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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코로나19 발병 이후 마스크 구매를 안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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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6건 조회 943회 작성일 20-03-15 11:3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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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선 도로를 꽉 채운 차량들이 24시간 쉴 새 없이 질주한다. 새벽 다섯 시경이면, 어김없이 전철이 마디마디 선로를 철컥거린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불안하게 흔들어도 내 일터 주변의 흐트러짐 없는 일상이다. 한창 마천루 공사 중이던, 건너뜸 여의도 파크원도 며칠 폐쇄되었다가 밤이면 다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불빛을 밝힌다. 

질주하는 차량이나 전철을 보면 아무 일 없는 하루처럼 세상은 고요하기만 하다. 오랜 침묵을 지키던 겨울 나목들도 몸이 간지러워 보인다.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쳐 곧 하늘로 비상하게 될 아기 새들처럼 들떠있다. 다만 아랫녘 꽃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찾아오는 발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난 해 꽃이 지나간 자리만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 한껏 사랑 받기를 기대하며 견뎌온 추위가 무참하게 되었다. 꽃들도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본다.

 

여전히 대구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를 넘나들지만 실시간 인터넷 뉴스판을 달구던 추가 확진자 기사가 눈에 띄게 뜸해졌다. 터널 끝이 보이는 걸까.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 현황의 보도자료를 내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 123일부터였다. 이때 국내 코로나 감염 확진자는 1명이었고, 중국이 400여명이었다.

이후 확진자가 늘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늘어난 게 마스크 수요였다. 바람 타는 들불처럼 코로나가 번지면서 마스크 전쟁도 시작된 것이다. 마스크 구매를 위해 늘어선 줄은 일상이었고, 전철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도 들불처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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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으로 약국 앞에서 줄을 서다가 40여 분 기다려 마스크 두 장을 샀다. 코로나가 분분해진 이후, 사실 난 지금껏 마스크를 사 본 적이 없다. 지난겨울 방한용으로 사 둔 마스크를 세탁하여 써왔다. 외출을 해야 할 때는 마스크 두 개를 포개고 그 사이에다 물티슈를 말려두었다가 필터처럼 끼워 썼다. 사무실 인근인 여의도와 구로구 콜센터 등에서 확진자가 나와 조심스럽기는 하였지만, 워커홀릭의 자가격리 같은 일상이 크게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군중심리라는 위력으로부터 자유스럽고 싶었다. 다들 마스크를 못 구해 신경을 쓰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러려니 하며 지냈다. 다만 우리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이 폐쇄되는 불상사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300여 개의 중소기업이 들어 있는 우리 빌딩에서는 모두 흐트러짐 없이 일상을 이어간다. 점심때면 여지없이 붐비는 식당이 다소 염려스럽긴 한다. 300여 개의 회사가 있다 해도, 사무실에서 일하는 이들이 소수 인원일뿐더러, 사무실마다 폐쇄된 듯한 환경이 코로나19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셈이다.

코로나 시국에도 아무 일 없는 하루가 감사하다. 코로나 박멸을 위해 애쓰는, 정부를 비롯한 모든 이에게도 감사할 따름이다. 하늘을 가득히 채운 구름이, 수없이 매달린 유리창의 빗방울이, 구급차의 숨 가쁜 사이렌 소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떠올리게 하여도, 또한 실시간 확진자 추가 소식이 분분해도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축복을 누려왔다.

 

어제는 점심을 먹기 위해 약국 앞을 지나는데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마침 나의 출생연도 끝자리가 해당되는 날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 잠시 머뭇거리다 줄을 섰다. 줄은 금세 뱀처럼 주변에서 똬리를 틀었다. 한정 판매로 줄을 관리하는 이가 적정 인원수 이후를 잘라내도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금세 또 똬리를 틀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머니가 전화를 해온다. 순천 시골에서 홀로 지내는 어머니 역시 시내에도 나가지 못한 채 집에서만 머문다. 마을 회관도 텅텅 비었다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내 나다니는 일만 불편할 뿐 시골에는 마당과 텃밭이 있어 얼마든 봄뜻을 즐기며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꽃들은 만개한 모양이었다.

코로나19가 자꾸 어머니를 TV 앞으로 불러 앉혔다. TV에서 외쳐대는 코로나 뉴스로, 자식들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형제끼리도 모이지 말라는 당부를 한다. 노모가 염려되어 한 번 내려가겠다 해도 자겁질색(自怯窒塞), 질색팔색(窒塞-)이다.

 

약국 앞에서 줄을 선 까닭은 마스크를 어머니에게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 40여 분을 기다리다가 마스크를 받았다. 다들 마스크 건네받기 바빠서 그런지, 마스크 판매로 엉뚱하게 생고생을 하는 약사들의 고마움은 잊은 듯하였다. 고맙게도 나와 생년월일이 같은 편집장이 함께 줄을 섰다가 구한 마스크도 건네받았다. 평소 하찮게 여기던 마스크가 삼국지에서 유비가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구한 낙양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코로나19로 마스크 기능조차 정확하게 알게 되었으니, 코로나19의 전염병 학습효과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마다 전염병 대처능력도 급상승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상비약 준비하듯 비상용 마스크를 충분히 준비해둘 일이다. 언제 또 전염병이 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장의 의료진이나 공무원들 이외도, 마스크를 제작한 사람들의 피땀 흘린 노고도 떠오른다. 또한 비정상의 사고가 얼마나 무서운 혼란을 야기하는지도 지켜보았다.

