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엿을 사는 재미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14 10:21
  • 엿을 사는 재미
  • 장은초
  • 해드림
  • 2012-12-02
  • 변형신국판
  • 978-89-93506-59-4
  • 10,000원

본문

깨끗한 마티에르,
한 여름 석양같은 정조의 아우라,
영혼의 기쁜 손님들!

종로에서 인천행 전철을 탔다. 펄쩍 건너뛰듯 빠르게 몸을 밀어 넣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전철을 타면, 전철 안을 휘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살아가는 일이 날마다 고빗사위 같았을 때, 전철 안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저 사람은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던 데서 나온 버릇이다.
전철을 탈 때마다 느끼지만, 오늘도 역시 전철 안 기운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도록 짓누른다. 사람들의 표정이 무겁다 못해 그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듯하다. 세상을 좀 살았음직한 사람들의 바닥을 향하는, 아니 바닥으로 처진 표정들이 숨 막히기 때문이다. 눈에 힘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어딘가를 응시한 채 사념에 빠진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삶이 지쳐서 만사가 싫은 듯한 표정들, 마치 어둠을 떠받들며 살아가는 사람들 같다.
저들에게 장은초 수필집 [엿을 사는 재미] 한 권씩 들려주고 싶다.
신앙에서 영성이 풍부한 사람은 말하거나 미소 지을 때, 아니 가만있어도 표정에서 환한 빛이 동살처럼 퍼져 나온다. 감성이 충만한 장은초 수필집이 그러하다. 전철에서 이 수필집을 읽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 표정은 은근히 환할 것이다. 대책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모습보다, 다소곳이 고개 숙인 채 책장을 넘기는 그 앞모습 또는 그 옆모습은 얼마나 지적인가.

[엿장수가 사라져 버릴까 봐 조바심을 내다가 마루 밑에 아버지 어머니
흰 고무신이 생각났다. 부모님에게 흰 고무신이란, 갈음옷을 입고 맑은
장소에 갈 때나 신는 특별한 신이었다. 구렁이 아래턱 여기듯 하는 신발
을, 나는 각각 한 짝씩 들고 나왔다. 새 신이나 다름없는 신발값을 후하게
쳤는지 혼자서 한번은 퇴내게 먹을 만한 양의 엿을 끊어주었다.
(엿을사는재미)]

[엿을 사는 재미]를 펼치면 누에의 토사(吐絲)처럼 섬세하고 빛나는 직조를 통해 나온 영혼의 기쁜 손님들이 우리를 맞는다. 어디선가 풀잎 떠는 소리가 들린다. 이 사랑의 계절조차 더욱 숙성시킬 것만 같은 장은초 수필집, 이슬 맺히지 못하는 영혼의 풀잎을 치유한다.
‘해드림’이 꽃등으로 만났던 개인 수필집이 장은초의 [발가벗고 춤추마]이다. 5년 전 나온 이 수필집을 대하면 여전히 새물내가 난다. 한여름 석양 같은 아우라가 처음처럼 행간에서 바람 불어오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은초 수필집을 펴내며 가슴속 재단에 촛불을 켠다. 세상을 향해 목청껏 신불림하고 싶은 또 하나의 성채(星彩)다. 이번 [엿을 사는 재미] 역시 서경하고 서정하는 저자의 붓끝이 감미롭다. 앵티미슴(intimisme) 색조의 장은초 수필에서는 언제나 처음처럼 수필의 순미한 생리 현상이 느껴진다. 우리 모든 일상이 감동이고 멋일 수 없다. 그런데 장은초 수필의 인금은 소소한 일상조차 멋스럽게 한다.
_ 수필가 이승훈

펴내는 글 내 인생 둘레길에서 • 4
축하 단평 깨끗한 마티에르. _ 이승훈 • 287


1. 내가 피노키오였다면

그해 여름엔 별을 주웠네 • 14
짧은 영광 긴 창피•19
내가 피노키오였다면•23
욕심•29
영원한 현직•35
포항말이 어때서•40
지천명에 스포츠맨십을 배우다•45
그런다고 누가 상줘요•51
내 별명 코쟁이•57


