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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아버지 세대를 위한 치열한 성장소설 [땡크노미] 독후감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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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1,161회 작성일 19-11-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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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대상]
소년들의 해피엔딩
이연지
 
 
 그림 형제가 19세기 독일에서 구전되어 오던 민담을 수집해 출간한 『그림 동화』에는, 두려움을 모르는 어느 소년에 관한 동화가 한 편 수록되어 있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평생의 소년인 소원은 이를 위해 온갖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밤중 높은 종탑에 홀로 올라 종 치는 일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일곱 명의 사내들이 교수형을 당한 나무 아래서 홀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마침내는 저주받은 고성에서 사흘 밤을 보내는 일에 자원하기도 한다. 이제껏 살아나온 사람이 없었다던 그 성은 사악한 악령이 들끓기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그곳에서 악령들을 하나씩 퇴치해가며 사흘 밤을 무사히 넘겼을 뿐 아니라 그들이 지키고 있던 엄청난 보물까지 넘겨받는데 성공한다. 그렇게 성을 구한 공을 인정받아 공주와 결혼한 소년이 젊은 왕이 되는 것으로, 동화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그리고 여기, 역시 두려움이라곤 모르는 한 무리의 소년들이 있다. ‘서울내기의 치열한 성장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작가 김영태의 작품 『땡크노미』의 등장인물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그려내는 소년들의 치기어린 모험담은 동화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땡크’처럼 저돌적인 이들의 소년기의 끝엔 일국을 구하는 업적도, 공주와 맺어지는 영예도 없다. 통행료를 빙자해 행인의 주머니를 털다 파출소에 출두하고, 슬쩍한 친구 누나의 수영복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며(그리 애지중지하던 사진을 결국 월남으로 보내는 위문편지에 눈물을 머금고 넣어 보내게 되긴 했지만), 막걸리 한 말과 맞먹는 농축 원액을 마시고는 저승 문턱을 밟고 돌아오질 않나, 독서실 대신 공사판에서 하루를 보내고 손에 들어온 거금에 벅차하기도 하고, 차비 한 푼 없이도 여름방학 내내 마석의 수동이나 청평, 양수리를 종횡 무진하는 주인공이자 화자를 위시한 이 소년들에겐, 두려움을 모른다기보다는 오히려 작품 내에서 빌려 온 ‘겁을 상실’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성 싶다.
 
