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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일거리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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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1,047회 작성일 21-05-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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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가 늘어났다

윤복순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 취급보고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보건소 안내편지를 받았다. 나는 또 미리 주눅이 든다. 컴맹이나 다름없는 내가 온라인교육을 받는 것은 초등학생이 대학원교육을 받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한다. 코로나19로 온라인교육이 대세인 때에 아날로그세대의 비극이다.

며칠 전 코로나19 백신접종 사전예약을 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주소를 치고 들어가니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창이 뜬다. 예약하기로 들어갔다. 이름과 주민번호까지 넣으니 본인확인란이 있다. 휴대폰, 아이핀(i-PIN),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 등으로 본인확인을 할 수 있다.

아이핀은 무엇인지 모르고 휴대폰은 없어 공인인증서를 클릭했다. 인증서번호 넣는 곳이 있다. 입력하니 먹히지 않는다. 내 실력이 거기까지다. 몇 번 시도하다 결국은 못하고 제약회사 직원을 불렀다. 공인인증서가 하드디스크에 있으니 그 곳을 누리고 입력해야 한단다.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니 주민번호와 인증서 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 한글로 돼서 그런가 하고 영자를 누르고 해도 일치하지 않는다만 나온다. 직원을 보내고 대한약사회에 전화를 하니 계속 통화중이다. 오전 중으로 하라는데 틀린 것 같다. 아무 것도 못한 체 통화를 시도해 봤지만 허사다. 얼마 만에 신호가 갔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1시 이후에 연락 바랍니다.”가 나온다. 이런 젠장.

약은꾀를 먹고 1시 조금 전부터 전화를 하니 통화중이다. 화가 슬슬 났다. 약국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마음을 달랬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예방접종 안 해줄 리는 없다. 다중 접촉자라서 좀 빨리 맞으려고 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내 나이대가 맞을 수 있는 때에 맞으면 된다. 그 사이 마스크 잘 쓰면 되지 뭐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야 하나. 다시 편안해졌다.

남편이 하다하다 별 일을 다 하고 왔다고 한다. 포도 순이 나왔다. 곁순과 넝쿨을 따줘야 한다. 태양광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관리해 주는 직원이 왔다. 휴즈를 갈아주고 같이 한 바퀴 도는데 태양광 모듈에 새똥이 여기저기 널려 있더란다. 그걸로 인해 발전이 잘 되지 않으니 보이는 족족 닦아내야 한다.

고압력 분사기로 물을 뿌려도 오래된 것은 이미 굳어서 씻겨 지지 않는다. 불려서 솔로 닦아야 한다. 거기에 쓰는 브러시가 있다고 해 부탁했단다. 한 살 더 먹으면 어쩐다고 새똥까지 치우게 됐다며 푸념이다.

태양광발전으로 포도밭이 줄어 이만만하면 홀가분하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난데없는 새똥까지 치워야 하니 일이 줄기는커녕 더 늘어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대한약사회에서 다시 문자가 왔다. 온라인으로 코로나19백신접종 사전예약을 못한 사람은 해당 보건소와 상의하란다. 몇 번 시도 끝에 통화할 수 있었고 가까운 내과의원에서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로 예약한 것 보다 4~5일 늦다. 그게 뭐 대수이랴. 말로 하니 이렇게 쉽고 친절한 것을.

남들은 손가락 몇 번 움직여 끝낸 것을 나는 대단한 것을 마무리 한 것 마냥 한갓지다. 느긋한데 아들 전화다. 태양광 관련 무엇을 하는데 나는 휴대폰이 없어 제 앞으로 했단다. 위임장을 써야하고 꼭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해서 내 도장을 파서 잘 가지고 있으니 그리 알라고 한다.

저녁시간, 남편 몫은 아들이 영상통화를 하며 컴퓨터 화면에서 무엇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누르고 무엇을 입력하고 하면서 1시간 넘게 했지만 결국은 해결하지 못했다. 아들이 제 몫의 것을 금방 끝내고 남편 것을 똑같은 방법으로 하는데 왜 되지 않을까. 남편과 나는 자책에 빠졌다. 나이는 왜 먹어가지고. 지금 부터라도 컴퓨터 학원에 다닐까. 우울한 밤이다.

다음날 새벽운동을 나간 사이 남편과 아들이 다시 시도를 했는데 실갱이만 하다 결국은 못했다고 한다. 나처럼 뭣과 뭣이 일치하지 않는다고만 나오더란다. 컴퓨터도 나이 먹은 사람들은 깐보나 보다. 이렇게 무시하면 다음부터는 돈 주고 맡긴다. 컴퓨터 앞에서 허세를 부려 본다.

아들이 태양광회사에 전화해서 아버지가 컴퓨터를 잘 못하니 아들인 제 앞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했단다. 역시 사람과 통해야 해결이 된다. 비정한 기계 같으니라고.

코로나19 팬데믹시대, 비대면이 대세이니 기계하고 일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테다. 나 정말 큰 일 났다. 당장 마약류 교육을 받으려면 신청부터 해야 하는데 누구 신세를 져야 할까. “WEBEX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실시간 온라인 교육이라는데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들이 대표이사 비서다. 첫해 빨리 태블릿 PC를 배워 대표가 물으면 바로바로 답해주라고 부장이 말하더란다. “그게 있어야 빨리 익히지요. 이번 참에 회사에서 하나 사서 주세요.” 최신형을 받았다고 자랑을 했다.

나도 비서나 있다면 좋겠다. 약국도 작고 매출도 작아 전산직원도 없이 혼자 하는 주제에 너무 큰 욕심을 부렸나. 하기야 직원이 있으면 직원 이것저것 챙겨주려면 내 할 일이 또 늘어난다. 약국 옆의 병원들이 이사 가고 직원들도 그만 뒀다. 혼자 하니 세상 편했다. 마음대로 문 닫고 졸리면 의자 뒤로 젖히고 자고. 심심하면 책 보고. 동네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놀고.

이놈의 코로나19만 아니면 예방접종예약할 일도 보건소 온라인 연수교육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포스트코로나시대에는 또 무슨 일이 더 늘어날지. 보건소 교육도 받지 않았는데 대한약사회에서 4시간 연수교육을 온라인으로 받으라고 문자가 온다. 어른들이 왜 인생을 산 넘어 산이라고 했는지 쪼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태양광발전만 하면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더 많은 시간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태양광 모듈을 봄가을로 방향을 바꿔줘야 한단다. 해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며 위치도 다르니까. 이래저래 일이 늘어간다.

 

2021.4.28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이야기 하나 : 중학교 2학년 손주가 격주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 하는걸 지켜보며, 따로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요즘 아이들은 척척 잘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지털 세대 아이들은 역시 언택트 온라인 사회가 전혀 두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 둘 : 그저께 아내가 지인으로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을 온라인으로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현재 73세이거든요. 그래서 어디로 접속해야 하는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이라는 회답을 받았지요. 아내 역시 컴맹이지요. 다행히 제가 컴퓨터 쪽에서 일했던 관계로 바로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대신해 주었지요. 그랬더니 아내왈 "컴퓨터 전공한 남편 덕을 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