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재난 지원금 > 자유창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57247_0788.jpg 

수필 재난 지원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윤복순 댓글 3건 조회 1,051회 작성일 20-05-09 18:31

본문

재난 지원금

윤복순

 

재난기본소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상황을 맞아 국민 또는 주민에게 지급하는 소득지원이다. 태풍 지진 호우 같은 자연재난이나 화재 환경오염 감염증과 같은 사회재난이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재난에 해당한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까운 이웃과 밥 한 끼 같이 하지 못했다. 아들딸도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생일을 맞기도 했다. 손자 손녀들이 보고 싶어도 꾹꾹 참아야 했다. 마스크 때문에 집에 들어가면 귀가 아파 귀맛사지를 했다. 여행도 다니지 못하니 한마디로 사는 재미가 없다. 코로나19 전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얼마나 감사한 생활이었는지 뒤돌아본다.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아 못 마땅했는데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망자도 많아지니 겁이 났다. 세계적 대유행으로 나라마다 봉쇄조치가 내려졌다. 여행업부터 빨간불이 켜지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한숨소리가 날로 높아갔다. 시간이 길어지며 항공업체 같은 대기업도 숨을 못 쉴 상황까지 되었다. 여기저기서 무급휴가가 늘어나고 실업자가 많아졌다.

국가도 지자체도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에서 돈을 준다는 얘기에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 얼떨떨했다.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다 날까 걱정이 앞섰다. 남편은 연금이 깎이지 않았고 나도 마스크 판매 덕에 수입이 줄지 않았다.

4, 남편이 200만원만 줄 수 있냐고 물었다.


?”

목사님이 걱정돼서.”


나는 생각도 못했다. 아주 조그만 교회라서 근근이 생활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예배를 하니 그 어려움은 말해 무엇 하랴. 알고 지낸지는 20년이 되지만 한 번도 우리 부부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종교에 관심이 없어 무종교인이다.

코로나19로 마음이 답답하고 신나는 일도 크게 웃을 일도 없었는데 목사님께 돈을 드리고 난 뒤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고, 무의미 했던 올 봄에 한 가지는 한 것 같이 뿌듯했다. 이 기분을 살려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기로 맘먹었다.


익산시에서 모든 시민에게 십 만원 씩 주었다. 사람들이 그 카드를 가지고 와서 약국에서도 쓸 수 있냐고 묻는다. 어느 날 내 나이쯤 된 아주머니가 동사무소에서 그 카드를 받아가지고 바로 약국으로 왔다고 한다.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평소에 고마웠던 누구에게 좋은 영양제를 선물해야겠다고 다짐했단다.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살려고 불이 나게 왔단다. 그 마음이 고마워 약값을 조금 할인해 당신 것도 살 수 있게 해 줬다.


젊은 엄마가 애기 영양제를 사며 그 카드를 낸다.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있냐고 한다. 영수증에 잔액이 나온다. 수줍게 웃으며 남은 돈은 안 쓰고 기부해야겠단다. 나보고 받았냐고 묻는다. ‘기부 하려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했는데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내비친다. 남들에게 말해 놓고 약속을 어길 수도 없겠지만 국가에서 주는 것도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다. 내 말에 다른 사람들도 기부할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희망까지 담아본다.


할머니 한 분은 그 돈으로 마스크를 산다.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겼으니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손자들에게 선물하고 싶단다. 중년의 아주머니는 전부 화장지를 사서 교당에 선물했다고 한다. 누구는 문방구를 하는 후배에게 카드를 주었다고 한다. 이렇듯 자기를 위해 쓰기보다 평소에 고마웠던 사람에게 신세진 사람에게 어려운 사람에게 정을 나눈다.


국가에서 재난지원금을 고소득자에겐 주지 않는다고 했다가 전 국민에게로 방향이 바뀌었을 때 불평불만을 말하는 이가 많았다.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줘야 한다는 이론이다. 전 국민에게 결정되지 않았을 때 딸과 통화를 하며 다 주면 우리는 기부하게.”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딸이 제 주변에 월급이 깎이고 제 날에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 있단다. 저도 제 남편도 또박또박 월급이 잘 나오니 둘 다 기부하자고 했단다. 딸은 중학생 하나, 초등학생 둘, 유치원생 둘, 애기가 다섯이라 저희들 살기도 곤곤하다.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어느 나라보다 이 경제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우리 약국에 오는 사람들이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지원금을 쓰기보다 주변을 위해 쓴 것을 얘기한다. 우리는 이런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서로 잘했다고 박수를 친다.

내 주변의 보통사람들이 이럴 진데 우리 국민 같은 대단한 사람들은 어련할까. 상위 30%에게 준 돈보다 더 많은 돈이 기부금으로 돌아오리라 기대한다.


코로나19 확산사태의 근본 원인은 개발 지상주의로 인한 자연 파괴가 1차 원인이고 대량생산으로 인한 과소비가 2차 원인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많이 먹고 많이 돌아다녔다.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남겼다. 내가 애국하는 것은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 것보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아닐 런지.

 

2020.5.7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숭고하고 아름다운 도도한 흐름을
건네다 보는 듯해 흐뭇하고 그런 천사의 마음을
지니신 국민들이 수없이 계신다는 게 고맙고 
무척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많은 고민을..........

남창우님의 댓글

남창우 작성일

해드림에는 천사가 많군요.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