 51

세상 끝의 집 55

취한다는 건 59

나는 울보였어요 63

선녀탕 67

송홧가루 날릴 무렵 71

야채 대통령 75

공짜가 좋아 79

 

 

3_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조개젓과 아버지 84

봄날의 밥상 87

봄날 피고 지는 꽃에 대한 90

분홍빛 스웨터 93

아버지의 그림 96

시절 인연 100

배경음악 104

보약 107

어머니의 기침 소리 111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115

나이가 든다는 게 119

시간을 스캔하다 123

 

 

4_ 그리움은 자욱하게

정동 길을 걸으며 128

어긋나다 131

이름 모를 씨앗을 심고 135

구닥다리 139

나는 쫓겨난 게 아니라네 142

그리움은 자욱하게 147

동장군 151

마음 검진 154

채우지 못한 쿠폰 157

다시 돌아가고 싶다 161

악마의 덩굴 165

 

 

 

 

 

 

 

출판사 서평

 

봄은 기다리고 기다리면

멈칫거리다 뒷걸음치다가

그렇게 다가오는데

미처 부르지도 못한 여름은 어느새 계절을 넘었네요

뙤약볕에 드러낸 알몸 위 데인 상처

채 쓸어주지 못했는데

스스로 깊은 아픔으로 걸쳐진 하루를 쓰다듬는

철든 바람 탓에

위로를 건네받습니다

바람 곁에 다가서는 가을의 걸음이 조신합니다

계절은 삶의 배경으로 쉼 없이 흐르고

한순간을 남겨두기 위해 찰칵!’이라는

카메라 셔터 음이 여운으로 남듯

수필 한 편이

가을의

철든 바람과 함께 남습니다.

 

흐르는 계절을 건널 수 있게 언제나

제 손잡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햇살이 거실 너머까지 기웃거린다. 아직 따갑다.

하지만 한여름처럼 모든 걸 태워버릴 듯한 기세는 아니다. 나뭇가지 끝을 잡아당겨 하늘 가로 쑥쑥 크게 하려는 기세도 아니다. 그저 눈부시게 나뭇잎 끝자락에 앉아 수런거리고 있다.

 

컵과 그릇들이 온통 깨어지고, 그것들을 다시 붙인 설치물들에 새로운 것들을 담아 보여주었습니다.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였지만 다른 용도로 쓰일 때 새롭고도 특별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히려 더 멋스러웠습니다.

 

언니도 조카도 친구도 다시 먼 곳으로 떠나갔다는 현실이 싸늘하게 다가왔다. 꽃샘추위라고 꽃이 피기 전 꽃을 시샘하는 추위가 있다지만, 오늘은 꽃이 진 뒤인데도 춥다. 봄이 뒷걸음친 듯이 바람이 차다. 꽃 진 추위인가.

 

안개 같은 미세먼지 속을 터벅터벅 걸어 돌아오는 길에 내내 눈물을 흘렸다. 날씨 탓이라고 둘러대다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분들을 향한 그리움이 녹아내리고 있어서일 거라고.

 

 

수필집 내 안의 용연향, 나도 춤추고 싶다, 하늘에 걸린 발자국, 종이 피아노, 10, 그땐 그랬지

 

시집 우주정거장 별다방,

내 슬픔도 먼지였다

 

동화집 초록 우산의 비밀

 

수필과 동화, , 시를 춤추게 하는 낭송을 하면서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힘든 세상 여행길 아름답게 가고 있다.

 

분홍빛 스웨터

 

매해 봄이면 그를 만납니다. 내게로 와서 20년이나 함께 봄을 맞이했습니다. 민소매 셔츠와 카디건으로 구성된 분홍빛 스웨터입니다.

백화점 진열대에 걸린 꽃분홍 색깔에 첫눈에 반했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에 몇 번을 망설이고 뒤돌아서려다가 결국은 손을 내밀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는 바다를 건너 멀고도 낯선 땅을 찾아와 나를 만났습니다. 그렇게 그와 나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운명에 기대어 변함없는 사랑으로 함께한 세월이 만만치 않습니다.

진달래 필 무렵이면 꽃 빛깔에 뒤질세라 떨쳐입고 봄을 걸어 다녔는데, 주위 분들은 꽃이 피어서 봄인지 내가 봄을 걸쳐서 봄이 왔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햇살이 쫙 내리는 거리에서 나는 그 분홍빛 스웨터로 인해 눈부셨습니다. 가을에도 입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상하리만치 가을보다는 봄에 어울리는 옷이었든 싶습니다.

그는 겨울을 보내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해서 꽃 빛 자태로 나와 함께 봄을 마중했고 또 배웅하면서 청춘을 보냈습니다. 친구들과 미국 여행을 갔을 때도 동행했습니다. 서부 은광촌에도, 라스베이거스 페네티안 호텔의 가짜 하늘 아래서도 화려한 빛깔을 은근히 뽐내주었습니다. 여행의 피로로 생기 없는 얼굴에 연지 빛 혈색을 선물해 주기도 했지요. 제주도 여행 중 노란 유채꽃 더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속에서도 환상적인 빛깔의 조화를 들어내 주기도 했습니다. 여러 번의 거제도 여행에서는 홍가시나무 나란히 핀 길가에 나도 꽃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의 빛은 스스로 존재하려 하기보다 주위까지 품어 조화롭게하는,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는 친화력이 있습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들 합니다. 피면 지게 마련이지요. 사랑 또한 그렇다 합니다. 뜨겁게 사랑한다 해도 세월이 가면 식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매일 먹으면 싫증이 난다고 합니다. 옷도 그러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옷도 오래 입다 보면 싫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분홍빛 스웨터, 그 품에는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던 20년 전쯤의 건강했던 내가 숨 쉬고 있습니다. 또 많이 힘들지만, 감사의 마음으로 견디며 살아가는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그 모든 날이 모여 이룰 내일도 있을 겁니다.

이제 그는 싱그러운 계절을 잃어가는 주인을 닮아 많이 쇠약해졌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빛나는 윤기와 탄력은 전만 못하지만, 열정의 빛은 바래지 않고 여전히 봄꽃을 피웁니다.

매해 봄이 오면 변함없이 화사하게 웃을 줄 아는 끈기. 한 번 맺은 인연 져버리지 않고 내 곁을 지키는 의리. 내가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연민의 눈빛 가득 보내봅니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