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초유의 온라인 개학 > 자유창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57247_0788.jpg 

수필 초유의 온라인 개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판암 댓글 3건 조회 1,277회 작성일 20-04-21 07:04

본문

초유의 온라인 개학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낯 설고 걱정이 앞선다. 유진이가 중학교 입학식도 없이 온라인 개학이란다. 괴질(怪疾)인 코로나-19가 몰고 온 새로운 문화로서 미답의 길에 조심스런 첫발이다. 어제(416) 온라인 개학을 했다. 하지만 의례적으로 따르는 교장 선생님의 훈화도 없었고, 심지어 담임선생님의 전공도 모른 채 비대면(非對面)의 인터넷 강의에 접속했던 까닭에 얼떨떨한 것 같다. 개학하는 첫날부터 여러 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얌전하게 쭈그리고 앉아 생소한 교과목 강의를 빠짐없이 시청하며 강행군하던 모습이 왠지 어설펐다. 전통적인 수업은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임하는 게 상례였다. 그런데 헐렁한 잠옷 차림새에 부스스한 머리 모양이 영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반에서 몇 번인지도 모르는 까닭에 중학생이라는 실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지 싶다.

 

지난 2월 초순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달 초순에 중학교 입학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마가 끼었던지 고약한 역병의 분탕질로 입학과 개학이 몇 차례 연기되다가 벼랑 끝으로 몰려 당국에서 빼든 카드가 온라인 개학이다. 이는 어느 누구도 경험한 바가 없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을법해도 다른 대안이 없다. 입학식이 없었기에 정식 중학생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자기 교실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게 시큰둥해 보였다. 기껏해야 자기가 진학할 학교가 마산중학교로서 ‘1학년 2에 배정되었으며 담임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으로 이라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까.

 

지난 겨울방학부터 따지면 얼추 넉 달째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계인(境界人)으로 살아온 꼴이다. 그런데 돌림병을 따돌리기 위해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때문에 각종 학원을 비롯해 태권도 수련까지 쉬면서 무작정 집안을 맴돌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넘쳐날 때 다소곳이 책상 앞에 앉아 다양한 독서를 하거나 배워야 할 교과목을 스스로 예습하는 전향적으로 대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바람과는 거리가 먼 축이기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목소리를 높이며 얼굴을 붉혀도 쇠귀에 경 읽기로 입만 아팠다. 이렇게 끝 모를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와중에 온라인일지라도 개학을 한다니 한시름 놓을 것 같은 기대에서 쾌재를 불렀다. 어찌 되었던 이러한 시도는 물리적 접근을 막는 멀리서 교류하기(distant socializing) 일환의 하나이리라.

 

인터넷에서 “EBS중학에 접속하여 학생용을 클릭하여 지역(경남), 시군(창원시), 학교(중학교)를 차례대로 선택한 뒤에 마산중학교 1학년 2의 시간표에 따라 원하는 교과목을 학습하는 시스템이었다. 약간의 차이는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EBS에서 녹화한 표준 강의와 학교의 해당 교과목 담당선생님이 녹화한 내용을 함께 학습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따라서 선생님이 다수의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단방향 교육 시스템으로 즉시(real time) 질의응답은 불가능했다. 물론 자유로운 실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한 양방향 교육 시스템은 아직 대학에서도 완전하게 시행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 할 때 이런 불만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한편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온라인 수업을 위한 교수 설계나 녹화 기술이 부족한 데서 나타나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극복해 나가는지 잠자코 지켜보는 게 진정한 격려이며 응원이지 싶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문제를 위시해서 온라인 교육의 기반시설 여건이나 인적 훈련이 미흡한 현실적인 상황도 충분히 참작되어야 한다.

