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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거짓말의 나이테 - 강경란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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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공모전 [금상] 거짓말의 나이테 - 강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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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87회 작성일 19-11-2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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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 치는 양치기 소년, 요정에게 한 거짓말의 벌로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 백설공주를 숲에서 살려준 사냥꾼 등 어린시절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는 어른들의 배려(?)로 많은 거짓말을 경험하며 자라게 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순수한 아이들의 호기심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함도 내포되어 있음을, 흐르는 시간과 함께 어우러져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절절히 느꼈었다.
이번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여우비가 내린 자리'는 많은 편견들과 부딪히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거짓말의 깊이와 넉넉한 웃음을 전달하고 있어 만남을 가진 이들로 하여금 소박한 마음으로 마주하게 한다. 거짓말은 나쁘다는 처음의 시선이 그들을 괴롭게 하지만, 사랑 안에서, 배려 안에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힘 또한 거짓말이었음을 끄덕이게 한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인 사랑하는 가족의 고통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아픔을 껴안는 동생의 병상일지는 그 설움과 회한의 시간을 또렷이 되살려 준다. 그러나 그는 참담한 그 시간마저 그리운 형의 생존의 순간임을 사진으로 실감한다. '미라클'의 동생도 '아내의 병명'에서의 남편도 가까운 거리에서 기도만으로 긴 시간을 채우는 것에 대한 가슴 뜯는 아픔이 묻어나온다. 그들의 마음이 내 가슴에도 소용돌이 쳐오고 나는 의연한 그들의 책임감에 전율이 밀려왔다. 나였다면 지탱한 용기조차 두려움일텐데, 가족을 향한 지순한 사랑으로 버팀목이 되는 그들의 모습에서 거짓말이지만 결코 소홀할 수 없는 진실을 본다. 병마와 싸우는 이들은 전문인이 아니어도 자신의 병을 얼마쯤은 알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 순간이 다가옴은 본능적으로 느낀다니 인간의 직감이 섬뜩하리만치 놀랍다. 그러나 자신 앞에서 애써 병명을 감추고 노심초사하는 가족들을 보며, 그 뿌리의 끈끈함을 느끼며 오히려 진실을 느꼈으리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세상과 이별을 한다해도, 완치된 모습으로 다가가도 절대 원망하지 않을 거짓말은 그 곳에서 꽃피우고 있다.
가족과의 사랑에도, 타인과의 인연에도 거짓말은 숨어 있었다. 부모의 결벽에 가까운 참의 훈육에 반기를 드는 아이들의 철없음은 유년의 애틋한 추억과 함께 미소짓게 한다. '올가미'의 여자아이는 철썩같은 엄마의 믿음을 배반한 대가를 올가미에 목을 매는 엄마를 말려야 하는 혹독함으로 치른다. '그 여름날의 비'의 장성한 아들은 거짓말로 인해 노모의 매질을 감당해야 하고, 부모를 속인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이 중년의 현실에서도 되살아나 꼬물거린다. 알고도 속아주는 자식에 대한 믿음과 애정의 나이테가 세월 속에서 더 빛을 발하고 성숙한 어른이 된 이야기 안의 주인공인 저자는 부모님을 향한 존경을 드러낸다. 작고 큰 거짓말의 능청스런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많이 알아서 자식들을 더 구속하게 되는 현실의 내가 겹쳐져 마치 내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 마냥 정겨워졌다.
우리 민족은 가족을 포함한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17편의 글에서는 내 것의 소중함에서부터 상대방을 배려한 타인에 대한 따뜻함의 거짓말도 넘쳐흘렀다. 남이니까 쉽게 말하고 곧 잊혀지기도 하련만, 마음을 쓰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세심함을 느끼며 난 이기적인 내 모습을 반성해 본다. 너무 고지식한 게 병이라고 몰아세우며 주위의 사람들에게 어물쩍 넘어가는 내 가벼움도 이야기를 대하며 부끄러워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온통 진실과 거짓의 혼돈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한창 떠들썩한 먹거리 세계의 거짓을 경험하며 잔뜩 이맛살을 찌푸리게 된다. 선거의 절박함을 담아내는 거짓 공약들, 완벽하다는 외모의 유혹이 넘치는 성형중독, 안전한 먹거리라며 아이들의 건강을 넘보는 식품 관련업체 등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량한 믿음으로 다가서는 이들을 슬픔에 빠뜨린다. 옛 부터 넉넉한 거짓말의 호탕한 웃음이 배여 있는 전통이 너무도 아쉽다. 오죽하면 만우절을 만들어 하루만이라도 원죄의 늪에서 벗어나 서로 다정한 사이를 실감케 했을까. 그 이해심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도록 정겨운 거짓의 세계를 물려주고 싶다. 남에게 해를 입히는 거짓말이 아닌 정이 묻어나는 거짓말도 할 수 있는 진실을 알게 하고 싶다.
수필드림팀의 '여우비가 내린 자리'는 막중한 책임감의 기성세대에게 더 큰 애정의 시간과 잠깐의 휴식을 제공해 주었다. 여우비의 변덕스런 색깔로 먹구름이 드리운 오늘을 짠-하며 비출 진실을 선보여 줄 때이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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