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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코로나19의 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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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1건 조회 635회 작성일 23-06-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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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왕림


용케도 코로나19를 피해왔다고 자부했다. 지난 2020년 정월에 국내 첫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직후 정부에서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분류하고,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를 비롯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강제로 규정했었다. 그 후 3년 4개월 남짓 지난 6월 1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강제 격리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온 지 불과 며칠 지나자마자 우리 부부는 어이없게도 꼼짝달싹할 수 없이 덜미를 꽉 잡혔다. 어찌하던 피하려고 조심조심하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듯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해 왔다. 그래도 심통 사나운 그의 손아귀를 영원히 피해가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으로 가당찮은 꿈이었나 보다.


독감 백신이 보급되면서 매년 가을 꼬박꼬박 접종을 해왔다. 그렇다고 독감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접종을 하고도 독감에 걸려 꽤나 심하게 앓았던 씁쓰레한 경험도 더러 있다. 세상에 모든 유형의 변종에 대해 완벽한 백신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에게 천역(天疫)처럼 행패를 부리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짧은 기간에 변종이 줄줄이 등장했다. 그에 따라서 새로운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를 할 때마다 충실히 응했더니 모두 5 차례를 맞았다. 그럼에도 피해가지 못하고 지독한 태클(tackle)에 무참하게 쓰러진 패잔병 꼴이 되었다. 물론 아내 역시 나와 같은 상황이니 유구무언일 따름이다.


어느 경로를 통해 감염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은 미궁이다. 내가 그동안 다녔던 곳은 세 군데로 좁혀질 수 있다. 첫째는 아내가 요즘 방사선치료를 거의 매일 받기 때문에 수행비서로서 동행하여 환자 대기실에 가서 앉았다가 치료가 끝나면 되돌아오기를 반복했었다. 둘째로 지난 금요일(6월 2일) 오후 오래전 예약했던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를 위해 치근(齒根)을 심는 시술을 받았다. 그 때 마취를 하는 과정을 포함해서 1시간 남짓 진료대 위에서 머물렀다. 셋째로 토요일(3일)엔 부산의 동인지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는 한편 글밭지기들과 담소를 나누고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곧바로 돌아와 유식을 취했다. 한편 출판기념회 자리에서는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들 세 곳이 내가 바깥나들이를 했던 전부이다.


곰곰이 짚어보니 최초의 증상 발현은 일요일(4일)이었다. 오전 약간의 감기 기운에 잔기침에 나는 듯했다. 약국이 문을 닫은 때문에 누군가가 먹다가 남아있던 감기약이 눈에 띄어 그것을 먹는 것으로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월요일엔 다소 피곤하고 약간의 몸살기운이 엄습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낮잠을 자는 것으로 너끈하다고 판단했다. 화요일은 현충일(6월 6일)로 열은 전혀 없었고 근육통에 기침이 약간 심해져 지나가는 감기로 단정하고 감기약인 ‘타이레놀’을 찾아 복용하고 누워 쉬면서 하루를 보냈어도 차도가 없었다. 수요일(6월 7일)엔 열은 하나도 없는데 몸이 무겁고 기침이 더 심해져 아내가 병원에 방사선 치료를 받는데 동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후엔 목이 조금 아파도 증상이 호전되어 집에서 자유롭게 이런저런 일을 했다. 


목요일(6월 8일) 아내의 병원에 동행 했다가 돌아왔는데 아내가 몸살 기운이 있다면서 약국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아내에게 자신의 약 외에 ‘목이 아프고 기침’에 해당하는 내 약도 부탁했다. 아내가 사온 약을 복용했다. 아내는 오한이 난다며 방에 들어가 누웠다. 저녁까지 차도가 없다면서 끙끙 앓는 소리를 해도 신경을 쓰지 않고 거실에서 TV를 시청했다. 밤 열 시 무렵에 손주 유진이가 할머니가 코로나 자가진단 키드로 테스트 했는데 ‘양성’으로 나나났다고 했다. 화들짝 놀라 나도 테스트 하려고 키드를 찾았지만 없었다. 손주가 편의점에 뛰어가서 구입해와 테스트 했는데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절묘한 시기에 감염되었다. 지난 3년 남짓 잘 피하다가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걸리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아내에게 무척 미안하다. 뜻하지 않은 수술을 받고 힘겹게 방사선치료를 받는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밖에 가서 몹쓸 병균을 묻혀 와서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자책에서 뇌까리는 독백이다.


이 병에 감염되어 전문 치료제를 처방 받았던 경험이 있는 옛 동료인 J 박사에게 약 이름을 알고 싶다며 전화를 했었다. 통화를 하던 J 박사는 병원에 전화하여 전문 치료제인 ‘팍스로비드(Paxlovid)’를 처방해 주는지 여부를 확인해 연락하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에 다시 전화를 연결하더니 C 이비인후과로 가라고 일러주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접수창구의 간호사가 조금 전에 전화를 하신 분이 부부가 오실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조금 전에 J 박사는 제자 Y 박사와 함께 우리 아파트 주차장으로 와서 필요한 약품과 생필품을 강제로 떠넘기듯 안겨 주고 표표히 돌아갔다. 앞선 통화에서 목이 아프다고 했더니 품귀 현상의 ‘모가프텐’을 포함해서 격리되면 당장 먹거리가 막막하게 마련이라면서 여러 가지 국과 반찬을 잔뜩 건네줬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지만 너무 황송해 마음은 편편치 않다.


오늘(9일) 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내외가 ‘양성’으로 나타났다. 각각 3일분 치료약과 전문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5일분(30정)을 처방 받은 약 보따리를 전리품이라도 되는 듯이 끌어안고 돌아왔다. 아직까지는 목의 심한 통증 외에는 전체적으로는 독감보다도 훨씬 가볍게 지나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런데 아내가 앞으로 3번 남은 방사선 치료 날짜를 변경해야 하는 데 언제로 잡힐지 몹시 걱정이다. 지난날 당국에서 시키는 대로 다섯 차례나 백신을 접종한 갸륵한 정성을 굽어 살펴 커다란 변고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빈다. 아울러 자율적인 닷새 동안의 자가 격리를 위해 나의 둥지(아파트) 속으로 침잠했다.


2023년 6월 9일 금요일


댓글목록

김춘봉님의 댓글

김춘봉 작성일

하루빨리 코로나 극복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저도 얼마 전 괜한 금심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유선조직이 있다고 합니다.
남성호르몬이 강한 시기에는 퇴화했다가 노화가 진행되면 남성 호르몬 부족으로 유선조직이 발달하면서
젖가슴이 커지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그와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사춘기 여자 아이처럼 왼쪽 젖가슴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만질 때마다 통증이 심했습니다.
암인 줄 알고 대학병원에 가서야, 여유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복용 하던 약 중에서, 여유증 자극 성분이 있다는 말을 듣고, 상복하던 약을 중단하니까
통증이 사라지고 젖가슴도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