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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항변 (꽁트) > 자유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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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어떤 항변 (꽁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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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언홍 댓글 2건 조회 981회 작성일 20-09-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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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어둔 밤을 지키느라 잠 한숨 못 잤더니 눈이 게슴츠레 하다.

이웃 집 고주망태 할아버지, 초상집에서 밤샘하고 비틀대던 모양새로 어질어질 하다.

날은 또 왜 이리 추운가.  따뜻한 곳이 없을까. 이리저리 헤매다가 이웃집에 나무 때는 보일러가 밖에 설치돼 있는 곳으로 어슬렁어슬렁 찾아갔다.

 보일러 가까이 가니 불 튀는 소리가 들린다.

보일러 뒤쪽으로 돌아가 웅크리고 앉았다. 혹시 개구쟁이 이 집 손자녀석과  맞닥트리면 곤란하다. 녀석 돌팔매질에 이마빼기 터질 게 뻔하다.

눈이 가물가물해지며 잠이 소르르 쏟아지려는 찰나, 주인 마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옳다! 밥 먹을 시간이구나, 그렇지 않아도 출출하던 참인데, 뼈다귀라도 한점 던져주시겠지.'

기대를 잔뜩 안고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런데......

 세상에! 주인 마님이 댓바람에 작대기부터 꼰아들고 나를 쫓아 온다. 무슨 일인지 몰라서 꼬리부터 살래살래 흔들며 아양을 떨었다.

 그런데 그게 안 먹힌다.

"요놈의 새끼 소각장에 버린 쓰레기 봉투란 봉투는 모두 물어뜯어서 사방에 물어다 놓고 집구석을 쓰레기장을 만들 작정이야?, 너 혼좀 나야 해, 아무리 짐승이지만 허구한 날 그렇게 말을 해도 못 알아들어! "

작대기로 땅바닥을 탁탁 치며 위협한다.

아니! 밤새도록 집 지키다 보면 얼마나 심심하고 출출한데 그깟 쓰레기 봉투 물어뜯은 게 무슨 대순가.

열심히 꼬리를 치며 알랑 댔지만 주인 마님은 한술 더 뜬다.

"밤새도록 쓰레기 뒤져 먹었을 테니 얼마나 배부를까, 벌로 밥 안줄 거야, 배 좀 곯아 봐라." 한다.

그말에 나도 오기가 생긴다.

'그래? , 나도 겁 안 난다. 한 끼 굶어 죽기야 하려고. 그럼 나도 오늘부터 집 안 지킬 거야, 윗집 발바리랑 만날 놀러 만 다녀야지, 아예 발바리 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살림이나 차릴까? 누가 더 아쉬운지 보게. '

줄행랑치는 내 등뒤에서 마님의 버럭 소리가 하늘을 가른다.

"야. 야. 야. 또 어디가냐. 어휴 저눔의 새끼."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글을 보면서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집하장에
매일밤 찾아들어 청소하는 아줌마들의 원성의 대상인
길냥이들의 가련한 처지가 크게 오버랩 되어
슬며시 미소가 번졌습니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것 같은데 웬 번식력은 그리도 강한지
떼로 몰려다니는 꼴이라니.....

남창우님의 댓글

남창우 작성일

웃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