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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4 10:31
  • 찢어진 청바지 틈
  • 윤남석 수필가
  • 문학평론
  • 2013년 1월 10일
  • 산문식 평론
  • 97889-92506-63-1
  • 12,000원

본문

펴내는 글

「왜 찢는 거지?」
「자유가 느껴지거든요.」
「찢어진 청바지 틈에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건 늘 사소한 것들이죠.」
「그렇군.」
정말이지,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건 늘 사소한 것들이”었는데……
영원한 자유인, 김점선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그“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만큼 덤벼들지
도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목차

“별 시답잖은 넋두리 04
“응” 10
오, 가슴이 뭐냐? 20
아직도 저를 간통녀로 알고 계시나요 30
바람이 분다 39
Q 46
천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55
칼의 노래 68
치마 80
부처를 범했더니 거기 내가 있네 91
아버지의 논 103
오메르타Omerta 112
메밀꽃 필 무렵 123
고흐 씨와의 데이트 132
백설공주를 깨우지 마 143
門, 그리고 36.5 degrees 152
소주병 161
꽃숨 168
그대를 맞는 내 몸이 오늘 신전이다 180
다시 알몸에게 193
팔팔조도叭叭鳥圖200
동백꽃 지다 207
구더기들의 아름다운 질주 219
사람의 땅, 그 굴곡의 미학 226
모든 게 그냥 그런 게 아니었는데 248
잡문을 쓰고 나서 260

시인 정지용의 시, 「향수」에“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이란 구절이 나온다. 그 부분이 참 괜찮다, 싶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삶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내겐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작년(2011)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아, 산문집『냄비받침』을 출간한 바 있으며, 요즘엔 소설도 쓰고 있다. 그렇게 앞으로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삶을 살아내고 싶다.

극한의 슬픔이 빗방울을 타고 흘러내린다. 슬그머니, 가슴이 도진다. 애써 잊고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나고, 전혀 겪어 보지 않았던 일도 지금 막 경험하게 할 것처럼 현혹하는 듯하다. 들뜬 마음이나 일어난 생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한 바람, 작은 일을 부풀려서 크게 말하는 일과 남을 부추기거나 얼을 빼는 일을 가리키기도 하는 바람, 무슨 일에 더불어 일어날 기세를 뜻하는 바람, 또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기도 한 그것은—머리 푼 제갈공명이 칠성단에서 기다리던 동남풍처럼—무대에서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불다, 일다, 쐬다, 에서 들다, 맞다, 샌다, 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바람이‘바람처럼’빠르게 몸빛을 바꾸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은 소리 없이 다가오지만, 대체적으로 소리를 가진 편이다. 바람이 직접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그 바람을 쐬거나 맞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들이 바람과 부딪쳐 내는 소리, 라고 하는 게 적당하다. 좁은 틈 사이로 세차게 새어나오는 소리는 색, 그것이 매우 세차게 새어나오면 식. 나뭇가지나 물건의 틈 사이로 스쳐 지나가면 솨, 스쳐 불면 쏴, 몰아쳐 불면 쇄, 갑자기 빠르게 불면 횡, 갑자기 빠르고 세게 불면 휭, 갑자기 아주 세게 불면 휙, 거칠게 스쳐 지나가면 휘, 세차게 스쳐 지나가면 쌩, 매우 세차게 스쳐 지나가면 씽, 또 그
것은 펄럭, 팔락, 폴락, 풀럭, 웅웅, 융융, 확확, 폴랑, 팔랑, 풀렁, 살랑, 설렁, 선들, 산들, 건들, 간들대기도 한다. 바람살은 그렇게 능수능란한 면모를 선보일 줄 안다.
_‘바람이 분다’ 중에서




비록 소아적 쾌감을 채우는 데는 실패했지만, 사내아이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이 김선우에게 오줌 멀리 보내기 연습을 시켰던 것 같다. 하지만 남자와의 오줌발 시합에서 유일하게 이겼던 여자도 있다. 제주도에 전승되는 서사 무가「세경世經본풀이」에 나오는 자청비自請妃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청비는 하계로 내려온 문도령을 따라갈 심산에, 남장을 하고 글공부를 같이 하게 된다. 자청비의 책 읽는 소리나 행동을 이상히 여긴 문도령이‘오줌발 멀리 갈기기’시합을 제의하기에 이른다. 달 밝은 밤에 겨루게 되었는데, 자청비의 오줌발이 더 멀리 나가는 것을 본 문도령은 더 이상 자청비를 의심하지 않는다. 자청비는 미리 준비한 대나무를 가랑이에 끼우고 필사적으로 내갈겼던 것이다. 이후 둘은 사이좋게 글공부에 전념하게 된다. 교묘한 꾀를 부리긴 했지만, 일단 자청비가 이겼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깎아 만든 대나무를 끼우고 서서 볼일을 봤다면, 요즘은 오줌 깔때기 P-Mate라는 제품이 출시되어 여성들도‘서서 쏴’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서서 쏴’가 남성들만의 독점적 행위였다면, P-Mate는 그 비합리적 요소를 단숨에 평정할 만한 제품으로 손색없어 보이기도 한다.
_‘오메르타Omerta’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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