 부제의 ‘서울’이라는 구체적 지명이 드러내듯, 작품의 배경 역시도 동화 속 공간과는 무관한 생생한 현실 세계이다. 그것도 보물이 그득한 공주의 궁전과는 양 극단에 자리한 듯한 판자촌, 그 곳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동생들과 자라난 주인공이 살아간다. 그 판자촌을 벗어난 이웃에 위치한, 번듯한 집문서가 존재하는 친구네 집. 그 집 내실 한가운데에 달려있는 전등불도, 저녁상에 올라온 이밥에 생선조림이나 돼지 양념 불고기 같은 호사스러운 반찬도, 심지어 시멘트바닥에 하얀 석회를 칠한 깨끗한 변소마저도 주인공에게는 그의 삶에 부재하는 아버지를 환기시킬 뿐이다. 한동안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만 바라보았다던 주인공의 어머니는 이제 넝마 수집상에서 사들인 천을 잘라 작두로 잘라 만든 ‘보로’라는 물건을 팔아 자식들의 뒷바라지에 힘쓴다. 주인공이 시험 기간에나마 잠 쫓는 약까지 먹어가며 학업에 열중했던 것은 바로 이 홀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곤궁한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주산 학원에 등록하겠다는 주인공의 등록비를 선뜻 마련해주고, 심지어 진즉 주지 못한 것을 가슴 아파하는 어머니의 존재는 주인공의 암울한 소년기를 이끄는 환한 빛이다. 어느 날 이불 홑청을 밟다 드러난 어머니의 하얀 허벅지에서, 후줄근한 옷차림, 김치와 된장 냄새로 가려져 있던, 즉 ‘어머니’로서의 모습 뒤에 감춰져 있던 그녀의 눈부신 청춘을 엿본 주인공은 문득 그녀를 위해 세상을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머니가 기꺼이 내던진 청춘의 가치, 희생의 무게를 짐작한 탓일까. 조개섬에서의 목숨을 건 도강(渡江) 와중에 주인공은 외친다. 엄마, 엄마, 난 해내고 말 거라고. 주인공을 지탱시켜 백사장에 이르게 한 그 절규는 주인공이 회고하듯 그를 살린 희망의 주술이었다. 어머니의 믿음을 상기하고 그 기대에 부합하겠다는 언약의 주문. 그 뒤 삶에서 수없이 마주했을 치열한 위기와 도전의 순간마다, 어떤 마법보다도 강력하고 따스한 어머니의 존재가 주인공을 또 다른 성장으로 이끌었으리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결코 동화 같을 수도, 동화가 될 수도 없는 주인공의 모험담은 이처럼 삶의 명암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현실적인 색채를 띤다. 그리고 그 그림자의 가장 어두운 부분에 죽음이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죽음은, 그가 취중 혹은 몽중에 대면한 다소 익살스러운 저승사자를 제외하면, 동화 속에서처럼 인격이 부여된 환상적 존재이거나 물리쳐야 할 대상이 아니다. 현실 속의 죽음은 삶의 일부이자 이면이다. 위문편지로 연을 맺어 몇 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월남전의 전 하사는 어느 날 한 장의 전사 통보가 되어 주인공을 찾아온다. 술에 취해 선로에 누웠다가 변을 당한 동네 노인의 죽음은 주인공에게 학교 건물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비행기의 추락보다 더한 충격을 안겨준다. 그 죽음을 애도한단 명목으로 술을 마시러 가는 길, 공사장을 지나는 주인공의 머릿속에 문득 그가 만난 공사판의 인물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들이 영위하는 고단한 삶과, 꼭 공부를 마칠 것을, 그래서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던 한 인부의 당부를 떠올리는 것이다. 지척에 놓인 사(死)와 대조를 이루는 생(生)의 선명함을 통해, 소년은 삶에 대해 성찰하고 또다시 한 걸음 성장한다. 그렇게 한 뼘씩 이루어낸 소년의 성장이 바로 동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이 모험담만의 찬란한 해피엔딩이다.
 
 작품 속에는 소년의 성장기와 교차하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 또한 등장한다. 1967년 서울 신당동 판자촌의 C46 수송기 추락 사건을 비롯하여, 월남전, 에티오피아 황제 하이레 세라세의 내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등등. 숭인동의 무허가 판잣집을 헐어낸 자리에 5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장마 때마다 범람하는 청계천이 아스팔트로 덮인 위에는 고가도로가 세워진다. 『땡크노미』는 이 거대하고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역사상의 지점들을 연결 짓는 한 개인의 성장기인 동시에, 급속한 발전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고 잊혀졌던 이름 없는 소시민들의 역사, 그 공동체적 기억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작품 속에서 나는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 뿐 아니라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소년기를 엿본다. 자식들에게 더 많은 기회, 더 나은 삶을 주고자 희생을 마다 않은 주인공의 어머니는 내 부모님의 어머니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였던 상호는 짧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느냔 물음을 남겼다고 한다. 어떻게 기억되느냐의 문제는 기억해주는 이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상호는 이미 주인공이 그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해주리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던 걸까. 우리는 이 작품을 읽으며, 모든 것을 휩쓸어 가는 세찬 시간의 물결을 거슬러 오르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겪어온 세월의 상류에 다다르는 것이다. 백사장 위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주인공과 상호를 포함한 소년들, 그 파란만장한 유년의 기억이 사금처럼 반짝인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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