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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그날이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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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언홍 댓글 3건 조회 667회 작성일 22-03-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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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끝내고 창가에 의자를 당겨 앉았다.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이 시리다.

적막한 겨울 농촌의 풍경이 눈 가득 들어온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공간을 흔든다. 

숨소리조차 먹어치운  적요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있다.

 

멀리 나가 사는 작은 아들내외 한테서는 며칠째 전화도 한통 없다. 

서운함도 익숙해지는지  딱히 궁금해지지도 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에 위안을 삼아본다.

 

며칠째 탈이 나서 배를 쫄쫄 굶고 있는 반려견 코코가  주인의 다리에 제몸을  비비며 그윽한 눈길로  올려다 본다

병원에서 수의사가 조제해준 약을  빵에다 묻혀 우격다짐으로 먹이려드니 재채기를 해가며 앙탈이다.

약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없듯이 동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남편이 들어와 화목난로 깊숙이 나무를 밀어넣는다.

한줌 햇살이  그의 머리위로 냉큼 내려 앉는다.

흰 머리가 유난히 반짝 거린다.

흰 머리에 인생 훈장이란 별 하나를 마음으로 얹어준다. 

알듯 말듯 미소  짓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따뜻해진 실내를 햇살이 가세 한다.  


울타리가의 나목들 위로 산까치 대여섯 마리가 푸드덕거린다.

겨울잠을 자야하는 곰돌이 푸우는 오늘도 쇼파에 기대어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 


며칠전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글쎄다.... 대답이 궁했으나 떠오르는 추억 하나.

첫아이 낳고 예방 접종을 하러 보건소를 찾아갈 때면 등에 업힌 아이가 왜그리 보고싶던지.  

처네를 돌려 아이를 어르며 버스정거장으로 향하던 그 길이 행복했는데.

그때가 제일 행복했었는데

그 길을 지나 여기 오기까지가 너무 힘이 들었지.

 

 어슬렁 거리던 길냥이가 산수나무 위를 아쉬운듯 올려다 본다.  

이 가지 저가지 위로 날아다니던 산까치가 고양이의 시선에 놀라 후루룩 날아가버린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 구나. 내 삶의 하루가 이렇게 가는구나 !

 그날이 그날이다. 늘 그랬듯 무덤덤히 흘러간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아침 햇살이 가득 드리운 거실의 평화로운 모습과 아름다운 황혼의 단면이 제게도 전해져 무척 따스하고 행복했습니다. 망한중의 두분의 행복한 모습을 머리속에 그리며 봄 소식 전합니다. 여기 남녘엔 지날래가 피었고 미구에 벚꽃도 몽우리를 터뜨릴 기세랍니다. 이 봄 행복하고 보람되세요.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아무 일없이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하네요.
저도 그날이 그날입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세요.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저도 늘 그날이 그날인 걸요.^^ 산빛과 마당만 달라집니다.^^