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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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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수 강가에서 7
  • 수필사랑양평
  • 동인작품집
  • 2013년 1월 21일
  • 동인수필집
  • 97889-92506-69-3
  • 12,000원

본문

일곱 살의 봄

얼었던 땅이 몸을 풀고 나뭇가지마다 새 순을 피어 올리는 봄이오면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입학이라는 통과 의례를 거치고 나면 일곱 살 아이들은 어느새 쑥쑥 자라 자기 키 만큼의 높이로 성숙해 갑니다. 양평에 수필문학이 자리 잡은 지도 어언 일곱 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들어오고 나가는 많은 회원을 통해 거르고 걸러진 스물두 명의 작가들이 마음을 한데 모아 일곱 번째의 글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머리를 맞대며 둘러앉아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누면서 한 땀 한 땀 키워나간 저마다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읽혀져 기억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타 장르와 달리 수필은 적든 많든 개인의 삶이 녹아있게 마련이니 저는 감히 수필문학을 개인의 역사가 숨 쉬는 문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머리를 맞대듯 둘러앉아 글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며 도란거리던 그 소중했던 시간도 저장돼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한해는 슬픔과 기쁨이 겹친 해였습니다. 우리와 늘 자리를 같이했던 회원 한 분이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두 분의 회원이 등단이라는 영예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세상을 떠나던 순간까지도 글쓰기를 소원했을 그분처럼 살아있는 우리는 살아있는 값을 하기위해 필을 놓지 말아야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값을 하기 위해 수필에 매달리는지도 모릅니다.
어느덧 경인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숨결을 모아올린 소중한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은 조용자 선생님과 김종숙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지난 일 년간 자신의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수필사랑 양평을 위해 헌신해준 박말숙 총무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3년 1월
회장 김언홍

목차
펴내는 글 _ 일곱 살의 봄 - 김언홍 ……………… 04
수필사랑양평 연혁 ………………………………… 245

김종숙 ………………………… 12
서러운 동행
독(獨)이 불러온 독(毒)
자낙스(Xanax)

윤난순 ………………………… 28
부끄러운 기억
양수리 물길을 따라

조용자 …………………………… 40
삼방녀(三方女)
나, 서울 간다
10년을 읽는 시집

김언홍 ………………………… 56
긴 머리
3급 건망증

김상하 …………………………… 66
빛과 어둠
장미를 베어버리다

김융기 ………………………… 73
우리 개가 달라졌습니다
금고기 할머니
주전골, 또 가고 싶구나!

안덕자 ………………………… 85
선생님의 주례사
내 인생의 마지막이 전성기였으면

윤만영 ………………………… 93
또, 오시영
욕심쟁이 늙은이
낚시꾼

윤상근 ………………………… 107
고추 말리기
65세

이동근 ………………………… 117
분서잠(焚書箴)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
계곡물 소리

정유순 ………………………… 133
고향 가는 길을 묻다
소리가 있는 세상
화인각(火印刻)_산불현장을 보고

김극준 ………………………… 148
이방인
개와 나
그 집 앞

박말숙 ………………………… 165
전철 속 풍경
사람이 그립데요

박영희 ………………………… 176
딸과의 만추 여행
런던아이(London Eye)와 컵라면
장애는 죄가 아니다

방인자 ………………………… 190
친정 엄마
아들과 어버이날

안광원 ………………………… 199
어느 가을에
우선순위
자연과 더불어 살려면

염혜순 ………………………… 212
김장ᆞ4
그네

이석용 ………………………… 225
할아버지의 짝사랑
먼 기억속의 그 시절

이순자 ………………………… 238
오미자의 추억
신병 교육대를 찾아서

2005년 탄생한‘수필사랑양평’은, 아름다운 ‘두물머리 아리수 강변’ 양평에 거주하는 수필가들의 수필 동인 단체이다. 현재 2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장은 김언홍 수필가이다.
이들 역량 있는 동인 작품집 ‘아리수 강가에서’는 이번까지 일곱 권 째 발간으로써, 해를 거듭할수록 탄탄한 문학 도량으로 발돋움 하는 중이다.
동인‘수필사랑양평’은 그 이름에서도 읽히듯이 ‘수필’과 ‘양평’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하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치열한 작품 합평을 거치면서, 맑고 고요하고 깊은 아리수의 성정 같은 수필 역량을 키워 간다. 또한 양평문인협회와 문학적인 공조를 통해 양평에서 문학을 지향하는 후진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이 싫어졌다. 남편의 사업을 정리하고 33년 동안 살았던 서울을 떠나 시골로 들어왔다. 비포장도로였던 자갈길을 경운기를 타고 나갈 때면 덜커덩덜커덩 오장육부가 흔들리고 엉덩이도 몹시 아팠다. 모든 게 불편한 시골 생활은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잠깐이나마 망각의 여유를 갖게 했다.
그때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뉴스가 발표되자 갑자기 도로를 넓히고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잘 뚫린 도로 옆에다 사업장을 내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시골 생활에 적응해 갔다.
한창 사업이 잘될 무렵 나는 암에 걸렸고 10년 후 남편도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았다. 사업장을 정리한 후, 산을 두르고 강을 끼고 있어 경치가 수려한 양평으로 삶터를 옮겼다.
전철에서 내다본 창밖의 풍경은 한국의 수도답게 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키를 자랑하며 서 있고 차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간다.
아! 서울이구나. 반세기가 훌쩍 지나는 동안 나날이 발전한 서울의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 나의 드림랜드였던 서울.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도록 살아온 희로애락의 필름을 되돌리며 감회에 젖는 사이 양평에서 출발한 전철은 한강을 지나고 있다.
나, 오늘 서울 간다.
_조용자 ‘나, 서울 간다’ 중에서




*아침에 절여 놓은 배추는 저녁 무렵이 되니 숨이 죽어 커다란 플라스틱 함지가 푹 들어갔다. 소금물 속에서 몇 시간 지나니 배추가 부드러워지며 적당히 간이 밴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여겨졌다.
살아있는 배추는 김치가 되질 못한다. 김치가 되기 위해 자신의 싱싱함을 버리는 배추, 절여진 배추는 조금 전의 뻣뻣하게 살아있던 그 배추와는 전혀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이다. 어느새 세포 사이마다 소금기를 머금고 간이 맞는 새로운 이름‘ 절임 배추’가 되었다.
숨이 죽은 배추들을 서너 번 씻어 광주리에 담아 물기를 빼고 아이들이 도착하기 전에 집안으로 들여 놓았다. 다음날은 몹시 추워진다는 일기예보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피곤한 몸으로 수고하는 게 안쓰럽기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내가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힘겨운 일을 거들어 줄 것을 기대하게 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것으로 즐겁게 감당하면 행복하겠다는 마음이다.
뒷마루 가득 씻은 배추를 들여놓고 보니 제법 양이 많다. 다음 날 아침 미리 만들어 놓았던 배추 속을 적당히 절여진 배추에 비벼 넣으니 이건 또 다른 모습이 된다.
_염혜순 ‘김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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