2. 자반고등어

곗날 풍경• 62
귀여운 도둑• 66
어머니에게 쓰는 참회록• 70
외투• 76
오일장을 추억하며• 82
7일간의 사랑• 86
엿을 사는 재미• 89
자반고등어• 94
순박한 사람들• 98


3. 내가 헬리콥터 엄마일까

자식농사• 105
회초리가 그리운 이유• 109
왕자는 괴로워• 114
키 크다고 하늘에 별 따랴• 118
내가 헬리콥터 엄마일까• 124
철표어머니 되십니까• 129
배워서 남 주나• 134
말실수• 138
예의, 있음과 없음의 차이• 142


4.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 바다 위에서• 149
서 푼짜리 재능• 154
너에게 반했어• 158
원고료• 163
낮잠의 효용가치• 167
밥값은 하고 살아야지• 171
방자• 175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179
인도(人道) 그리고 상도(商道)• 184


5. 시어머니의 맏이사랑

암까마귀 수까마귀• 191
폐 끼치지 말라면서• 196
불우한 여인들을 위하여• 201
이름은 못 남기더라도• 208
곗술로 낯내기• 213
나의 냉장고• 217
엉덩이에 관한 한담(閑談)• 221
시어머니의 맏이사랑• 225
조장 조장 조장• 230


6. 양심은 지켜가는 것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238
못 말리는 퀴즈사랑• 242
시계와 달력• 246
변명과 해명• 253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258
양심은 지켜가는 것• 263
어떤 노욕• 268
현처 빈처 악처• 272
지옥에서 보낸 한 철• 277
_15박 16일 이야기

경북 포항 출생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수상(2005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편지마을 회원
테마수필 필진

국제환경박람회 환경부 장관상 수상(1999년)
수필집<발가벗고 춤추마> 2007년 해드림
<엿을 사는 재미> 2012년 해드림
공저: <친구 내 오랜 친구들>외 다수

*조그만 시골마을에서는 누군가 무엇을 하면 남 뒤질세라 줄줄이 ‘따라하기’ 열풍이 불곤 했다. 가령, 누구네 집에 전기밥솥을 사면 집집마다 따라서 샀고, 다리미를 사면 온 동네 다리미 사는 게 유행이었다. 장사도 순전히 그런 바람에서 비롯되었다.
누군가 텃밭에 푸성귀를 뜯어다 팔아 재미를 좀 봤다고 하니 동네 어머니들이 너도나도 장사꾼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내 어머니도 예외없이 그 대열에 합류하셨다.
채마밭에서 솎은 상추, 쑥갓, 오이, 호박, 아욱 등 돈이 되는 거라면 가리지 않고 시장에 내다팔았다. 그렇게 번 돈은 가용에 보태고, 자식들 학비며 책값에 차지게 쓰였다.
어머니들은 무거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추레한 입성도 개의치 않은 채, 오직 돈 만지는 재미로 시장 골목에다 좌판을 차리셨다.
여고 1학년 때이다. 방과 후 학교 앞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나를 부르는 어머니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죽도시장에 가셨다가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정류장에 서 있던 나를 보신 것이다. 창밖으로 목을 빼고 애타게 불러대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나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외면하고 말았다.
_‘어머니에게 쓰는 참회록’ 중에서



*며칠간 검사로 혹사당한 뒤 2차 수술은 26일 월요일에 잡혔다.
25일 밤, 수술을 앞두고 레지던트 치프가 장황설을 늘어놓았다. 수술에는 늘 변수가 따르고 돌발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며 수술결과를 미리 장담하는 건 금물이란다. 그러고는 수술 도중에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얄기죽얄기죽 하나씩 열거해 나갔다.
달팽이관을 다칠 수도 있고 턱관절을 깎아내야 할 수도 있고 침샘 기능이 영구히 파괴될 수도 있고 한쪽 귓바퀴를 다 잘라낼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단 1%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듣고 있으려니 간이 오그라들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마치 협박처럼 들렸다.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평소 안차고 다기진 남편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왜 겁나지 않겠는가. 안 그런 척 할 뿐이지, 애써 담담하려는 남편을 지켜보는 마음이 갑절이나 더 아팠다.
밤 11시가 되어 나는 병원 문을 나섰다.
_지옥에서 보낸 한철(15박 16일 이야기) 중에서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