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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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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
  • 장석영
  • 해드림출판사
  • 2012년 11월 30일
  • 신국판
  • 978-89-93506-58-7
  • 10,000원

본문

비평의 붓은 날선 억새 같기도 하다

문단에 등단하고 얼마 되지 않아 어느 문학 모임에 참석했다. 식사를 마치고 제출된 작품에 대한 각자의 평이 있었다. 참석자 모두 작품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어쩜 저렇게 말을 잘 할 수 있을까, 저런 해박한 지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하지만 합
평은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 내용만 평하기로 했던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상대방 감정까지 자극하는 일이 벌어졌다. 훗날 들은 얘기였는데 그날 여러 사람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한 사람은 그 뒤로 붓을 놓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월간순수문학사’로부터 월평을 부탁 받고 원고를 보내기 시작한지 4년이 넘었다. 그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원고를 정리해서 보내다 보니 이제는 월평에 대한 내 나름의 안식능력도 생겼다. 칭찬의 글은 작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지만 잘못된 표현까지 칭찬으로 일관한다면 작가 스스로 단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집我執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잘못된 부분만 지적하고 마땅한 대안 없이 평을 마친다면 글쓴이로 하여금 사기를 떨어뜨려 새로운 글을 쓰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작품 평을 할 때는 장점과 단점을 적절하게 안배하여 좋은 점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잘못된 표현에 대해서는 수정 보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내 나름의 기준을 정해 놓고 평을 했다 해도 월평에 올려 진 작가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글이란 작가 자신만의 개성과 주관이 있는 것인데 내 글이 어떤 사람의 틀 속에서 다뤄졌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 스스로도 남의 허물을 보면서 내 허물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월평에 올려 진 많은 작가의 작품을 다루면서 알게 모르게 누를 끼친 점을 정중하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평설집‘ 이야기가 있는 문학풍경’을 발간하게 되었다. 평설집을 통해서 그동안 작가와 서먹했던 관계를 복원하고 나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해 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혹여 그동안 나의 글줄 하나로 마음이 불편했던 작가가 있었다면 널리 양해 있기 바란다.
그동안 월평 자리를 마련해 준 월간순수문학사 박영하 사장과 박선범 부장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수필계 발행인 이승훈 아우, 원고 정리에 협조해 준 이종철 선생께 고마움을 전한다.
2012년‘ 늦가을 을왕리 바닷가에서’ 장석영

목차

1. 맑은 영혼이 봄바람처럼

수필은 정신적 고통의 열매 ◆ 12
관수세심 관화미심 ◆ 18
맑은 영혼이 봄바람처럼 ◆ 24
사랑 별리 ◆ 30
수필은 세심 정혼의 글 ◆ 36
수필가의 피그말리온 ◆ 43
수필은‘ 마음글’이다. ◆ 48
수필의 멋 ◆ 57
수필의 향기 ◆ 63
향기를 잃어버린 꽃 ◆ 68


2. 달빛 야화

근하신년 ◆ 77
달빛 야화 ◆ 88
백색소음 ◆ 93
버킷리스트 ◆ 98
삶의 진실을 찾아서 쓰는 글 ◆ 104
일병장수 ◆ 111
증강현실 ◆ 115
춘래불사춘 ◆ 120
타자들 속으로 ◆ 124
한 우물을 파라 ◆ 129


3. 행간의 여백

생각의 정돈에 대하여 ◆ 137
수필문학 속 시어 이야기 ◆ 144
수필은 꿈을 현실 세계로 불러들이는 문학 ◆ 149
수필 창작과 독서 ◆ 156
숨은 1인치를 찾아라 ◆ 165
인문학과 수필문학 ◆ 171
좋은 글 좋은 말 ◆ 176
좋은 글을 짓기 위한 제언 ◆ 181
행간의 여백 ◆ 191
감성이 살아있는 풍경 ◆ 197


