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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이듦에 대하여-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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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국 댓글 3건 조회 973회 작성일 20-03-11 19:00

본문

나이 듦에 대하여

 

박종국

음악회에 가 보면 좋은 곡은 오래된 악기로 연주한다. 악기는 오래될수록 깊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나이가 듦도 마찬가지다. 힘과 기량으로 연주하던 시절을 지나 삶의 고백을 연주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이든 이들이 오래된 지혜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바이올린은 오래될수록 깊고 좋은 소리를 낸다.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무언가가 내 곁을 떠난다는 뜻이 아니라, 무언가를 더 쌓았다는 의미다. 삶의 질곡을 지나는 동안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쌓인다.

 

나이가 듦은 농익은 축복이다, 나이가 좀 들어야 인생의 맛을 안다. 젊었을 때는 미숙했지만, 나이 들어가며 이것저것 경험해 봐서 완숙한 맛이 난다. 술도 익어야 맛나고, 된장도 숙성해야 맛이 든다. 밥도 뜸이 푹 들어야 맛이 난다. 그렇듯이 인생도 늙어야 제 멋이 난다. 인생의 봄이면 계속되면 얼마나 좋으라. 하지만 노년으로 바뀌면 괴롭다. 젊음에 집착하기 때문에 늙음이 고달프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바탕그대로 받아들이면 젊었을 때보다 더 좋은 사실들을 만난다. 나이 듦은 불행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내가 초라해지느냐, 원숙해지느냐는 육체적인 문제라기보다 마음의 탓이다.

 

나이가 듦은 끝없는 나 자신의 담금질이다. 꽃은 질 때가 더 아름답듯 아름다운 자태를 놓지 않는 노을은 구름에 몸을 살짝 숨겼을 때 더 아름답다. 나이가 들면 자연 비 내리는 날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 우아하게 나이가 듦은, 끝없이 내 안의 샘물을 두레박으로 길어 갈라진 삶의 손마디에 물을 공급해야 한다. 내 안의 꿈틀거리는 불씨를 조용히 피워내는 불쏘시개가 되어야 한다. 아름답게 늙음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망의 가지를 잘게 전정하고, 추하지 않게 주름을 보태어가야 한다.

 

나이 들어 잘 안 보임은 큰 데만 보고 살고, 귀가 잘 들리지 않음은 필요 없는 작은 소리는 듣지 말고 필요한 소리만 들으라는 다그침이다. 이가 시림은 연한 음식만 먹어 소화 불량이 없게 함이며,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움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뜻이다. 머리가 하얗게 됨은 멀리서도 나이 먹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다. 정신이 깜박임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경고요,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머릿속이 복잡하니 좋은 기억만 담아놓으라는 일깨움이리라.

 

모하비사막의 떡갈나무는 덤불처럼 1만 년 이상을 산다. 그나마 사람은 포유류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종이니 나이 들면 선선히 마음을 비우며 대비해야 한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 후반부의 삶을 어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단순하게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얼마나 인생을 의미 있게, 행복하게 사는가가 더 중요하다. 나이 들어 건강하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즐겁게 사느냐는 목표를 지녔는지의 여부와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냐다.

 

나이 듦은 아름답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 늙는다. 나이 듦의 미덕은 노년기 삶의 목표요,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 유지다. 젊음을 시기하지 말고 젊은 사람을 대접해야 한다. 또한 젊은 세대는 나보다 바쁨을 명심해야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주면 늙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한다. 나이가 들면 신변의 일상용품은 늘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 여행지에서 죽더라도 여행은 많이 할수록 좋다. 그러나 즐거운 인생을 보냈다는 표식으로 언제든 죽어도 좋다는 심리적인 결재를 미리 해두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삶을 긍정하고, 감사하며, 현재에 만족하고, 스스로 행복하다 자신해도 좋다.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인생을 살았는가? 그 중 최고는 언제였는가? 지금이다. 그렇다면 나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쯤이면 최고의 삶을 살았다고 자신해도 좋으리라. 

댓글목록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선생님, 반갑습니다.
선생님 수필을 여기서 대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선생님의 사유가 참 부럽습니다.^^

박종국님의 댓글의 댓글

박종국 작성일

네, 반갑습니다.
오늘 메일을 열어보니
새로 단장했다는 홈페이 얘기가 는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곧장 따라왔습니다.
자주 손기척하겠습니다.
두루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아주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황혼의 강을 건너는 세월에 다다르고 보니
허방지방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긍정의 힘을 믿고 오늘 하루를 열고 힘차게 내딛으렵니다.
반가운 마음에 횡설수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