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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벌치는 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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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래여 댓글 4건 조회 763회 작성일 22-03-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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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치는 일 접었다.

     박래여

 

  아랫담 농부 친구가 벌을 가지러 왔다. 마당가에 흙을 채워 벌을 치겠다던 농부는 마음이 변했나보다. 친구에게 벌을 몽땅 가져가라 했단다. ‘그 집 백통이나 된다던 벌은 다 어쩌고?’ 벌 바이러스가 침입해서 몰살을 당했단다. 벌을 오십여 통 사러 간다는 바람에 우리 집 벌도 가져가라 했단다. ‘잘 됐네.’ 막상 벌을 가지러 오자 시원섭섭하다. 벌은 처음부터 키우기를 거부했던 나다. 농부는 단감농사 접으면 벌이라도 몇 통 키워야 심심하지 않다고 시작했었다. 지난 일 년 동안 투자만 했다.

 

 벌치는 일은 생각 외로 손도 많이 가고 까다로운 것 같았다. 농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틈만 나면 벌 관리 공부를 하고, 재료 구입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배보다 배꼽이 큰 양봉업이었다. 벌치는 지인은 한 3년은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었다. 문제는 내가 봤을 때 농부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부도 일 년 정도 벌을 치다보니 자기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어느 날 벌 키우는 것을 포기해야겠다는 말을 했었다.


 벌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다더니 운 때가 맞은 것일까. 한방에 날려버렸다. 내 속도 후련하다. 백짓장도 맞들어야 한다고 했다. 벌치는 일은 다른 농사보다 더 부부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했다. 벌을 기피하는 아내랑 살면서 집에 벌 키우는 일이 쉽겠나. 한 때 나도 벌을 겁내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토종을 키우는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벌과 친했다. 잔병치레를 하면서 꿀을 약처럼 자주 먹어서 그럴까. 청년기부터 시집오기 전까지는 건강에 자신했다. 등산과 여행, 운동을 즐겼다.


 그런데 시집 온 후 체질이 바뀌었던 것이다. 산속에 들어와 살면서 야생벌에 쏘여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기고는 벌이라면 삼십육계였다. 벌침 알레르기 체질로 바뀐 것이다. 퇴행성관절염에 좋다는 봉침도 맞고 혼이 난 후 두 번 다시 못 맞았었다. 세월이 갔다. 고사리 농사에 이어 단감농사도 포기하겠다던 농부가 벌을 키우고 싶어 했다. 고성 지인은 우리 집 환경을 벌 키우기 적지라고 했다. 솔깃한 농부는 벌을 키우겠단다. 그 고집을 누가 꺾겠나. 다행히 고성 지인은 우선 두 통만 시작해보라고 권했다. 두 통이 열통이 넘었다가 다시 일곱 통이 되어 두 해 겨울을 났다.


 지난여름이다.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봉침은 맞을 수 없었다. 척추협착증과 디스크에는 봉침이 최고라지만 개발의 편자였다. 집에 오니 벌 왕국으로 변해 있었다. 마당을 온통 차지한 벌떼 때문에 문밖출입도 삼가던 차 집안에 들어온 야생벌에 쏘였다. 벌에 쏘이면 금세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난다. 해독제를 맞으려 병원 갈 준비를 하는데 벌에 쏘인 곳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열은 나지만 두드러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꿀을 먹고 바르면서 하루를 참았다. 괜찮았다. ‘당신이 벌 키운다니까 내 몸의 벌침 알레르기가 사라졌네.’ 신기했다. 그 주에 한방병원에 진료를 가서 봉침을 맞았다. 이상이 없었다. 그때부터 매주 한방병원을 다니며 봉침을 맞았었다. 한방치료를 하면서 체질이 바뀐 것 같았다.


 벌 키워도 되겠다. 슬슬 벌과 친해져보려는 올봄, 개화가 시작되고 왕성한 벌의 활동을 보던 차 그만 보내버렸다. ‘진짜배기 꿀 맛 좀 보자며 미리 주문한 분들 어쩌나?’ 난감하지만 할 수 없다. 벌치는 일은 본전치기도 못하고 말았지만 일찌감치 그만 둔 것은 잘한 일이지 싶다. 분봉을 하기 시작하면 감당을 못할 텐데. 잘 된 거다. ‘벌아, 아랫담 가서 왕성하게 잘 자라다오.’ 벌들에게 덕담을 해 주고 보냈다. 양봉에 필요했던 여러 가지 자재를 실으니 트럭 짐칸이 꽉 찼다. 그것도 속 시원하게 줘버렸다. ‘거참 풀리려니까 희한하게 풀리네.’ 농부도 후련한 표정이다. 어떤 직업이든 적성에 맞아야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을 따름이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요즈음 양봉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은 바이러스와 그에 못지 않은 말벌의 행패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봄부터 말벌 문제에다가 분봉을 비롯해 꾸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집안에 동생 하나가 퇴직 후에 벌이나 치겠다면 시작해 순조롭게 적응하는가 싶더니 어느 해인가 수십 통의 벌을 거의 다 죽이고 한 두 통 남자 지인에게 줘버리고 손을 털고 돌아서는 경우를 봤었습니다. 물론 손해를 무척 많이봤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쨋던 무척 서운 하시겠습니다.

박래여님의 댓글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네, 세상이 하 어수선하니 양봉도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농사도 힘들고,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나라도 어지럽고, 사는 게 참 거시기 합니다.
선생님, 건강 잘 지키십시오.^^

김언홍님의 댓글

김언홍 작성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나봅니다. 벌통만 놓으면 그냥 벌이 꿀을 날라오는줄 알았지요, ㅎㅎ
저는 조금만 피곤해도 입에 물집이 생기곤 했었는데, 꿀을 장복한 뒤론 그 중상이 사라졌어요.
그게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런 증상이 생긴다던데 꿀을 먹고 부터는 없어졌으니 참 신기하기도 해요.
남편도 밤꿀을 장복하고 나서 가래가 없어졌어요.
여러모로 참 좋은 식품인데, 결국 포기 하셨으니 아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셨을 겁니다

박래여님의 댓글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지난해 몇 통 꿀을 떴는데 여기저기서 달라는 바람에 혼 났어요. 한 통도 안 팔고 우리 식구들 나누어주고 말았어요. 올해도 미리 꿀 주문 하신 분들이 여럿이라 벌 치는 업 접었다고 말하기 미안해요. 우리가 벌 키운다니까 진짜 믿을 수 있다고 난리였답니다. ㅋ 고마운 일이지요.^^
대신 우리 벌 가지고 간 집에서 우리 먹을 정도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