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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억새꽃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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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811회 작성일 19-11-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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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꽃

                                                                                  김재 형

금호강이 공원을 감싸고 흘러간다.

조화롭게 설개하고 꾸며놓은 5만평 넓은 공원 중간 쯤에  억새밭을 만들어  놓았다. 그 면적이 한 2천평이나 될까?  억새는 이른 봄에 새싹이 돋아 푸른 광장을 이루더니 어느 듯 성큼 가을이 왔다.

가을이 오면 이곳의 억새는 추석을 전후해 하얀 꽃을 피워 절정을 이루는데 그 모습은 찾는 이의 눈길을 멈추게 한다.

아침 햇살에 억새꽃은 흰바다처럼 장관이다, 그러나 황혼녘의 억새꽃은 수목으로 가리워진 틈 사이로 고운 연분홍 색으로 빚어내는 광경은 더없는 황홀한 정경이라 아니 할 수없다.

​바람따라 일렁이는 억새꽃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분출되는 희열과 감동을 주채할 길이 없다.

무더웠던 여름을 잘 견디고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은빛 군락을 이루는 억새는 하루에  모습을 세번 바뀐다고 한다. 아침 햇살을 받은 억새는 은빛 억새, 붉은 노을에 비껴서 빚어내는 억새는 금빛 억새, 달빛받아 빚어내는 억새는 송 억새란다. 이같이 낭만이 흐르는  억새꽃은 만인에게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준다. 그러나 만물은 세월을 거역할 수없는 법, 우리 인생 또한 마찬가지.....

금빛 억새든 은빛 억새든 억새의 공통점은 외호움과 쓸쓸함이 아닐까?

아니야, 외로움과 쓸쓸함이 아니라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완숙한 노년의 백발 같은 아름다움이리라.

억새는 단풍과 함께 가을 정취를 잘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풍경이다. 억새꽃은 산등성이나 들녁 어디서나 쉽게 볼 수있다. 

10 월이 되면 전국 산야에는 단풍과 함께 억세가 장관을 이루어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래게 한다. 억새가 군락을 이루어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듯한 모습은 운치를 더해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바다에서 흰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색다른  감동을 느끼게한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꽃을 보노라면 눈이 시리도록 더욱 아름답다.   떠나는 가을이 서러워 흰머리를 풀어 해치고 처절하게 절규하듯,  흔들어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애잔하게 한다. 

행여 바람끝이 스치면 서그럭서그럭 거리는 소리는 쓸쓸한 가을 분위기를 더욱 가슴이 저미도록  못내 서러운 눈물을 자아 내게도 하리라. 

서럽도록 정겨운 억새꽃여!  

오늘 따라 왜 그리도 억새가 내 마음을 못내 슬프게 할까?  

무심히 흘러가는 지난 날을 생각하니 괜히 그리움이 두줄기 눈물되어  내 빰을 적시는 구나. 

흘러간 가요에 고복수님의 "짝사랑"이란 노래말에 "아아ㅡ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인가요" 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으악새는 새 이름이 아니라 억새풀를 뜻한다고 한다.  바람에 부대끼어 나는 소리가 으악으악 들린다 해서란다.

 다시 말해 별다른 의미 없이 슬피운다는 노래말을 바람에 빗대어 흔들려 서걱거리는 소리를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억새는 세월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과 뜨고 지는 태양에 몸를 내 맡긴다. 잔잔히 부는 바람엔 순한 양 같으나, 휘몰아치는 바람앞에는 질풍 노도와 같이  평원을 달리는 야생마 처럼 질주하는 모습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아침저녁 형형색색으로 변모하는 억새꽃은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여인이라고나 할까?  

 온몸을 자연에 맡기고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억새가 참으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돌아 오는 길에 공원 한 모퉁이에 서서 억새꽃이 절정을 이룬 정경을 보면서 내 지난날의 살아온 궤적을 더듬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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