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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백양사에서 내장사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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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2건 조회 757회 작성일 22-03-1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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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에서 내장사까지

윤복순

 

오늘은 부담 없이 길을 나선다.

3주 전에 백양사에 갔다. 내장사까지 걸을 생각이었다. 백양사역에 내리니 도로가에 눈이 쌓였다. 백양사는 네 번째다. 40여 년 전 시어머니께서 애들을 봐 주시겠다고 해 남편과 데이트를 나섰다. 그때 간 곳이 백양사다.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꽤 멀고 그 길에 마차가 다녔다. 말발굽 소리가 경쾌했고 대단한 것을 타보는 것 마냥 재미있었다.

두 번째는 백양사에서 내장사로 등산을 했고 세 번째는 백양사 뒷산 백학봉을 일주했다. 백양사 절에 대한 기억은 없다. 이번에 확실하게 둘러볼 참으로 눈길이 미끄러운데도 부득부득 걸어 올라갔다.

흰 양의 조형물이 백양사 앞에 턱하니 있다. “만암대종사고불총림도량이라 쓰여 있는 큰 비가 있고 그 밑 주춧돌에 이 뭣고가 새겨져 있다. 참선할 때 화두가 1700가지 있고 이뭣고는 그 중 하나다.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전 내 참모습은 무엇인가를 이뭣고 라고 물으며 골똘히 생각하면 참나(眞我)를 깨달아 생사해탈을 하게 된다고 한다.

사천왕문은 19458월 낙성식을 치르고 다음 주에 해방이 되어 해방사천왕문이라 불린다.

사찰이 총림이란 이름을 얻으려면 참선도량(禪院) 교육기관(講院) 계율기관(律院)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백양사의 총림 이름이 고불(古佛)인 것은 만암스님이 석가의 후신, 고불이 사는 총림이라는 뜻으로 붙였다고 한다.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 수덕사, 백양사가 5대 총림이다.

절 마당에는 350년 된 매화나무가 있는데 그 이름이 고불매다. 백양사의 비자림과 이 고불매는 천연기념물이다. 700년 된 갈참나무도 있다. 쌍계루, 극락보전 등 많은 볼거리를 뒤로 하고 주 목적인 백양사에서 내장사로 가는 찻길을 찾아 나왔다.

백양사역에서 나에겐 8시간이 남았다고 큰소리쳤는데, 시내버스 기다리고 주차장에서 절까지 걸어가고 절 구경하고 점심 먹고 찻길까지 나오니 기차시간까지는 다섯 시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내장사까지는 16Km라고 도로표지판에 쓰여 있다.

날씨가 추워진다. 오르는 길이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승용차며 트럭은 다니는데 버스는 없다. 산모퉁이를 넘어가는 길 16킬로미터를 완주하기엔 시간이 짧다. 내장사 입구에서 정읍역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야하는데 바로 연결될지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해결은 되게 되어 있고 최선이든 차선이든 최악이든 다 나름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걷는다. 춥지만 않다면 걷는 사람이 없어 모두가 내 것 마냥 자연을 감상하며 자유를 누릴 텐데... 바람이 불며 햇빛마저 없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눈발까지 날린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앞에 하늘다리가 펼쳐진다. 차들이 그곳에서 내려온다. 사람 걷는 샛길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없다. 터널 대신 고가다리로 회전하게 만들었다. 어느 건축가의 작품이라는데 아름답다. 다리 위에서 바라 본 백암산은 기분도 짱 이다.

스카이웨이를 지나 얼마나 걸었을까. 전라북도 순창군이란 도로표시다. 전남 장성군에서 전북 정읍군으로 넘어온 줄 알았는데 순창이라 하니 갑자기 길을 잘못 들은 것 같고, 내장사까지 멀게 느껴졌다. 눈발도 더 거세졌다.

