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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동양화 건너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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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2건 조회 1,194회 작성일 21-12-2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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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건너다보기


여태까지 동양화하면 수묵담채에 여백의 미를 어렴풋이 떠올리고 있었다. 앎이 얕고 식견이 좁았던 까닭에 기껏해야 십장생도(十長生圖) 정도가 장수와 복을 비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의 뜻을 담고 있는 그림으로 어림짐작하는 수준이 전부였다. 때문에 동양화에서 난초 한 포기를 비롯해서 소나무와 바위 혹은 까치 따위가 특별한 뜻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미욱했다. 만시지탄일지라도 최근 우연히 관련 자료와 책*을 접하고 동양화에 등장하는 소재가 지니는 참뜻에 대해 무지했던 미망(迷妄)에서 깨어나려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다양한 동식물, 자연이 등장하는 그림 중에서 눈길을 끄는 몇 가지 흥미로운 경우와 조우이다.


먼저 ‘대나무와 바위’ 그림인 죽석도(竹石圖) 얘기이다. 이는 장수를 축하하거나 기원을 비롯해 대나무가 60년 만에 꽃이 핀다는 견지에서 회갑(回甲)을 축하하는 의미이다.  여기서 대나무인 ‘竹(죽)’은 ‘祝(축)’이고, 바위는 수석(壽石)이기 때문에 ‘壽(수)’를 이르는 것으로 결국 ‘축수(祝壽)’이다. 한편 ‘패랭이꽃’은 석죽화(石竹花)인 까닭에 ‘대나무와 바위’와 동일한 뜻을 가진다는 견해이다. 아울러 ‘죽순(竹筍)’ 그림은 ‘자손을 본 것을 축하 한다’는 축손(祝孫) 다시 말하면 위축견손(爲祝見孫)이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죽순의 ‘筍(죽순 순)’은 ‘孫(손자 손)’과 음이 유사해 자손을 말한다는 것이다.


‘표범(豹)과 까치(喜鵲) 및 소나무(松)’ 그림은 ‘새해를 맞이하여 기쁜 소식만 있다’라는 의미로 신년보희(新年報喜)라고 한다. 이 그림에서 소나무는 정월이나 장수 혹은 칭송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신년을 나타낸다. 한편 까치의 한자어 표기인 ‘희작(喜鵲)’의 ‘희(喜)’를 따서 ‘기쁨(喜)’을 나타내고, 표범의 ‘豹(표)’는 ‘보(報)’와 발음이 같다.


‘고양이(부엉이)와 국화’ 그림은 ‘유유자적 은둔해 살면서 고희(古稀)를 맞다’는 얘기로 은거모질(隱居耄耋)이 된다. ‘고양이(猫)를 국화(菊花) 옆에 그리면’, 이 때 고양이는 ‘70세 노인(耄)’, 국화는 ‘은일자(隱逸者)’ 그리고 ‘국(菊)’이 ‘거(居)’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은거(隱居)’를 의미한다. 한편 고양이 대신에 부엉이를 그리면 부엉이를 묘두응(猫頭鷹)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고양이와 동일 시 한다.


‘고양이와 참새’ 그림인 묘조도(猫鳥圖)는 ‘고희(古稀)’를 뜻한다. 이 때 ‘고양이(猫)’는 ‘모(耄 : 70세)’를 의미하고, ‘雀(참새 작)’은 ‘鵲(까치 작)’과 득음(得音)이 같기 때문에 ‘까치의 기쁨(喜)’을 뜻한다. 참고로 중국 그림에서 참새를 노란색으로 그린다고 한다. 여기서 ‘黃雀(노란 참새)’는 ‘歡(환)’의 음과 비슷함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갈대와 기러기’ 그림은 ‘편안한 노후를 보낸다’는 취지에서 노안도(老安圖* : 蘆雁圖)라고 한다.  여기서 ‘蘆(갈대 노)’는 음이 같은 ‘老(늙은이 노)’를 의미하고, ‘雁(기러기 안)’은 음이 같은 ‘安(편안할 안)’을 뜻한다. 참고로 ‘기러기와 달밤’ 그림은 ‘안락(安樂)’을 나타낸다. 이 그림에서 ‘달(月)’은 ‘즐거움(樂)’을 상징한다.

‘난초와 귀뚜라미’ 그림은 ‘자손이 벼슬하다’라는 의미의 손입관아(孫入官衙)를 이른다. 난초의 한 종류인 ‘蓀(향풀이름 손)’은 ‘孫(자손 손)’과 음이 같아 ‘자손(子孫)’을 지칭한다. 보통 난초를 그릴 때는 간결하게 그리지만 자손을 나타낼 경우는 무성하게 그린다. 아울러 난초와 귀뚜라미를 함께 그리는 것은 ‘幗兒(귁아 : 귀뚜라미)’의 발음이 ‘官衙(관아)’와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손입관아(孫入官衙)’를 뜻한다. 한편 ‘난초와 여치’ 그림에서는 여치가 알을 99개 낳는다는 뜻의 다산을 상징하기 때문에 ‘자손번창’을 나타낸다.


