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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공모전 하얀 물새처럼 그리운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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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934회 작성일 19-11-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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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물새처럼 그리운 날에

 

 몇 번이나 "친구......"라고 낮게 불러 보았다. 친근하고 편안한 그 말이 참 좋다. 이 공간 어디에선가 정겨운 목소리가 들리며 나타나 줄 것만 같다. '내 슬픔을 함께 지고 가는 자'라는 인디언의 지혜가 되살아난다. 함께 한 여행에서 칫솔을 가져오지 않은 나에게 불쑥 자신이 사용한 칫솔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밀던 친구가 생각난다. 깊은 속내를 드러내 보여도 좋은, 나를 가장 닮아 있던 분신 같은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새삼 친구란 어떤 존재인지, 왜 그토록 따스하고 그리운 이름인지 알고 싶어졌다.

  책이 도착한 날은 지루하던 장마가 끝나 있었다, 볕 좋은 한낮에 이불을 내어 널면서 받아든 '친구'는 푸른빛이 감돌아 마음마저 평온해졌다. 마치 다른 계절에서 날아온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설레게 했다. 표지를 넘기자 두 손 마주 잡은 작은 그림이 그 어떤 말보다도 친구의 의미를 충분히 담아 전해 주는 것 같았다. 같은 지향을 향해 나란히 걸으며 서로 잡은 손만으로도 온 세상이 따뜻해지는 마음의 혈육같은 존재. 이 여름날 나는 스물 두 편의 '친구'이야기, 작가들의 가슴에서 펼쳐질 눈부신 색채의 프리즘을 만날 것이다.

  가슴속 옹이 같은 벗 하나 마음에 품고서 먼 이국의 '티그리스 강가에서 보내온 편지'처럼 친구란 단어만큼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말이 있을까? 열여섯 살 이유없는 반항과 뭇매를 말없이 맞아주던 거목(巨木)같은 친구는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내 생애 가장 멋진 친구'는 집 마당가에서 일상과 넋두리를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는 느티나무이기도 하다. 쌀이나 연탄을 몰래 들여놓거나, 새 옷을 슬쩍 벗어놓고 후줄근한 헌 옷을 입고 가는 따스한 마음을 지닌 '나의 거울'에서 친구는 소중한 만남이고 아름다운 인정이 빚어낸 인연이다. 세상살이가 힘들어 휘청거릴 때마다 마음의 버팀목 같은 든든한 존재인 것이다. '내 친구의 집'에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정해서 사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친구가 되는,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며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모습을 통해서 친구란 나와 비슷한 인격과 환경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묵은지 우정'처럼 그윽한 맛과 깊이로 존재하면서 공유한 추억만으로도 행복한 사이. 그래서 나는 '똥파리'라는 턱이 가슴에 붙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친구가 너무나 좋았다. 작가의 결혼 함진아비를 자처하면서 친구를 부끄럽게 하지 않으려 두꺼운 목도리를 목에 걸고 나타난 모습은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엇인가를 느끼게 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 준 적이 있을까? 적당한 사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냉소적인 내 모습과는 달라 마음속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준 똥파리에 감동의 눈물이 났다.

  그처럼 나를 눈물 글썽이게도 가슴 따뜻하게도 만드는 요술의 힘을 지닌 '친구'는 '시간을 잃어버린 기억'속에서 되살아나는 현재진행형의 그리움이다. 삶의 질곡이었다가 속 깊은 한숨이었다가 솜털이 보송보송한 단발머리의 촌스러운 아이의 기억으로 되돌아가기도 하였다. 30년의 세월을 지나 만난 친구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으며 '봄에 머물다' 작가는 세월이 흐를지라도, 굳이 친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현재를 공유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변할 수 없는 고향 같은 존재라는 표현에 고개 끄덕이며 공감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책갈피 곳곳에서 기억의 실타래가 한 올 한 올 풀어지며 나타난 친구들이 고운 잇속 보이며 웃고 있었다. 책 속에서 만나는 작가 분들의 친구들이 인생사에서 갖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가르침이기도 하고, 내 친구의 모습이기도 했다.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만나는 화엄경이 마음속에 펼쳐지기라도 한 것처럼 이어지는 친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만날 때마다 한 친구의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대어 있곤 하던 기억들 잊을 수가 없다. 그 친구의 편안한 어깨처럼 '따로 또 같이'에서 사춘기를 곱게 수놓아 준 길라잡이 같은 존재의 친구가 있다. '그 애는 내 인생의 영원한 스승이다.' 안주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가는 여정을 보여준 친구에 대한 예찬 같아 나도 누군가에게서 듣고 싶거나, 그런 대상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중요한건 누군가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야 한다. 물은 트는 대로 흐르는 법이니까.

  수필드림팀에서 나온 몇 권의 수필집이 책장에 꽂혀 있다. 지난 수필집들의 제목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광고와 유행의 물결에서 고귀한 정신적 가치들이 허물어져 가는 것에 못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여유롭게 숨 쉬며 인간 내면의 순수를 지향하는 나침반 같은 책들이다. 마음의 유산과 같은 관계의 소중함과 그 의미들을 새롭게 조명해 주고 있어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들이다. 이번에 받아든 '친구'도 결코 무겁거나 가볍지 않은 사유의 뜰로 이끌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인생을 배우는 길이 다른 누군가의 삶의 편린들과 가슴속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음을 알았다.

  마음 따뜻하게도 마음 시리게도 읽은 여덟 번째 테마 '친구'를 시원한 바람 속에 있었던 듯 더위를 잊은 채 열중하였다. 어떤 책이 이처럼 다채로울 수 있을까? 이처럼 술술 읽어질 수 있을까? '내 마음의 거울'처럼 우정은 상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나를 찾는 여정이고, '진달래 꽃다발에 묻어온 프러포즈' 같은 설렘이다. '늪'처럼 질곡의 삶을 살아 마음 에이며, 갚아야 할 '빚'으로 미안함의 가시가 박혀 있고, 폭포 속 깊은 물길에 갇힌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용기 있는 손길로 작가 분들의 가슴속에 새겨진 친구들의 모습은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주었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조약돌처럼 재미있어 미소 지었고,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돋아나 마치 하얀 물새가 되어서 조약돌 마을을 날아다닌 기분이었다.   

  디지털 시대가 주는 차가운 금속성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의 순수와 향수로 내 마음은 그지없이 행복했다. 독자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해주는 선물이었다. 나는 이 책이 주는 감사와 행복에 몇 번을 다시 읽었다. 마치 지나온 세월 속에 미처 챙기지 못하고 온 기억이라도 있는 냥 나의 세월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사랑한다.' '고맙다.' 라고 말하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음을 고백하며 아쉬워한다. 이제라도 먼저 시간의 벽을 허물고 멀어져간 친구들에게 안부편지라도 띄워 볼 참이다. 내게 온 인연을 내가 먼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꿈과 희망과 청춘이 숨 쉬고 있는 내 마음 속의 세상 '친구', 너무나 맑아 흰 빛의 그대들이 무척 그리운 날이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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