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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한일 전통문화 국제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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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3건 조회 812회 작성일 21-12-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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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전통문화 국제교류

윤복순

약국을 하면서 평일에 문을 닫는 것은 나름의 결단이다. 이틀 동안 닫았다. 처음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이었지만 지금은 오랜만에 사람들 얼굴 보는 것이다.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다. 꼭 만나야 할 사람도 없다. 그들이 잘 지냈는지, 나도 그럭저럭 무탈하게 살았음을 보고 보여주는 것뿐이다.

김장하기

김치명인의 체험관에서 모였다. 내 주도하에 김장을 해 본 적이 없다. 나만의 비법이나 철학이 있을 수 없다. 이번 참에 명인의 김치담기를 배워볼까. 이미 배추를 절여 씻어 물까지 빼 놓고 양념도 만들어 배추 양에 맞게 그릇에 담겨 있다. 양념을 배추에 바르기만 하면 된다. 양념을 조금 바르면 색깔도 곱지 않을 뿐 아니라 맛도 싱겁다. 많이 바르면 맵고 짜다. “적당히가 키포인트다.

요리할 때 적당히 란 말을 정말 많이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눈대중으로 해도 간이 척척 맞고 맛도 좋지만 나는 어림도 없다.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양념인데 엉뚱한 맛이 나 경이로운 맛이라 이름을 붙였다.

3쪽 버무렸는데 7쪽을 바른 사람도 있다. 일도 못하지만 손도 느려 나랑 같이 하는 사람은 속이 터진다. “내가 할 게 조금 쉬어.” 한쪽으로 밀어낸다. “나는 이쁘니까 저쪽에 가서 마담이나 해야겠다.” 해서 한바탕 웃기는 것으로 내 몫을 한다.

레시피를 줬다. 절임소금 양까지 정확하다. 콩가루가 들어가는 게 특이하다. 5Kg이니 김장이 아닌 봄김치 때 한번 해봐야겠다. 일본인들도 나보다 손이 빠르고 잘 하는 것 같다.

김장하는 날 수육은 기본 세트메뉴다. 돼지고기는 진안 흑돼지로 준비했다. 이건 레시피도 없이 즉석에서 된장 커피 월계수잎, 마늘 생강 등을 또 적당히막 넣는다. 나도 내 방식대로 해야겠다. 요즘엔 쌍화탕을 넣고 삼는다고 김장철에 많이 사간다.

타키코미고항

당근, 표교버섯, 우엉 등은 채 썰고, 닭가슴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씻은 쌀에 간장, 미림, 청주, 혼다시(일본 복합조미료)를 넣고 물을 맞춰 야채와 닭가슴살을 위에 얹어 만든 밥이다. 자체로 간이 맞고 맛있다.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김장김치와 수육, 모둠밥, 명인이 만든 깻잎장아찌, 고추조림, 두부조림, 총각김치, 잡채, 갓김치, 미역국으로 점심을 같이 했다. 한국 김치에 일본 밥, 정도 들고 진정한 문화교류다.

코쿠니사이즈

백세시대에 제일 무서운 병은 치매다. 일본이나 우리나 고령화 나라니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치매예방체조인데 발 따로 손 따로 양손 따로 하면서 노래까지 하려니 정신이 없다. 원래 나는 한 가지 밖에 못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도 못 본다. 따라가기 바쁘고 꼭 한 박자 늦게 되고, 손 맞추면 발이 안 되고 발맞추면 손이 틀린다. 눈치 챘는지 가장 빨리 잘 익힌 사람, 앞에 나와 시범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더니 나를 지목한다.

이런 때 너무 완벽하게 잘해도 밉상이다. 기꺼이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주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앉아서 할 때는 영 발이 맞지 않았는데 서서하니 손도 발도 노래도 딱딱 맞는다. 백 살까지 끄떡없겠다고 한다. 내가 무대체질인가.

한옥마을 구경하기

개인으로 가면 문화해설사와 같이할 수 없어 알맹이는 구경도 못하고 겉만 보고 온다. 민박을 하면서 그 집 설명을 듣고 문화재 감상도 해야 되는데 당일치기로 가면 수박 겉핥기가 되기 쉽다.

어느 해 일본 친구(?)들이 한옥마을의 유서 깊은 집에서 자고 아침도 먹고 한복체험까지 했다. 그때 안주인이 다락방에 보관해둔 골동품을 구경시켜 줬다. 양도 많지만 수준도 놀라웠다. 그녀는 4대 종손인데 우리 모임에 들어와서 내 수준도 조금 높아졌다.

오늘은 강암서예관에 갔다. 아는 것이 없으니 그야말로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다. 거기다 한문이 대부분이고, 초서, 진서 예서, 전서. 읽을 줄도 모르는데 뜻은 어찌 알겠는가. 단체로 들어가니 해설사가 따라준다. 사군자 중의 하나인 대나무 앞에 섰다. 대나무의 잎을 보고 작품을 말한다. 풍죽(風竹) 앙죽(昂竹), 로죽(露竹)의 설명을 들었다

강암서예관에는 송성용선생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희, 한석봉, 창암 이삼만, 당대 대통령들의 글이 다 있다. 창암과 추사에 얽힌 이야기도 들었다. 추사가 제주도로 귀양살이 가던 길에 창암 집에 들렀고 그의 글씨를 보고 노인장께선 지방에서 글씨로 밥은 먹고 살겠습니다.”혹평을 하고 갔다.