‘게 두 마리와 갈대’ 그림은 ‘연이어 소과와 대과에 급제하여 임금이 하사한 음식을 받는다’는 뜻의 이갑전려(二甲傳臚)*를 의미한다. 게는 껍질이 단단하기 때문에 ‘甲(갑)’을 뜻하고 여기서 두 마리는 소과와 대과를 연이어 장원급제를 나타낸다. 또한 ‘蘆(갈대 로(노))’는 ‘臚(살갗 려)’로 결국 장원급제자에게 임금이 내리는 음식을 지칭한다.


‘학과 소나무’ 그림에서 학(鶴)은 고고한 선비의 품격인 일품(一品)*이나 수(壽)를 상징한다. 한편 솔가지의 ‘薪(섶나무 신)’자가 신년인 ‘新(새 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년(新年)’, ‘壽(수 : 百齡)’, ‘頌(송)’을 뜻한다. 그런데 학 한 마리만 그리면 학이 천년을 산다는 맥락에서 천수도(千壽圖), ‘학과 대나무’를 그리면 축수도(祝壽圖)라고 한다. 또한 ‘학과 소나무’를 그리면 소나무도 오래 살아서 백령(百齡)(여기서 ‘백(百)’은 잣나무를 의미하는 ‘柏(나무이름 백)’과 같은 음인 ‘백(百)’임)이라는 의미를 담아 학수송령도(鶴壽松齡圖)라고 한다. 이들 외에도 ‘장수를 기원’하는 송학하령(松鶴遐齡), ‘부부가 함께 장수를 축원’하는 의미로 학수송령(鶴壽松齡) 따위의 문구가 회자되기도 한다.


‘모란과 목련 및 해당화’ 그림은 ‘부귀(富貴)가 귀댁(貴宅)에 깃들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로서 부귀옥당(富貴玉堂)이다. 여기서 모란에서 ‘富貴(부귀)’를, 목련의 옥란화(玉欄花)에서 ‘玉(구슬 옥)’자를, 해당화(海棠花)에서 ‘棠(팥배나무 당)’의 음과 같은 ‘堂(집 당)’을 취하여 ‘富貴玉堂(부귀옥당)’이라고 했다.


이들 외에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모란과 나비와 고양이’ 그림은 ‘7,80세까지 부귀를 누린다’는 뜻의 부귀모질도(富貴耄耋圖), ‘고양이와 바위’ 그림은 고희까지 장수하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아울러 ‘모란과 장닭’ 그림은 부귀공명도(富貴功名圖), ‘모란과 병(甁)’ 그림은 부귀평안도(富貴平安圖), ‘모란과 대나무와 바위’ 그림은 축수부귀(祝壽富貴), ‘모란과 돌(壽石)’이나 ‘모란과 소나무’ 그림은 부귀수고(富貴壽考)*, ‘모란과 백두조(白頭鳥)’ 그림은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부귀하라’는 의미로 부귀백두도(富貴白頭圖)라고 한다.


동양화에 등장하는 동식물이나 자연이 뜻하는 바가 간단할 것으로 덤벼들었다. 하지만 웬걸?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진득하게 파고 들려고 했지만 무궁무진한 고사(古事)와 철학이 담겨있어 감당할 식견이 턱없이 모자라 제풀에 나가떨어질 수밖에 달리 묘책이 없었다. 일단은 여기서 멈추고 좀 더 정신 자세를 가다듬은 훗날 다시 도전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아쉽지만 접한 자료를 덮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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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화를 읽는 법’, 조용진 저, 집문당(2013)
* 노안도(老安圖) : 대원군 시절 성행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대원군의 당호가 노안당이고, 지금도 운현궁의 대청마루 하나는 노안당(老安堂)이고, 다른 하나는 노락당(老樂堂)이다.
* 전려(傳臚) : 천자가 부른 합격자 이름을 전각(殿閣) 안에서 계단 아래로 전달하는데, 호위하는 병사가 6~7명이 나란히 합창하여 이름을 호명하는데 이를 전려(傳臚)라 했다. 다시 말하면 금전(金殿)에서 이름을 부르는 것을 전려라했다. 또 다른 쓰임이다. 명사(明史)의 선거지(選擧志)에 따르면 ‘회시(會試)에서 이갑 중에서 일등’을 전려하고 부르고 있다.
* 일품(一品) : 학에는 천수(天壽)라는 의미 외에 일품(一品)이라는 우의(愚意)가 있다. ‘학이 밀물(潮)이 밀려오는 앞에 서다’는 뜻으로 일품당조(一品當潮)라고 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일품이 밀물인 조(潮) 앞에 당하여 있는 모습을 뜻한다. 여기서 밀물을 뜻하는 ‘潮(조수 조)’와 ‘朝(아침 조)’가 동일하게 발음된다는 이유에서 ‘一品當朝(일품당조)’ 즉 당대의 조정(當朝)에서 벼슬이 일품(一品)까지 오르라는 말이 탄생했다.
* 수고(壽考) : 오래 삶을 뜻한다.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댓글목록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교수님!
2021년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늘 함께해 주시고 격려와 사랑으로 이끌어 주심 감사합니다.
2022년에는 더 건강하시고 행복한 삶의 여정 되기실 기도합니다.

임영숙 올림

장은초님의 댓글

장은초 작성일

선생님 동양화에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학과 소나무가 가장 많이 보아 온 그림이 아닐까요?
선생님의 글에서라도 조금 배우고 가야겠습니다. 공부해도 금방 잊어버려서 헛일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은 늘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생님, 새해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