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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오늘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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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3건 조회 738회 작성일 22-01-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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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선물

윤복순

 

몇 해 전 금강 자전거길 종주를 하며 공주를 지나게 되었다. 그때 공산성이 금강 바로 건너편에 있음을 알았고 언제든 그 산성을 걸어보고 싶었다. 공주는 익산에서 가까워 맘만 먹으면 매일이라도 갈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참에 마곡사까지 구경해 보기로 했다.

계룡에 사는 남편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안개가 가득하고 미세먼지도 나쁨이다. 이런 땐 코로나19 마스크 덕을 본다. 70줄이고 두세 달만 지나면 70이 되는 우리들이다. 안개 때문에 운전이 조심스럽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에 활기가 돈다. L이 나를 위해 나태주 풀꽃문학관을 일정에 넣었다고 한다.

먼저 공산성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방역관리가 철저하다. 오르막길이다. 무릎을 아껴야 하는 나는 지팡이를 가지고 갔다. 지난번 나주 여행 때 형부가 준 것이다. 명아주 줄기로 만든 청려장으로 나에게 퍽 어울리는 것이다. 아침에 기차역에서 내 나이쯤 보이는 부부가 지팡이를 한 번 짚어 봐도 되냐며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이것만 있으면 몇 년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둘레가 2킬로미터 남짓이니 거리상으론 별 것도 아닌데 오르내림이 심할 뿐 아니라 계단이 많다. 최대한 천천히 걷기로 했다. 임진왜란 시 승병을 훈련시켰다는 영은사에서 쉬었다. 기와불사를 한다고 한다. 불사하는 셈치고 밤 빵을 샀다.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출출하다.

이괄의 난 때 인조는 7일 동안 공산성 쌍수정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강건 너 북쪽에서 보면 한자의 귀인 공자 같다하여 공산이라 이름 하였단다. 산성에서 내려다보는 금강이 아름답다. 금강을 걸으면서 올려다 본 공산성도 아주 멋졌는데. 도시 복판으로 강이 흐르는 것은 축복이다.

마곡사로 갔다. 오래 전 춘마곡추갑사라는 글을 읽고 화창한 봄날에 마곡사를 찾았다. 그때는 산에 미쳐있을 때라 마곡사는 보지도 않고 태화산만 이리저리 완주를 했다. 내려오던 길에 마곡사의 멋지게 굽은 소나무 구경만 했다.

201842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위원회에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1천년 넘게 우리 불교문화를 계승하고 지킨 7곳이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의 13번째로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통도사, 부석사, 안동 봉정사, 법주사, 선암사, 대흥사, 마곡사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된 뒤 아들딸네 식구들과 갔다.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운전이 불가할 정도였다. 간신히 주차장에 주차하고 점심만 먹고 헤어졌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아들이 서울까지 운전할 일이 걱정되었다.

이번엔 마곡사만 둘러볼 참이다. 유래는 지장이 절을 완공하고 설법할 때 사람들이 마()같이 빽빽하게 모여들었다는 설과, 신라 무선대사가 당나라 마곡보철선사에게 배웠기 때문에 스승을 사모하는 마음에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이다.

이곳은 보물이 많다. 대광보전이다. 불단을 서쪽에 설치하고 비로자나불 한 분만 동쪽을 향해 모셨다. 언젠가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천정 단청공사를 하고 있어 아쉬웠다.

대웅보전은 대광보전 바로 뒤에 2층으로 되어 있다. 안은 1층 구조로 금산사 미륵전과 유사하다. 기둥이 배흘림기둥인데 너무 근사하다. 기둥을 안고 한 바퀴 돌면 6년 장수한다고 한다. 경외하는 마음으로 만져보기만 했다.

영산전은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오래전 큰 화재가 났을 때 영산전과 대웅전만 남고 다 소실되었다고 한다. 영산전은 나한이나 아라한을 모시는 곳이다. 세조가 김시습을 만나러 왔다가 못 만나고 가면서 직접 쓴 현판이 걸려있다.

5층석탑은 해체 보수 시 고려시대의 향로와 문고리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풍마동다보탑이라 하는데 인도에서 가져왔다. 라마교탑과 비슷하여 원나라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한다. 한국, 중국, 인도, 세계에서 3개밖에 없는 귀중한 탑이다. 국보 승격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다고 탑 모양이 그려진 천으로 둘러놓아서 실물을 보진 못했다. 탑과 대광보전, 대웅보전은 일직선상에 있다.

미곡사는 항일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 헌병 중위를 죽이고 인천 형무소에서 탈옥해 잠시 피신해 있던 곳이다. 원종이란 법명을 쓰며 승려로 가장하고 살았다. 그가 심은 향나무가 있고 그 옆에 그가 쓰던 방도 있다. 백범기념관이다.

왜 마곡사가 많은 사찰들 중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었을까가 궁금했다. 국보급의 문화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곳은 십승지지다. 전란 중에도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지역 중 하나로, 임진왜란 때도 전란을 피하고 6.25때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또 김구 선생의 역사적 사실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화재나 자연재해로 현재의 상태가 유지되지 않을 시는 언제든 유네스코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된다고 한다.

불교문화를 몰라 사찰에 가도 수박 겉핥기였는데 집에 돌아와 정리를 해 보았다. 어느 해 중국여행 때 원통사를 갔다. 절 이름이 특이해 궁금했는데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곳이란 것을 그 때 알았다. 대광보전, 광보전 대광전 등 광자 들어가는 법당은 비로자나불을 모신다. 대웅전은 물론 석가모니불이 주불이다. 영산전이나 응진전은 나한을 모신다. 한 번에 하나씩만 알아둬도...

늦가을 해는 짧기만 하다. 야간운전이 위험한데도 글 쓰는 나를 위해 일정에 넣은 나태주문학관을 찾아갔다. 일제강점기 목조건물이던 집을 보수하여 만든 조그만 곳이다. 입구부터 그의 시가 손글씨로 쓰여 걸려있다. 풀꽃이란 시를 읽으며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온기가 있다. 나태주선생이 이 지역 문인들이 글 쓰는데 강의도 해주고 책을 나눠주고 글도 봐주고. 자주 나와 계신다는데 일요일이라서인지 해 저물어서인지 계시지 않았다. 선생님의 많은 시들을 읽는 재미도 좋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얼굴만 봐도 행복한데 좋은 여행까지. 오늘은 정말 선물이다.

 

2021.11.25


댓글목록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2022년 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할 일이 많은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아주 오랫만에 마곡사를 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언제였던가 내가 그곳에 발길을 옮겼던게...
까마득하네요.
 
몇 해 전 공주시청에서 주관하는 글쓰기 반에 울력을 보태기 위해
거듭 두해 공주를 방문하면서도 마곡사를 찾아보지 못했던 곳입니다.

여러 생각을 하면서 고맙게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임인년 한 해 더욱 보람되시고 좋은 글 많이
감상할 기회를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어제 나태주선생이 TV에 나왔어요. 선생의 얘기를 들으며 퀴즈를 푸는 시간이었는데, 박목월 선생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삶이 따뜻했고, 문제 내용도 따뜻해 많이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고 그런 시간이었어요.
종종 선생의 시를 읽으며 순화의 시간을 가져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