3월 들어서서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 추가 추이를 모니터링 하였다.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은 매일 0시 기점으로, 또 오후 4시 기점으로 두 번 이루어지다가 이제 오후 4시 브리핑은 사라졌다.

3월 이후 추가 확진자는 꾸준하게 줄어왔다. 물론 경북 봉화와 경산 그리고 구로구 콜센터 같은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해 하향 곡선이 두 번의 변곡점을 일으켰다. 추가 확진자 수는 동백꽃잎 지듯이 뚝뚝 떨어지는 중이다. 이제 대구 경북은 안정이 되어 가고, 서울에서 집단감염만 수그러든다면 조만간 추가 확진자 수는 제로를 치게 될 것이다. 추가 확진자가 0일 때 떡을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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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끝을 향해 달리는 우리와 달리 세계 곳곳에서는 국가와 지역을 봉쇄하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덩달아 세계 곳곳이 대한민국의 코로나 대처능력을 주시하며 SOS를 보내온 단다. 심지어 일본조차도 은밀하게 노하우를 전수해달라고 한 모양이다. 코로나19로 우리가 홍역을 치를 때, 세계 130개가 넘는 나라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을 금지시켰다.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곳보다 감염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지역이 압도적이다. 대부분 전국 중소도시나 군 지역에서는 코로나19와 전혀 무관하게 생활한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난 까닭은, 코로나19 확진자를 그만큼 신속하게 찾아냈기 때문인데, 우리 국민을 입국 금지한 나라들은 대한민국의 이런 능력을 간과한 것이다.

코로나19 소용돌이 와중에도 현 정부를 비방하기 급급한 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 비판 받을 부분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19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뿌듯하게 여기게 될 줄은 몰랐다.

11일 추가 확진자는 114, 12일에는 110, 13일에는 107. 참 더디게도 두 자릿수를 찾아간다. 이른 아침이라 14일 추가 확진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까치발을 하며 질병관리본부 쪽을 바라보는 중인데, 어젠 드디어 두 자릿수로 떨어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일요일 아침이다.

8차선 도로에는 여전히 차량이 질주하고 철길에는 바람을 일으키며 전철과 열차가 번갈아 달린다. 오늘은 안양천을 거쳐 한강을 걸으려 한다. 코로나19로 고통 받은 이들, 코로나19 박멸을 위해 애쓴 모든 이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

 

*이 글을 올리려다 보니 추가 확진자 소식이 떴다. 3150시 기준 추가 확진자는 76명으로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격리해제 수(120명 증가)가 추가 확진자 수를 추월하였다. 대한민국 화이팅!!!

 

 

댓글목록

이분남님의 댓글

이분남 작성일

하 오랜만에 안부를 묻자하니 염치가 없습니다.
세상일에 묻히다보니 문장의 일은 가슴한켠 그리움으로나 일렁이고 말뿐
시간은 박정하니 세상만 보라하네요 ㅠ
그래도 정은 깊은가 집을 새로 지었다니 궁금도하여 삐죽이 문열고 들여다 봅니다.
요즘 시절에 잘계신듯하여 한시름 놓습니다.
식구들 모두 잘 계셨을 줄 지레 짐작합니다만,
잘들계셨죠?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긴했어도 마스크는 꼭 하고 다니세요.
저는 애가 약국을 해도 줄서서 구매를 했답니다ㅎ.
몸조심하시고 건강 챙기시길 ...
해드림의 발전을 위해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선생님, 새 집에서 뵈니 더 반갑습니다^^
올해부터는 작품을 통해 더욱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크 잘 착용할게요^^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창살없는 감옥이 진정 이런 모양새일까. 사회적 격리에 참여한답시고 방콕하다보니, 숨 막혀 줄을 지경이라서 자유로운 숨쉬기를 위해 등산길에 나서 보니, 모두가 마스크 착용한 꼴로 산에 가더이다. 그래서 집에 있던 방한용 마스크를 하고 나났더니, 나를 외계 행성에서 온 사람처럼 바라다 보더이다. 그게 면구스러워 지난 주부터 약국 앞에 1~2시간 줄을 섰다가, 달랑 마스크 2장 받아들고 와서 등산 나갈 때마다 쓰고 있지요.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에서, 배급이 이처럼 불편하고 힘들거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더이다. 어서 빨리 마스크 구하기 존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할터인데....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네, 교수님
저도 어제 안양천과 한강을 트레킹했는데
사람들이 어찌그리 많던지요.
이번 상황이 진정되면 마스크부터 충분히 확보해 둘 생각입니다^^
그래도 교수님 계신 곳은 확진자 소식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아무쪼록 조심하십시오.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제 홈에서 구 홈이 안 뜨는 바람에 헤맸어요.ㅋ
다시 찾아 들어왔어요. ㅋ
저도 마스크 안 사 봤어요.
집에 여분도 있고
마스크 쓸 필요도 없어서요^^
누군가 제 몫을 사 갈 수 있길 바랍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안정되길 빕니다.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아, 선생님 구홈페이지가 이전 링크에서는 안 뜰거예요. 다시 한 번 알려드려야겠네요.

선생님이야 산속에 사니까 비교적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울 거 같아요.
코로나는 대부분 도회지에서 기승을 부리니까요.
요즘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시골 삶을 더 동경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