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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후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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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56회 작성일 21-03-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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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투티

윤복순

 

3월이다. 소중한 인연들과 만난 달이다. 새싹이 돋아나듯 딸이 태어났고 2년 뒤 아들이 태어났다. 아이들은 잘 자랐고 좋은 일이 이어졌다. 세월이 흘러 기다리고 기다리던 손자손녀 쌍둥이가 또 3월에 태어났다.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내 생일도 이달에 있다. 그런 3월이 왔다.

해가 길어졌다. 7시에 나가던 운동을 30분 앞당겼다. 아직은 두꺼운 옷을 벗지 못했다. 공기는 며칠 사이로 많이 달라졌다. 내가 걷는 곳은 소나무 숲으로 한 바퀴 도는데 3분도 걸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넓게 돈다. 좁은 공간이지만 흙길이라서 이곳에서 걷고 체조를 한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내가 운동하는 곳이라고 부른다. 새벽시간에는 나밖에 없어 공공장소에서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곳이다.

못 보던 새가 왔다. 머리 부분의 깃이 특이하다. 화려하고 예뻐서 집에서 키우던 새가 탈출한 줄 알았다. 깃을 세운 모습이 추장 같다. 사연은 모르겠지만 어디서든 안 아프고 잘 살면 된다고 말을 걸었다.

올봄 나에게 행운이 오려나 보다. 파랑새를 본 것 마냥 가슴이 두근거렸다. 걷기를 멈추고 숨죽여 관찰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생기고 예쁜 것에 관심을 갖는 걸 보니 아직도 젊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 며칠 전 산수유가 핀 것을 보고 한참동안 그 앞에 서 있었는데. 봄은 봄이다.

집에 돌아와서 후다닥 찾아보았다. 머리 깃이 예쁜 새를 치니 그놈이 턱하니 나온다. 여름철새로 3월 초에 도래하는데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개체도 있다고 한다. 집에서 키우던 새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월동까지 하면 철새가 아니라 텃새인데 나는 왜 처음 보았을까.

아침마다 잘생긴 그놈을 볼 수 있길 기대하며 운동하러 나간다. 매일 아침이 희망으로 들뜬다. 만나면 기다렸다고 고백하려는데 오질 않는다. 그리 만나주지 않으면 삐질 거라고 투정을 부려볼까.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듯 매일 컴퓨터에서 후투티를 보고 또 보곤 한다.

주로 농경지 과수원 하천변에서 먹이사냥을 한다는데 공원에는 왜 왔을까. 동네 사람들에게 이런 새를 봤냐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모두들 보지 못했다고 한다. “공원에 이런 새도 있어?” 놀라는 표정이다. 나에게만 보여주러 왔구나. 내 행운이다.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저녁마다 내일은 만나자만나자 기도를 하고 잔다. 낮은 위기의 멸종위기 등급에 속한 동물로 개체수 보호가 필요하다고 하더니 콧대가 샌가 보다. 여름엔 중부 이북지방 전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하니 지금은 남쪽지방으로 내려갔나. 요새 날씨가 4월 중순정도라고 하니 우리 동네에 올 법도 한데.

첫 만남은 낮은 나뭇가지에 머리 위 깃털을 세우고 날개를 가지런히 접고 서 있었다. 머리와 가슴은 옅은 갈색이고 깃털에는 검은 점이 멋지게 있다. 날개와 꼬리에는 흰색과 검정색 줄무늬가 있다. 목이 길게 보여 자신만만한 잘 생긴 지도자 같다. 멋있음에 넋이 빠졌고 춘곤증의 이 봄날이 활기차졌다.

땅강아지를 좋아한다는데 소나무 밑에 그걸 뿌려놓을 수도 없고 둥지가 나무구멍 이라고 하니 소나무에 구멍을 파 놓아야 하나. 머리위의 멋진 깃을 쫙 편 모습도 보고 싶고, 너 때문에 요즘 내가 신바람이 난다고 말해주고도 싶다. 또 노래 소리도 듣고 싶다.

후투티는 순 우리말 이라고 한다. 오디를 좋아해서 오디새라고 하는데 울음 울 때 후후훗 하고 울기에 훗+오디가 합쳐 후투티라고 한다. 우리포도밭에 구지뽕나무가 한 구루 있는데 오디가 열리면 너에게 다 줄 테니 부디 아침마다 나타나라고 애원해 본다.

후투티는 이스라엘의 국조다. 어느 날 솔로몬이 사막을 여행하는데 너무 더워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이때 후투티 무리들이 날개를 펴서 햇빛을 가려주었다. 솔로몬이 자신을 구해 준 이 새를 불러 상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왕과 똑같은 황금왕관을 갖고 싶다고 했다. 후투티는 눈부신 왕관으로 의기양양해 물이 고인 곳이면 머리를 숙여 자기 모습을 비춰보며 자만심에 빠졌다.

황금관이 너무 무거웠고 또 금관을 탐내는 사람들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다시 솔로몬을 찾아가 왕관은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하니 떼어달라고 청하였다. 왕은 황금왕관 대신 황금빛 볏을 주었다.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오늘도 오디새는 만나지 못하고 왔다. 컴퓨터에서 황금 볏을 쫙 편 사진을 보고 있는데 딸의 전화다. 딸은 겨울방학 내내 현장연구대회에 낼 자료정리 하느라 서너 시간도 못 잔다고 했다. 다섯이나 되는 애들이 밥을 어떻게 먹는 지도 모른단다. 시간 맞춰 제출하고 나니 바로 전근발령이 나서 봄방학도 없었다. 어제는 늦은 퇴근을 하며 지쳐있었는데 오늘은 정시 퇴근을 하며 목소리도 밝다.

엄마 나 1등급 받았어.”

잘했다. 우리 딸 최고.”

2~3년 전에도 광역시에선 1등급 받았고 전국대회에선 2등급을 받아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이번엔 교육부 주관이 아니고 한국교총이라고 한다. 과목별 대회가 아니고 초중등교사 전체 하는 대회라서 더 어렵지만 수업한 것이니까 정리한다는 의미로 참여했다. 수업내용은 좋은데 도입 부분을 좀 손봤으면 좋겠다는 심사평을 받았단다. 신학기라 업무량이 너무 많아 수업준비도 못할 지경이라 전국대회엔 기권하겠다고 했단다. 교육청에서 기권은 안 된다하고 딸은 피로가 누적돼 눈 떨림까지 왔다. A4용지 70매를 한 장에 요약해 첨부해야 하는데 쉬고 싶은 마음밖에 없단다.

딸이 임신할 때 엄마가 태몽을 꿔 주듯 딸에게 행운을 줄 수는 없을까. 지혜의왕 솔로몬에게 상으로 황금왕관을 받은 새, 딸이 이번 대회에서 어사화를 머리에 꽂길 바라며 나의 오디새를 딸에게 주었다.

 

2021.3.5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3월은 댁에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달이네요. 어제 봄비가 내리고 오늘 산을 오가는 길목에 백목련과 진달래가 활짝 피었는가하면 오리나무 수꽃이 피어 미상꽃차례(尾狀꽃 次例) 모습을 보이는 완연히 화창한 봄날이더군요. 희망과 꿈을 노래하는 3월....., 따님에게 윤선생님의 바람이 그대로 전해져 좋은 결과 거두기를 빌겠습니다. 이곳 주위 가까운 곳에 우포늪이라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늪이 있습니다. 거기에도 매년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아 머물다 떠나는 때문에 자주 찾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