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꽃의 고결한 품격 - 김재형 > 자유창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57247_0788.jpg 

수필 꽃의 고결한 품격 - 김재형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820회 작성일 19-11-19 16:24

본문

    꽃의 고결(高潔)한 품격(品格)

 

                                                                             동진(同塵)  김 재 형(金 宰 亨)

 

 꽃에도 품격(品格)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가끔 동료(同僚)들이나 지인(知人)들과 만난 사석(私席)에서 흔히 개인에 대한 인격(人格)을 논(論)할 때가 있다.

 

인격을 논(論)할 때는 사회 통념상(通念上)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타당성(普遍妥當性)에 준거(準據)해야 하고 개인적인 견해(見解)는 되도록 삼가 하는 것이 좋다.

꽃의 품격에 대해서도 이 같은 기준을 원용(援用)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공원을 찾아 각양각색으로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이라 할지라도 먼저 꽃의 모양새를 보면 직감적(直感的)으로 그 품격을  알 수 있다.

 

아무 가림도 없이 속을 활짝 드러내 놓은 꽃은 아무래도 보기에 천박(淺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소곳이 속을 은은하게 감싼 모습으로 수줍은 듯 살포시, 내밀(內密)한 곳을 경계(警戒))하듯 조심스레 피어있는 꽃은 어딘지 정숙(靜肅)하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우아(優雅)하고 천박(淺薄)함의 구별이란 그리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꽃의 외형이나, 빛깔이나, 생긴 형태에 따라 보는 이의 눈길을 은근히 유혹(誘惑)하는 그런 꽃보다, 청순(淸純)하면서 우아(優雅)하고, 화려하나 난(亂)하지 않는 꽃이 품격 높은 꽃이 아닐까?

 

꽃의 품격을 말하기에는 보는 이의 관점(觀點)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 주관적인 기준(基準)은 무늬나 색상과 꽃의 모양이 여타 꽃보다 우아(優雅)하고, 현란(絢爛)하나 순수(純粹)한 꽃 본래의 품성(稟性)을 지닌, 그 자체가 평가 기준(基準)이라야 하겠다.

일반적으로 관상가치(觀賞價値)가 빼어나게 아름다웠을 때는 꽃에 비중을 높게 두고, 잎의 기품이 뛰어 날 때 는 잎 쪽이 더 높은 가치를 두게 된다.


입춘(立春)까지 기다리기가 지겨운지 한낮 햇살이 스며들 때면 천일홍를 비롯해서 만다리나, 쥐꼬리선인장, 부갠베리아, 물봉숭아, 긴기아나 등 각종 꽃들이 각양각색 제 나름대로 봄의 정취(情趣)를 뽐내기 위한 채비가 한창이다. 

 

그 중에도 만다리나는 이른 봄부터 계속 한 여름 폭염(暴炎)에도 지치지 않고, 자색(紫色)으로 고운 꽃을 피우니 더욱 정겹다.

금년 같이 지루한 장마와 찜통더위에 심신이 피곤할 땐 한결 위안이요 청량감(淸凉感)마저 느끼게 한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 덕분에 사계절 삭막(索莫)한 공간엔 각종 꽃들이 시샘하듯 연연(娟娟)한 자태에, 부리는 교기(嬌氣)가 일품이다. 거기에 더하여 싱그러운 푸른 잎들로 즐거움을 한 아름 덤으로  안겨주니, 꽃을 가꾸는 아내에게 진심(眞心)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가끔  무료함을 느껴 거실을 서성이다 꽃의 향연(饗宴)에 초대된다. 그때 나는 그 많은 꽃 중에  유독 (惟獨) 만다리나 꽃에 마음이 끌린다.

 

왜 만다리나 꽃일까? 

 만다리나 꽃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 한 자락엔, 나도 모르게 여린 자색(紫色)으로 고운 꽃 한 송이가 가슴으로 스며든다. 

만다리나는 이른 봄 그 귀태(貴態)스런 꽃망울을, 잉테(孕胎)하여 만개(滿開)하기까지 쉼 없이 탐스런 꽃을 계속 피워, 즐거움을 안겨주니 나로서는 자연히 가까이하지 아니 할 수 없게 되었나 보다.

 

해맑은 웃음으로 반기는 꽃을 보고,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그는 인간 본연(本然)의 자질(資質)을 상실(喪失)한 자가 아닐까?

꽃을 볼 땐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사색(思索)하면서  감상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눈으로 보는 꽃은 순간(瞬間)뿐이요, 마음으로 느끼고, 가슴에 담아둔 꽃은 오래도록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고, 내 무딘 감정을 순화(醇化)시켜 주니 더 설(說)해 무엇 하랴.

 

꽃을 예사롭게 보지마라야 한다.

거기엔 자연의 깊고 오묘(奧妙)한 뜻이 담겨있고, 계절 따라 만인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知慧)가 숨어있다.

우리 모두는 자기 회생(懷生)으로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꽃 같은 삶을 다짐해 봄은 어떨까?

 

 냉기(冷氣)서린 봄 창가에  움트는 가냘픈 새 싹을 바라보는, 묘미(妙味)는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으리라.

새 싹에서 잉태한 망울진 봉우리는 자라면서 더욱 선명(鮮明)하게, 예쁜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꿈속을 헤매는 황홀감(恍惚感)이랄까,  아니면  왠지 마음으로 무한한 경외심(敬畏心) 마저 느끼게 된다.

이렇게 이른 봄부터 여름에 이르기 까지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그 고고(孤高)한 자태(姿態)는 보는 이의 마음을 어찌 흔들어 놓지 않을 수 있으랴.


 아름다움이 더해지면서 그 아름다움의 향기는 더욱 오래도록  지속(持續)되리라.

사람의 품격(品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억지로 인격(人格)을 드러내려 애써 봐야 천박해지기 십상이다.

달관(達觀)된 풍모(風貌)에 고상(高尙)한 향기가 은은히 묻어나는 것처럼, 품격 높은 꽃으로부터 풍기는 상서(祥瑞)로운 향내는 당연(當然) 그 맥(脈)을 같이 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베란다에 곱게 핀 꽃을 보면서 그 고결(高潔)한 품격(品格)을 닮고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