동네가 나와야 하는데 고속도로 같으니 어떻게 시내버스를 만날 수 있을까. 내장사 간다는 표시도 없는데 사거리에서 동네가 나올 것 같은 길을 골라잡았다. 1시간 가까이 걸었는데도 집하나 나오지 않았다. 마침 트럭 한 대가 왔다. 요즘은 손을 들어도 모르는 사람을 태워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차를 세워주지도 않는다. 급한 마음에 길 한 가운데에서 차를 막았다.

아저씨가 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다 주며 버스시간이랑, 이곳의 위치랑, 세세한 안내를 해 주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얼어 죽을 것 같다. 걷지 않으니 땀이 식으며 체온저하가 왔다.

죽으란 법은 없어 시내버스가 온다. 하루에 서너 번 있다는데 용케 30여분 기다려 탔으니 행운이다. 버스 안에서 바라본 산은 걸어온 곳보다 더 예쁘다. 다리는 아닌 것 같은데 교각이 보여 신비함까지 들었다.

미완으로 끝난 백양사에서 내장사까지 그 길을 걷기 위해 오늘 내장사 입구에서 출발한다. 내장사는 여러 번 구경했기에 오늘은 생략한다. 지난 번 버스 탔던 곳까지 걸으면 된다. 순창에서 탄 버스 시간을 알기에 걱정이 없다.

날씨도 좋다. 내장산에는 눈이 쌓여있다. 봄날 같은 날이 계속되어 눈은 기대도 안 했는데 축복이다. 언제든 올 줄 알았다며 반겨줬다. 안 갔다면 내장산이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걷는다. 뒤에서 인사를 해서 보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그들도 힘이 드는지 자전거를 끌고 간다. 쓱 지나갔다면 기운이 더 빠질 텐데 젊은 우리도 힘들다 말하는 것 같아 그들을 따라 붙으러 속도를 내 보았다.

잠깐 쉬며 그들이 올라가는 길을 바라본다. 경시가 급해 많이 힘들겠다, 미루어 짐작을 해 본다. 에너지를 보충하고 내장산의 설경을 눈에 듬뿍 담고 다시 걷는다. 지난 번 교각이 보였던 그곳은 터널을 못 내니까 경사지에 기둥을 세워 잔도처럼 도로를 넓혔다. 그 다리에 땅다리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자전거도 차도 힘겹게 오르던 곳에 도달했다. 막상 그곳에서 보니 경사가 급하지 않다. 멀리서 보고 겁부터 먹었던 것도 당하면 별것 아니다. 어느 해 육십령 등반 때다.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길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 앞에 서니 옆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다. 세상사도 그렇다.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닥치면 다 길이 보인다.

그 고개를 넘으니 순창군이다. 전라북도 산림박물관이 있다. 내장산의 설경을 보여준 것만도 황홀한데 박물관은 나무와 한지로 만든 명품 고가구 등으로 호사를 시켜준다.

백양사에서 내장사로 걷는 길엔 국립공원 내장산과 5대 총림 백양사, 하늘 다리, 땅다리와 산림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친절한 순창의 아저씨도 있다.

 

2022.2.13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저는 생전에 가보지 못한 곳이라서 선생님의 글을 따라 여행 한 번 잘 했습니다. 그렇게 먼길을 걷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가까운 산은 20여년 째 거의 매일 오르내리지만 먼 길을 나섰던 적은 단 한 번도 없거든요. 그래서 걷는 쪽에 대해 안방퉁소일 뿐이지요. 눈이 쌓인 길을 걷다니 꿈만 같네요. 여기는 몇 년만에 겨우 한 번 내릴가 말까 하지요. 그런데 지난 1월 제주에 갔을 때 눈길을 걸어보긴 했네요. 덕분에 즐거운 여행 잘 했습니다.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옛날에 배낭 메고 내장사에서 백양사를 넘어간 적이 있어요.
가을 단풍이 끝내주지요.
몇 년 전에는 농부와 백양사에서 내장사를 차로 돌아보고 왔었어요.
이젠 걷는 것은 못하니까요. 좋은 시간 가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