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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용에 함축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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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0건 조회 122회 작성일 24-01-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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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에 함축된 의미


12간지(十二干支)의 5번째인 용(龍 : dragon)에 대한 얘기다. 오늘 ‘청룡의 해’라는 갑진년(甲辰年) 원단(元旦)을 맞아 용에 함축된 다양한 뜻과 상징을 살핌은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싶다. 


용은 신화나 전설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서 고대 중국에서는 신성한 동물인 영수(靈獸), 우리나라에서는 순우리말로 ‘미르’라고 호칭했다. 그런데 12간지 중에 유일무이한 상상의 동물은 용이다. 믿기 어려운 전설이지만 “뱀이 5백년 살면 ‘비늘(鱗)’이 생기고, 그 후에 다시 5백년을 살면 ‘용’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1천년을 살고 나서 또다시 더 살면 용의 머리에 ‘뿔’이 난다”고 한다. 한편 용은 구름과 비를 부리기 때문에 날씨를 자유롭게 다루는(번개, 천둥, 폭풍우, 물의 파도 등등) 신령한 동물로 인식되어 위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이런 인식 때문이었을까. 자고로 동양에서 용은 황제(임금 : 왕)를 상징했다. 그런데 용이 되지 못한 뱀을 ‘이무기’라고 불렀다.


상상의 동물인 까닭에 어느 누구도 용을 본적이 없다. 그 때문일까. 용의 형상은 동서양이 다를 뿐 아니라 나라마다 차이가 남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중국의 고서(古書)인 광아(廣雅) 등에 의하면 용은 9가지 동물을 합성한 형상이다. 이에 따르면 얼굴은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몸통은 뱀, 머리털은 사자, 비늘은 잉어, 배는 조개, 발은 매(鷹), 귀는 소를 닮았다고 한다. 한편 입가에는 긴 수염이 나 있다. 그 옛날 그려진 용은 대부분 입에 여의주(如意珠 : dragon ball)를 물고 있는데, 최근에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역린(逆鱗)’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사전에서 “임금의 노여움을 이르는 말.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하여 건드린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용의 등에는 81개의 커다란 비늘(鱗)이 있고, 목 아래에는 커다란 1개의 비늘을 중심으로 반대 방향으로 49개의 비늘이 나있는데 이를 ‘역린’이라고 부른단다. 이 역린이 나 있는 부분이 용의 ‘급소(急所)’로서 그 부위를 건드리면 아픔을 참지 못해 건드린 사람을 물어 죽인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다른 사람의 아픈 곳을 건드려 화나게 만드는 짓”을 ‘역린을 건드린다’는 표현이다.


신령한 영수(靈獸)라고 여겨 용을 황제(임금 : 왕)로 비유함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顏), 임금의 수염을 용수(龍鬚), 임금의 수레를 용가(龍駕) 또는 용거(龍車), 임금의 은혜를 용광(龍光),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龍床), 임금의 죽음 • 임금이 마차를 몲 • 임금이 백성을 다스림 등을 용어(龍馭), 임금의 딸을 용녀(龍女), 임금의 눈물을 용루(龍淚), 임금의 옷을 용포(龍袍), 임금의 보좌를 용좌(龍座), 임금의 덕을 용덕(龍德), 임금이 등극하지 않았을 때를 뜻하는 용잠(龍潛), 조선시대에 군주를 칭송했던 서사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도 이런 맥락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외에도 용궁의 여기저기를 위시해서 옛 고분은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널리 숭배의 대상이었다.


권위의 상징으로 복식(服飾)에서 용의 ‘발톱’ 역할이다. 그 옛날 중국에서 ‘발톱이 5개’인 오조룡(五爪龍)은 황제(임금), ‘발톱이 4개’인 사조룡(四爪龍)은 황태자나 제후(諸侯)를 상징했다고 한다. 한편 우리의 조선시대에 임금은 오조룡복(五爪龍服), 왕세자는 사조룡복(四爪龍服), 왕세손은 삼조룡복(三爪龍服)을 착용하다가 후기에 이르러 모두 오조룡복(五爪龍服)으로 통일했었다. 그런데 경복궁 근정전(勤政殿)의 왕좌 천장에는 ‘발톱이 7개’인 칠조룡(七爪龍)이 그려져 있단다.


용이 비바람이나 물을 마음대로 부린다는 믿음 때문일까. 화기(火氣)가 강한 사찰에서 화마(火魔)를 막기 위한 비보대책(裨補對策)으로 동원된 경우를 가끔 만나게 된다. 원래 비보란 풍수적(風水的)으로 결함이 있는 땅에 채워 안정되게 만드는 것으로 그 옛날 한양의 광화문(光化門)에 해태 상을 세우거나 신라시절 문무왕이 감은사지(感恩寺址)에 세웠다는 삼층석탑 등이 예이다. 이따금 사찰의 대웅전 앞에 큰 독이나 가마솥처럼 생긴 그릇에 물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해당 사찰의 터가 풍수적으로 볼 때 화기가 지나치게 강해 화재의 위험이 크다고 여겨질 경우 화재를 막는 의미의 비보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이와 달리 대웅전 처마의 단청(丹靑) 중에 꿈틀거리는 듯한 용(龍)이 그려져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용이 물을 잘 부리는 재주가 있기 때문에 화재를 막을 수 있으리라는 관점의 비보대책이다.


 또한 사찰에서 단청의 그림이 아닌 계단이나 지붕 등에 장식용으로 여기저기 설치된 용의 머리 즉 용두(龍頭) 형상이 눈에 띄는데 이들은 용두가 아니고 ‘이무기’ 머리로서 ‘용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하는 수많은 수행자’를 상징한단다. 또한 사찰의 비석(碑石) 중에 기단(基壇)에 해당하는 부분이 거북 모양인데, 이 돌이 귀부(龜趺)이다. 이 귀부의 몸통은 거북이지만 얼굴은 용머리(龍頭)란다. 그리고 비석의 몸통을 비신(碑身)이라고 한다. 한편 비석의 몸통 즉 비신의 위에 얹혀있는 머릿돌이 이수(螭首)인데 이는 ‘이무기’의 형상이라고 한다. 또한 옛날에는 기상현상으로 나타나는 용오름을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는 것”이라고 믿기도 했었다. 


용이 성스러운 존재로 각인된 때문이었을까. 우리의 지명(地名)이나 신비하게 보이는 못(池)을 비롯해 폭포 등의 이름에 ‘용 용(龍) 자’가 들어간 경우가 수없이 많다. 용산(龍山), 용두동(龍頭洞), 용문(龍門), 용정리(龍井里), 용운동(龍雲洞), 용두산(龍頭山), 용두암(龍頭岩), 비룡폭포(飛龍瀑布), 용소(龍沼), 용추(龍湫), 용연(龍淵), 용담(龍潭) 등을 비롯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옛날 12간지를 만들 때 모두 현존하는 동물로 정해도 모자람이 전혀 없었을 터이다. 그런데 왜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을 택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추상적으로 뜬구름 잡듯이 신령한 동물로 정의되는 까닭에 어느 누구도 정확한 형체를 정의하지 못해 몸체의 각 부위마다 다른 동물 형상으로 묘사하여 어쩌면 허구의 괴물을 만들어내고 그 외형에 현옥되어 위안을 받으려는 게 아닌지 냉철하게 짚어봐야겠다.


2024년 1월 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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