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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태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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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21회 작성일 24-04-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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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여행

윤복순

 

내 생일라고 아들딸 네가 왔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딸네는 토요일 겨우 저녁밥을 먹을 시간에 왔고 아들네는 그 시간도 못 맞춰 9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중견 쯤 되니 다들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요일은 가족여행을 했다. 아들네가 집에 돌아가기 쉽게 위쪽으로 여행지를 정한다. 평소 가보고 싶었는데 기차가 닿지 않는 곳, 운전을 오래해야 하는 곳 등을 숙제 마냥 메모지에 적어 놓는다. 여러 곳이 적혀있다.

오늘 여행지는 태안해상국립공원이다. 범위가 넓어 어디를 찍고 가야할지. 남편과는 엄두가 나지 않아 미뤄뒀던 곳이다. 사위가 운전 많이 하는 곳은 언제든 할 테니 시키기만 하라고 한다. 바쁜 애들을 어디 가고 싶다고 자꾸자꾸 부르는 것도 부모가 할 일은 아니다.

70이 넘으니, 남편은 아직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왕복 5~6시간 운전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삼가고 있다. 딸이 엄마 대중교통에는 기차 버스만 있는 게 아니라 택시도 있습니다.” 한다. 기차가 닿는 곳까지 가고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택시를 타라는 뜻이다. 가 보고 싶은 곳은 가 봐야지 그것도 좋은 때가 있으니 저희들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란다.

해상국립공원이 넓어 가장 보고 싶은 신두리 해안사구를 찍었다. 예상 소요시간이 2시간 40분이다. 손자들 수준이 되어 손자들의 학교생활 얘기를 하며 가는 것도 재미있고, 자식들 직장생활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것도 좋다. 이런 시간이 여행지를 둘러보는 시간보다 더 중요하다.

딸이 진급시험을 보겠다고 한다. 절대평가가 아니고 상대평가라서 운이 많이 작용한다. 다섯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도 열심히 해서 장관과 직할시의 감 표창 등을 여러 번 받았다. 많은 아이를 키우느라 육아휴직을 여러 번 받아 부장 근무 연한이 부족한 편이라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다자녀 가산점수를 주고 싶다.

딸이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모으고 가다보니 3시간도 금방이다. 신두리는 주차장도 넓고 사람들도 많다.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넓은 모래언덕이다. 조수간만의 차로 바다 안에 잠겨있던 모래가 햇볕에 마르게 되고, 바람에 의해 주변으로 쌓이게 되어 모래언덕을 만들어 놓았다. 마치 사막 같다.

사구를 둘러보는 길은 1,2,3코스가 있는데 손자손녀가 어려서 또 날이 더워서 가장 짧은 1코스만 걷기로 했다. 사막 같아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웅덩이에서 올챙이를 보고, 개미귀신이 만들어 놓은 개미지옥도 보고, 조잘조잘 도란도란 얘기꽃이 피었다.

탐방로에서 벗어나 해수욕장으로 갔다. 달랑게가 있고 조개껍데기가 있다. 마침 밀물이어서 파도가 너울너울 우리의 신발을 삼키려 하고 우리들은 잡히지 않으러 도망을 쳤다. 목소리가 커지고 아무리 뛰어도 뛰지 말라, 조용히 하라 하지 않는다. 손자손녀들이 신났다.

즐거운 점심시간, 해물파전, 주꾸미 철판구이, 바지락칼국수를 먹었다. 맛이 좋아 대만족이다. 부모는 자식 목구멍에 밥 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다고 했던가.

손자 손녀가 반듯하게 서서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한다. 보듬고 학교 잘 다니고 둘이 사이좋게 지내고 엄마 아빠 말도 잘 들으라고 했다. 지난 번 태국여행을 다녀와서 많이 친해졌다고 내 허리를 안으며 할머니 사랑해요.”한다. 서울 쪽으로 꽤 올라온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아들네 집까지는 2시간이 넘게 걸린단다. 아들네를 먼저 올려 보냈다.

딸이 가까운 곳에 파도리 해식동굴이 있다고 해 찾아갔다. 해식동굴은 썰물 때만 볼 수 있다는데 밀물이라서 해수욕장을 걸었다. 작은 몽돌해변이다. 파도가 밀려나갈 때 솨~~~~~ 실내악 연주다. 한참을 귀 기울여 들었다. 어느 음악이 이보다 더 순화시켜줄까. 딸이 올해 처음이니까 안 되면 내년에 또 보면 된다고 한다. “아니야, 너는 돼. 엄마는 자식들이 잘 돼 노년 복이 있다고 했거든.” 응원이 될까.

해식동굴은 아니지만 파도에 아치모양의 큰 구멍을 낸 바위를 만났다. 세계테마기행에서 보면 세계 곳곳에 그런 바위가 있어 신기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있어 고맙고 반가웠다. 딸과 같이 그곳을 통과했다. 마치 시험을 통과하듯.

딸이 우리를 집에 데려다 주고 대전으로 가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다. 서대전 역에 내려달라 했다. 그곳에선 익산까지 열차가 연락부절이다. 딸 말대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겠다. 집에서 먼 강원도 경상도는 여행이 쉽지 않아, 충청도 전라도 편식 여행만 한다.

이제 남편 생일 때나 되어야 아들 딸네가 내려오고 짧지만 가족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지에 가는 동안 차안에서 나누는 얘기들이 아들 딸 며느리 사위의 직장생활의 애환에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또 손자손녀들의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남편과 나는 시간이 되는데 자식들은 40대로 제일 바쁠 때고, 자식들이 시간이 될 때는 내가 나이 들어 같이 다닐 수 없을 것 같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온 가족이 같이 갈 수 있을 때 많이 다니자고 했다.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끼리라도.

2024.4.7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저는 기껏해야 대천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대천 시내까지만 가봤고, 태안엔 한번도 가봤던 적이 없답니다. 아마도 기차가 닿지 않아 지난 날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지금 정황으로는 영원히 미지의 땅으로 남지 싶습니다. 하지만 귀한 기행 수필을 대하며 간접 체험으로 만족해야지 싶네요.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