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동화천의 봄 > 자유창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57247_0788.jpg 

수필 동화천의 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재형 댓글 2건 조회 1,126회 작성일 21-04-12 10:53

본문

                                           동화천의 봄

                                                                      동진(同塵)김재형


어쩌다 내 삶의 터전을 동구에서 북구 연경동으로 옮겨왔다.

주위는 산을 끼고 동화 천이 흐르고 있으니 흔히 하는 말로 배산임수 길지란다.

원래는 황량(荒凉) 한 들판이요 화훼(花卉) 단지요 농경지로 시내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후미진 곳이었다.

 

개발의 열풍에 밀려 오지(奧地)라 할 수 있는 이곳에 주택단지로 지정되어 7000여 세대 아파트가 세워 저 많은 시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계획된 새로운 단지로 시가지는 깨끗하고 주거환경은 잘 갖추어져 있어 생활에 불편은 없다.

8월 말에 옮겨와 이제 겨울을 지나고 봄을 맞는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둘러보기 위해 산책길을 나선다.

혼자 아파트 담장을 벗어나 걷는다. 단지 앞에는 화담 산과 동화 천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조망(眺望)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벌써 잎새도 없는 목련나무에서 목련 꽃이 피어 있다.

삼 월 중순의 봄은 하얀 목련 꽃에서 오는 지도 모른다. 순백의 꽃잎은 아직 손끝이 시리건만 이파리도 없는 나목 같은 앙상한 가지에 우아하고, 고고(孤高) 한 자태는 보는 이의 눈길을 멈추게 하고도 남는다.

지난겨울 엄동설한에도 인고(忍苦)의 아픔을 견디며 곱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뭇 상춘객들에게 눈으로 마음으로 즐거움과 기쁨의 향연(饗宴)을 위한 기다림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뿐이랴, 산수유도 노란 꽃망울을 틔우고 동화 천의 수양버들도 파란 잎새로 봄을 기리는 듯, 돋아나는 새싹에도 애틋한 사랑이 가고 정이 묻어남은 무엇 때문일까?

문득 자연의 섭리 앞에 감사드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겠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 속에 내가 살아서 봄이 오면 봄이 와서 고맙고,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고 온 산하가 순백으로 절경을 이룬 그 모습 또한 고맙다.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을 계절 따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내게는 행복이요 더할 수 없는 복록(福祿)이란 생각이다.

고고한 순백의 목련 꽃이여!

지난날 그 혹한(酷寒) 속에서도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아리따운 여인의 속살 인양 순백의 하얀 빛깔은 볼수록 마음으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때가 되면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순환 법칙이다.

오늘 동화 천을 거닐면서 조경(造景)으로 잘 다듬어진 주변을 서성이면서 동토(凍土)에서 세찬 북풍한설을 견디면서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은 감동을 더해 눈시울이 젖도록 그 은혜로움에 감사를 드린다.

산수(傘壽)를 지난 나이에 이러한 아름다움이 어찌 봄뿐일까?

춘하추동 사계절이 하나같이 그 나름대로 아름답다.

계절마다 느끼는 묘미며 특성이며 풍광이며 정취가 달라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피어 나는 파란 잎새들은 저마다 봄기운을 받아 뿜어내는 싱그러운 향내는 내 몸 전신에 흐르는 듯하다.

지난날 헛된 욕망과 허망(虛妄) 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허공에 뜬 구름을 잡을 듯 무모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살다 이승을 떠날 때는 가진 것 없이 모든 것 다 버리고 빈손으로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 인 것을......

 

살아온 여정(旅程) 속에는 때때로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여항(閭巷)의 거리를 스치면서 울고 웃고 정(情) 들인 삶 속에 스며 있는 우주의 온갖 사물과 많은 교감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제 새봄을 맞아 싱그럽게 피어나는 잎새와 계절 따라 변하는 자연을 다시 한번 음미(吟味) 하고 생각해 보는 내가 되어야겠다.

 

 

 

 
다음검색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아름다운 동화천이 흐르고 앞에는 화담산이 자리한 신 개발지 아파프 단지로 이사 뒤에 맞이하는 첫 봄인가요. 배산임수의 길지에 터 잡고 맞는 봄의 맛이 각별하시고 즐거우시겠습니다. 아무래도 연세가 드시면 황량한 도심 속보다는 다소 외지더라도 자연을 벗삼아 소일할 환경이 훨씬 이롭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모쪼록 활기찬 소생의 봄에 보람되시고 강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김재형님의 댓글

김재형 작성일

봄비가 끝나면 동화천 주변이 파란 잎새로 한결
멋을 부릴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봄이 무르익어 갈 것 입니다. 선생님께서도
새롭게 돋아나는 잎새처럼 늘 건안건필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