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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과분하고 감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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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0건 조회 182회 작성일 23-12-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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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하고 감사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등기편지 한 통을 받았다. 겉봉의 발신인이 문학단체로 의아했다. 궁금해 곧바로 개봉했더니 무슨 축전(祝電) 같이 인쇄한 내용으로 깜짝 놀랐다. 


2024년 제⚪⚪회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 ⚪⚪⚪


전혀 예상 할 수 없었던 일로 매우 놀랐다. 그동안 간간이 이어진 원고 청탁에 응했던 사실을 제외하면 이 단체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 흔히 말하는 학연이나 지연에다가 혈연은 고사하고 문연(文緣)이 전혀 없어 생면부지인 곳에서 나를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알림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더 할 수 없는 광영이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다.


그동안 글을 쓰겠다고 엎어져 전전긍긍하는 꼴이 측은해 보였을까. 연이 닿던 여러 곳에서 이런저런 상에 추천하겠다며 서류를 준비해 달라거나 수상 대상자로 의견을 모았다며 직간접적으로 통보해 오면 모두 일언지하에 내쳐왔다. 뜻은 고맙지만 자신이 생각할 때 수상 자격은 물론이고 글의 수준이 따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그런 행동을 취해 왔다. 


원래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천명 무렵부터 퇴직 후 정신건강을 위해 택한 이모작(二毛作) 준비 일환이었다. 글쓰기 시작을 이렇게 했기 때문에 문학상 운운한다는 자체가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나를 어여삐 여겨 수상하겠다고 하면 단호하게 내쳐오다 보니 이제는 수락하고 싶어도 지난날 내쳤던 곳에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는 짓이라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수상자 선정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즉시 알려드려 할 것 같아 서둘러 담당자에게 이메일(e-mail)을 보냈다. 단 일초라도 빨리 전하려 허둥대다가 범했던 오탈자와 문장의 오류를 바로 잡은 전문이다.


⚪⚪⚪⚪⚪님께...


안녕하세요. 마산에 살고 있는 한판암입니다. 조금 전 지난번에 청탁하신 원고를 이메일(e-mail)로 전송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때 우체국 집배원이 등기 편지를 1층 우편함에 두고 갔으면 하는데 어떻겠느냐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서둘러 내려가서 직접 집배원을 만나 수령했는데 ⚪⚪에서 보내신 등기를 즉석에서 개봉했더니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되었다는 전갈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아 부랴부랴 연락드립니다. 제가 ‘⚪⚪⚪ ⚪⚪’에 성함(姓銜)을 알고 있는 유일한 분이기 때문에 연락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에 재직 시에 컴퓨터 교재 30여권과 관련 논문을 썼던 게 전부 입니다. 따라서 정식으로 수필을 공부했던 사람도 아니고 글을 쓴 역사도 겨우 20여 년으로 일천한 얼치기 입니다. 다만 등단 이후 나름대로 썼던 글을 그러모아 펴낸 수필집이 19권일지라도 질적인 측면에 보면 우수마발 같은 내용뿐으로 내세울 바가 없답니다. 이런 제 수필집을 보고 국문학박사이며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던 친구 하나는 치매에 걸리지 않게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라는 말부조가 칭찬의 전부이지요. 그러면서 전문가의 이런 관심과 응원도 대단한 것으로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네 그저 웃는 답니다.


스스로에 취해 글을 씁네 하는 제게 ‘⚪⚪문학상’이라니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지요? 하기야 글을 쓰는 꼬락서니가 안쓰럽게 투영되었는지 그 동안 연이 닿았던 이곳저곳에서 이런저런 수상을 하겠다고 귀띔을 할 때마다 제가 했던 판박이 같이 반복하는 말 입니다. 


“절대로 받지 않겠다. 만일 그렇게 수상한다면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인연을 끊겠다.”


고 말했습니다. 예(禮)가 아니고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똑 같은 말을 드리려고 합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네요. 올 연말에도 다른 두 군데서 비슷한 제안이 와서 모두 정중하게 사양했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저는 귀한 상을 수상할만한 재목이 못됨을 이실직고 합니다. 제 뜻을 오해하지 마시고 혜량해 주세요. 


“아직 외부에 수상 대상자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로서 다른 훌륭한 수상 대상자를 고를 시간적 여유가 있으실 것으로 사료되어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문학상’ 같이 큰 상의 수상자 선정과정에서 충수꾼에 불과한 제 이름이 거론되었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무한한 광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큰사랑과 고마움은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모쪼록 제 충심을 곡해 없이 받아주세요.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계묘년(癸卯年) 잘 마무리하시고 다가오는 갑진년(甲辰年)엔 ‘⚪⚪⚪ ⚪⚪’ 더욱 번창하시고 수고하시는 식구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하오며 줄이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년 ⚪⚪월 ⚪⚪일 

한판암 드림(010 – 4587 – 2172)


오랫동안 글을 써왔던 분들의 이력 난(欄)에 열거하기 숨찰 정도의 대단히 많은 수상 경력을 대하며 가끔은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미련 없이 불가 의사를 전하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던가 보다. 인터넷에 접속하니 매년 기라성 같은 문인이 대거 모여 성대하게 치루는 ‘⚪⚪문학상’ 시상 장면이 도배되어 있었다. 어찌 되었던지 글 동네 변방의 충수꾼에게 샛별처럼 빛나는 분들에게나 합당한 수상을 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남의 옷을 걸치는 꼴이기에 내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흔들리거나 분심(分心)이 생긴다면 과감히 초심으로 돌아가 오로지 글쓰기 삼매경(三昧境)에 빠지는 것으로 자족할 것이다.


2023년 12월 19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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