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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거짓말과 진실 사이 - 김시은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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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공모전 [동상] 거짓말과 진실 사이 - 김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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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70회 작성일 19-11-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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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진실 사이

거 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했던 거짓말과 앞으로 하게 될 거짓말을 생각하면서, 그저 슬퍼졌다. 정말 그랬다. 가족이 가족에게 하는 거짓말, 판매원이 손님에게 하는 거짓말, 간호사가 환자에게 하는 거짓말, 친구가 친구에게 하는 거짓말, 연인에게 하는 거짓말 속을 들여다보는 내내 가슴 한편이 싸했다.「봄눈이 내린 자리」에서 말하듯이 열일곱 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거짓말은 저마다 삶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겨놓았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고스란히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삶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슬픔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슬픔을 씻어내는 바람 같은 여운을 남겨 주었다.
 

어 릴 때 했던 거짓말일수록 사람들은 더 ‘또렷한 상처’로 기억하기 마련이다.「거짓말 부자(父子)」에서 PMP를 훔친 아들이나,「올가미」에서 라면땅을 먹으려고 몰래 돈을 가져간 딸은 거짓말한 그 순간은 ‘침착해야 한다는 당돌한 생각’으로 온몸에 멍이 들도록 맞으면서도 끝까지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경험의 또렷함은「기억의 편린」에서도 드러난다. 손님의 신발을 숨기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거짓말’을 했다며 매를 들고, 진실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이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게 된다.
 

거 짓말이 통했거나 진실이 통하지 않았거나, 어느 쪽이든 핑계 삼아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식지계의 변」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성숙하게 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속고 속이는’ 세상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진실’을 원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떡볶이 세 개를 먹어놓고 두 개 먹었다고 했던 어린 시절의 거짓말은 시작에 불과하고, 점점 커가면서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추거나 혹은 위로하려고 거짓말을 계속하지만 언제나 진실을 갈망한다. 드러나지 않는 진실 속에서 진짜 내 모습은 감추어지는 때도 있다.
 

나 이가 들면 사람들은 순간의 유혹이 아닌 철저한 인식 아래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내가 피노키오였다면」에서 말하는 선의도 악의도 아닌 ‘분홍거짓말’이 생겨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거짓말하는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어른들은 멋지게 거짓말에 성공한다. 그것은 내게 유익할 때도 있고, 남에게 유익할 때도 있다. 진정으로「멋진 거짓말」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거짓말’로도 덮을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거짓말하는 것보다 잔인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진실을 마주하면서 조금씩 더 성장해 간다.
 

「미 라클」에서 말기암환자인 형에게 거짓말한 동생은 형이 죽고 난 뒤, 진실을 말했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형에게서 삶을 정리할 시간을 빼앗았다고 동생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결국 형은 무방비로 죽음을 맞이한다.「아내의 병명(病名)」에서 대장암을 단순한 장폐색이라고 거짓말한 남편의 마음은 진실을 알고 있기에 편할 수가 없다.「공범자」에서 고모를 엄마로 알고 자란 아이는 결국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진짜 엄마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아이가 받아들여야 할 진실의 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수도 있다.「길 잃은 영혼에게 거짓말하다」역시 마찬가지이다. K라는 환자에게 베키라고 불리는 간호사는 그의 단편적인 기억에 동조한다. 그것이 K에게는 순간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될지 모르지만, 진실을 아는 간호사는 그가 건네는 ‘윙크’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각 각의 이야기에 담긴 ‘거짓말’은 분명히 사연이 있고, ‘진실’ 못지않게 중요하다. 거짓말을 생각하면서 진실이 함께 떠오른 것은 둘의 관계가 동전의 양면처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일까. 한 번이라도 거짓말을 해본 사람이라면 ‘거짓말은 나빠’라거나 ‘진실만이 중요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만이 사유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더 좁은 의미로 들여다보면 인간만이 거짓말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셀 수 없는 거짓말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한 꿈을 꾸었네」에서는 인간을 믿는다는 것은 믿지 않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말한다. 어쩌면 거짓말도, 진실도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삶의 적절한 자리에서 비로소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 아닐까.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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