추사가 제주도 유배에서 풀려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창암의 집에 들렀다. 창암은 이미 죽었다. 추사가 스스로 붓을 들어 명필창암완산이공삼만지묘라 쓰고 여기 한 생을 글씨를 위해 살다간 위대한 서가(書家)가 누워있으니 후손들아 감히 이 무덤을 훼손하지 말지어다. 공의 필법은 나라에서 최고봉을 이루었고 나이가 들어서 입신의 경지에 들어 명성이 중국까지 미쳤다.” 라고 썼다. 강암서예관은 여러 번 더 들려야 할 것 같다.

강천산 산행

둘째 날 강천산에 갔다. 강천산은 전국적으로 단풍이 유명하다. 등산로도 평탄하고 흙길이어서 맨발로 걸을 수도 있다. 평일인데 위드코로나 시대라서 주차장이 꽉 찼다. 단풍은 절정이다. 여기저기 사진 찍는 사람들 때문에 걸을 수가 없다. 얼마나 마스크를 벗고 찍고 싶을까. 이 좋은 공기, 아름다운 단풍과 같이 하면서.

일본인이 고맙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면, 일본 이시카와현과 전주를 격년으로 오고가기 때문에 전북거주 일본인여성과는 이런 등반이 없었을 것이다. 올해 두 번째다. 작년에는 1일 행사로 끝나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와 같이 걸었던 일본인도 강천산 구경은 처음이라고 했다.

많은 일행들이 사진을 찍느라 단풍을 즐기느라 중간 정도까지 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몇 명이 장군폭포까지 갔다 오자고 의견을 모았고 걸음을 빨리했다. 이때 일본인 세 명이 우리 뒤를 따랐다. 팬데믹으로 친정(일본)에 못간지 2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때 이번 강천산 산행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제 저녁 식전행사 때 일본의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옆에서 켄다마놀이를 도와줬던 사람이다. 조그만 나무 조각 위에 묶은 나무공을 올려놓는 놀이인데 쉽지 않았다. 수십 번 했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포기하지 않고 내 곁에서 다들 그렇게 한다며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다.

어제 못한 것을 오늘 등산으로 풀자했고 장군폭포 앞에서 사이좋게 사진을 찍었다. 서로 이름은 모르지만 사진 속엔 다정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가끔은 그날의 강천산이 추억이 될 것이다.

버스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까진 촉박했다. 올라올 때 좀 뒤쳐진 듯 했는데 시간을 보더니 정신없이 앞서간다. 그들의 시간개념을 느끼게 한다. 나도 보폭을 넓혔다.

많이 웃고 가을 햇살도 많이 받았다. 단풍으로 눈 호강도 했다.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렸다. 몸도 마음도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일본인들도 좋다, 좋다를 연발했다. 강천산 산행시간이 짧았던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추장체험관

네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피자 만들기다. 버터를 녹여 팬에 기름을 두른 후 가래떡을 썰어 밑에 깔고 밀가루 반죽을 위에 골고루 펴 얻는다. 녹색 빨강 피망과 양파를 썰어 얹고 순창고추장으로 맛을 낸 불고기도 얹고 조각 치즈를 얹어 익히면 된다. 가래떡이 바삭하니 어느 유명 메이커 피자보다 맛있다. 먹는데서 정든다고 했다.

순창고추장은 하도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다. 이곳에선 매주를 도넛모양으로 만든다. 모든 재료는 다 준비되어 있고 우리는 주걱으로 섞어주기만 하면 되었다. 레시피는 공개하지 않았다. 말만 고추장 담그기 체험인 것 같아 허망했다.

인절미 만들기도 했다. 찰밥을 절구통에 넣고 떡메로 치는 것이 하이라이트다. 일본인과 11 한조가 되어 주거니 받거니 떡메로 쳤다. 진행자의 구수한 입담이 재미있다. 나도 해 보았다. 정면을 겨냥해 찍어도 삐뚜로 나갔다. 열 번 정도 했는데 스트레스가 싹 날라 갔다. 갓 볶은 콩가루와 찹쌀이 좋아 맛이 일품이다. 밥알이 씹히는 맛이 떡집에서 사는 맛과 다르다.

뻥튀기체험도 했다. 장날에나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장날도 보기 어렵다고 한다. 온도를 알리는 게이지가 10일 때 뻥하고 터트린다. 추억이라며 풀무를 돌려보는 체험도 했다.

이틀 동안 회원들과는 물론 일본인과 많이 친해졌다. 그녀들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체험해 보는 기회가 되었기를 기대한다. 코로나19 시절에도 모두 건강한 얼굴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약국 문을 닫은 결단은 잘 한 것 같다.

 

2021.11.6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일본에서 오신 손님들과 1박2일 동안 김장그기, 한옥마을 구경, 강암서예관, 강천산 등산, 고추장 체험관 등을 함께 구경하고 참관하며 경험하신 일정 정말 보람되셨겠습니다. 이웃 아닌 외국 손님들과 문화 교류였기에 그 의의 각별하고 뜻 깊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쪽에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 문화적 교류 더욱 발전하고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했습니다.  세모 보람되세요.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국제교류쎈터장이 연말인사를 보냈내요. 회장님은 비빕밥 포퍼먼스사진을 보내고요.

한 해가 가내요.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 더욱 건강하시고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한국어 말하기 패스티벌'이 2월13일 일요일 이시카와 지방본부 3층에서 열린다고 가나다라 클럽 에서 연락이 왔고,
전북 국제교류센터에서 화상으로 우리도 응원을 보냅니다.
저는 코로나19로 참석하지 않기로 했어요. 6명만 모일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