 

하기야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꼴의 손주도 내심은 편편치 않았지 싶다. 모든 대외 활동이 단절되며 생활 리듬이 깨진 상태에서 좁은 집안을 맴도는 게 답답해 짜증이 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핑계거리 찾기에 골몰했으리라. 그런 상황에서 카톡(kakao talk)방을 통해 같은 중학에 입학할 예정인 몇몇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틈새만 엿보이면 밖으로 뛰쳐나가려 으르렁 왈왈댔다. 그럴 때면 다수가 모이는 장소는 감염의 위험이 시퍼렇게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대면할 일이 별로 없는 등산을 권장했다. 한편 입학이 마냥 지연되면서 입학식 날부터 입을 교복이 입고 싶다는 충동이었을까. 아니면 교복 차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겠다는 핑계를 빙자하여 스트레스를 풀려는 의뭉스러운 몽니였을까. 입학식 날 입어야 할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외출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입학이 마냥 미루고 미뤄지면서 유진이의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해 아침마다 실랑이가 거듭 되풀이되었다. 그에 따라 낮 시간까지 마구 뒤엉켜 하루의 일상이 엉망으로 뒤틀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닭장 같은 아파트 집지킴이 노릇을 하라고 윽박지를 수 없어 끌탕을 치는 상황이 무척 곤혹스러웠다. 어쩌면 집안에 붙들어두기 힘든 임계점에 이른 시기에 어정쩡할지라도 온라인 개학이라니 버선발로 마당까지 내려가 쌍수를 들어 반겨야 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어제부터 매일 6~7시간 인터넷 강의를 듣기위해 꼼짝없이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없었던 까닭에 하루가 어느 결에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로 인해서 손주와 밀고 당겨야 할 일이나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어 무척 홀가분해 신바람이 났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우리의 현실에서 최고 수준의 온라인 교육이 펼쳐지리라는 바람은 턱없이 무리한 꿈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등교하여 대면(對面 : face to face) 수업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유일한 선택지가 이 방법이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맥락에서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이 가능한 쌍방향 정보통신이 가능한 하드웨어 장비와 소프트웨어 확보, 선생님들의 온라인 콘텐츠 개발능력 제고와 학습 콘텐츠 개발이나 촬영기술 연마와 그에 따른 현대화 장비 확보, 온라인 학습 효율 제고방안과 평가방법 개발,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 제고 방안, 학교별 교육격차 해소 방안, 다중 동시 접속에 따른 트래픽(traffic) 문제 해결방안 따위는 완벽한 온라인 교육을 위해 선결해야 할 필요충족전제조건임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간곡히 비손한다. 아울러 돌림병의 위협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유일한 선택지로서 외길에 들어서며 완전무결을 기대함은 어불성설이다. 아직 대학에서도 명실상부한 온라인 교육의 기반 구축이 미흡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원격교육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모든 초고교를 대상으로 개점한 온라인 개학의 첫걸음인데 소모적인 흠결 들춰내기보다는 묵묵히 감싸고 응원하며 십시일반으로 울력을 보태는 대승적인 참모습을 기대하고픈 지금이다. 왜냐하면 미증유의 역병이 디지털 사회의 특징인 원격진료와 화상회의 또는 원격교육과 공장 무인자동화, 물류 배송 체계, 재택근무 같은 새로운 문화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기폭제이자 신호탄이라고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면 혹독한 시련의 세월이 훨씬 가벼워질 법하기 때문이다.

 

2020417일 금요일

 

 

 

 

 


댓글목록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유진이처럼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에게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도 훗날 또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쁜 것만은 아니지 싶습니다.
물론 교수님이 말씀하신 부분들이 철저히 보완되어야 하겠지만요.
그나저나 만날 갇혀 지내야 하는 유진이가 교복을 입고 얼마나 외출하고 싶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아들이 대안학교 선생이라 중고생 수업이 걱정 됩니다. 선생님만 학교에 출근하고 있는 현실이 참 아픕니다.

김재형님의 댓글

김재형 작성일

난생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유진이는
마음으로  무었을 생각하고 느꼈을까?
또 처음으로 시도되는 초 중 고 등 학교 인텟수업으로
학습효과 및 다양한 학습 콘텐츠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시련을 계기로 우리 교육의 먼 미래를
미리 계획하고 연구해서 차질 없이 실행 될 수 있도록 해야 함도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