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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워낭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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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형 댓글 1건 조회 1,029회 작성일 20-07-04 15:33

본문

                                      워낭 소리

                                                                                       

                                                                     동진(同塵)  김 재 형


워낭소리! 

 

듣기만하여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태백준령을 따라 “봉화“ 산골 오지 마을 배경으로 80고령의 늙은 부부가 소와 더불어 농사를 지으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에게는 흔한 경운기도 없이 늙은 소와 함께, 산자락에 흩어진 논밭을 최 노인은 쟁기로  갈고 있다.

아내는 논두렁에서 쟁기질하는 최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무언가 깊은 생각에 젖어 있는 덧 한 표정이다.

 

논밭은 산자락 끝이어서 인적은 없는 듯, 주위엔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었는데, 깊은 산속엔 산새소리만이 고요한 정적(靜寂)을 깨트릴 뿐이다.

어쩌면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보는 이의 눈을 유혹(誘惑)하고, 가슴 찡한 감동(感動)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농사일 밖에 모르는 최 노인은 발 갈고 소먹이는 일이 천직(天職)이다. 새벽이면 쇠죽이요, 아침상 물리면 밭갈이다. 오늘도 소를 앞세우고 논갈이에 바쁘다.

 

늙은 아내는 논두렁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쟁기질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 하고 있었을까?

80고령의 최 노인 부부가 40년을 함께한 늙은 소를 이끌고, 농사짓는 광경을 보는 관객들은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최 노인은 늙은 소가 혀를 내 밀고 몰아쉬는 숨소리가 가여워서일까. 팔에 힘을 주어 쟁기를 밀며 이따금 이마에 땀방울을 손으로 훔친다.

간간이 아내는 논두렁에서 큰소리로 무어라 외쳐보지만 귀가 어두운 최 노인은 묵묵부답 쟁기질에 여념이 없다.

 

듣거나 말거나 연신 외쳐 본다. 어쩌면 그 외침은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심혼(心魂)의 울림이었을지도 모른다,

80평생을 함께 살아 왔기에 이심전심(以心傳心) 서로가 애정 어린 교감(交感)은 분명 느꼈으리라.

살을 섞어 한 몸 같이 살아온 그들이기에.......


최 노인은 어릴 때 침 시술이 잘못되어 한쪽 다리가 불편한대도 힘겹게 농사를 지으면서.

 어려운 일들은 거의 소에 의지하고 있다.

 

최 노인과 소와의 인연(因緣)은 전생에서 현생으로 이어진 필연적인 결과는 아니었을까?

순박(醇朴)한 최 노인과 미련할 만치 순(順)하고 우둔(愚鈍)한 소와는 너무나 닮은 점이 많아서다.

 

최 노인이 살아 온 노정(路程), 그것은 오로지 산간 오지에서 자연을 벗 삼아 소와 함께한 길고긴 여로(旅路)가 선악을 초월(超越)한 성자(聖者)와 같은 삶 그 자체였으리라.

 

소와 오랜 동안 함께 생활 하면서 소에 대한 애정이 혈육(血肉)을 나눈 피붙이 같이 생각하는 마음을 영화라는 매체(媒體)를 통해서 전달하는 메시지(message)가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미물(微物)도 죽음을 예감(豫感)했을까? 

때때로 눈물을 머금은 모습은 이별(離別)의 서곡(序曲)처럼 확대된 영상(映像)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애잔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소가 죽음에 임박하자 힘겨웠던 무거운 짐을 내리고, 편안한 임종(臨終)을 위해 코뚜레를 풀어 주는 장면은 정말 눈물겹도록 감동적(感動的)이었다.

 

모든 만물이 영생(永生)할 수 없음은 신의 섭리(攝理)다. 누구나 살면서 사랑과 미움, 고통과 즐거움 같은 것들은 오직 삶의 긴 도정(道程)을 통해서만이 더 성숙(成熟)되고 진실 된 삶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끊임없는 과오(過誤)와 모순(矛盾) 속에 살아가야하고, 선악(善惡)의 유혹(誘惑) 속에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선각자(先覺者)들은 과오와 모순, 선악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믿음의 철학, 이해의 철학, 용서의 철학, 수양의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최 노인은 과오와 모순, 유혹과 갈등(葛藤,) 고뇌(苦惱)를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悠悠自適), 그 너그러운 생활이 범사(凡事)을 초월한 자연의 순환(循環) 법치에서 스스로 깨우쳐 배웠으리라.

 

80 노부부가 소와 함께한 생생한 산골 생활은, 무구(無垢)한 천심(天心)이요, 말없는 끈끈한 부부애요, 자연에 순응(順應)하면서 살아가는 우리 선인들의 지순(至順)한 삶의 본보기요 , 내 몸처럼 아끼고 보살피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었으리라

 

웬지 워낭소리가 다시 듣고 싶어 진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지금은 듣기 힘든 워낭소리가 몹시 그립습니다.
언젠가 들었던 얘기입니다.
어느 늙은 농부가 오랜 세월 동안 함께 농사를 지어오던 소가 늙고 병들었는데
그 소의 임종을 지킨 뒤에 양지바른 산자락에 꼭꼭 묻어주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감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 기계화된 농법의 보급 확산으로 소를 앞세운 쟁기질 구경하려면
일부러 찾아 나서도 쉽지 않아 공연히 서운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주 오랫만에 뵈어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