4. 수필과 시와 관계

무형식의 형식◆ 203
문장의 군더더기◆ 207
소재 발굴이 탁월한 작품 ◆ 213
수필에서 단락 나누기의 중요성 ◆ 220
수필은 어떤 문학인가 ◆ 225
수필의 독창성에 대하여 ◆ 231
수필의 문학성에 대하여 ◆ 242
수필의 형식에 대하여 ◆ 248
시와 수필과의 관계 ◆ 255
자연 속에서 찾은 글감 ◆ 260


5. 작품해설

생명 존중의 혼이 담긴 문학 ◆ 269

맥파 장석영은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학창시절 내내 선수생활을 했다. 선수시절에는 운동만이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춘기를 거치면서 인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중 밤하늘의 별빛이 각각의 의미를 달고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세상에는 운동 외에도 아름다움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작가는 세상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중 하나가 독서와 글 쓰는 일이었다.
작가는 월간순수문학 신인상 수상을 계기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여 한국문인협회 대외협력위원, 국제펜클럽회원, 월간순수문학 월간평론위원, 한국교원문학회 이사, 서울지방경찰청‘기초질서 문예전’ 산문 심사위원, 꿀맛닷컴 동영상 강의 윤문·검토위원, 수필전문지‘ 수필계’ 심사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작가의 저서로는 『가위바위보』 『반딧불 반딧불이』 『스타탄생의 예감』 1·2권 『영화쏙쏙 논술술술』 등이 있다.

*주차 후에 나는 그와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노파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도토리묵 쑤는 방법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한다. ‘산에서 도토리를 주어다가 깨끗한 물에 하룻밤 담가 놓으면 각종 벌레가 다 죽는다. 그 다음에는 양지 바른 곳에 널었다가 껍질을 벗긴다. 알맹이는 잘 말린 다음 빻아 가루로 만든다. 도토리 가루는 물과 섞어 가라앉히고 고운 체를 준비한다. 물에 가라앉은 도토리가루를 고운 체에 걸러서 도토리 대비 물의 비율을 여섯 배 정도로 하여 열을 가하여 끓인다. 도토리 가루를 내린 물을 계속 저어 묵이 바닥에 눋지 않도록 한다.’ 나는 그의 말을 처음에는 건성으로 들었지만 하도 진지하게 말을 이끌어가니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만삼이’ 중에서 삼을 실천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만삼이는 건강생활을 위한 나의 생활수칙이다. ‘만’은 하루에 만보 이상 걷는 것을, ‘삼’은 삼십 분 이상 명상을, ‘이’는 이십 쪽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을 의미한다. 명상의 공간에서 드러나는 나의 실체는 시공을 넘어선 세상과 끊임없이 교감을 이루다가 어느 쯤에서는 현실 세계로 돌아온 나를 발견하게 된다. 노파의 주름살 너머에서 인생에 대한 삶의 의미를 찾던 나는 어느 순간 도토리묵과 수필과의 관계를 떠 올린다.
_‘수필은 세심정혼의 글’ 중에서



*좋은 말은 희망과 감동을 주는 말이다. 평소 말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 중에도 말을 잘 한다기보다는 말 옮기기를 잘 하는 사람이 꽤 많다. 그들은 진실을 말하기보다는 임기응변적 화술에 치우쳐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은 스쳐 지나는 바람처럼 쉽게 잊히고 만다. 좋은 말은 마음의 실체를 온전히 담아 전하는 말이다. 선지자들은 한 두 마디로도 우주의 실체를 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을까.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화의 대상을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말을 시작해야 한다. 말의 생명은 진실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한 사람 앞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수만의 청중 앞에서도 말을 할 수 있다.’ 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꾸밈없이 하는 말 한마디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서녘 하늘에 걸린 붉은 태양의 잔등에 올라서서 잠시 지난 시간을 들여다본다. 지난 한 해 동안, 내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는 너그러우면서도 다른 사람의 과오에는 지나치게 따지지 않았는지 살펴본다. 특히 월평이란 명분으로 남의 글에 대한 단점만 꼬집고 칭찬에 인색했는지도 생각해 본다. 따지고 보면 세상사 아무것도 아닌데 작은 것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며 살았는지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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